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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과 갈등 솔직한 답변 기대했는데, 애써 외면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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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해 “원론적 수준의 기자회견이어서 아쉬웠다”는 평가가 정치평론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기억에 남는 임팩트 있는 내용이 부족했다는 평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총 54분에 걸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에만 20분을 할애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총 65분의 기자회견 중 5분간 모두발언을 한 뒤 60분간 질의응답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모두발언이 꽤 긴 편이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민생 경제, 외교안보, 규제 완화와 공공기관 개혁 등 각 분야에 걸친 100일간의 성과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윤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주요 문답

윤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주요 문답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주요 정책 부문별로 정부가 해온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며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다만 “좀 더 구체적으로 지지율 하락의 원인 분석이나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데 내용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경우 일자리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부동산 정책을 통해 집값이 어떻게 안정되고 실제 주택 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며 “대통령 메시지의 잔상효과가 없다. 많은 얘기를 했는데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가 접촉한 전문가들 중엔 “‘대통령에게 듣는다’는 기자회견 제목처럼 국민이 궁금한 것보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들려준 느낌이 있다”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에 대해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반응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김형준 교수는 “이 전 대표의 언행에 대해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을 쓴 건 윤 대통령 자신”이라며 “국민들은 대통령의 진심이 뭔지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어 했는데 윤 대통령의 워딩은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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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가인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는 “국민들이 보기엔 애써 모른 척하는 걸로 보인다. ‘진의는 이런 거였는데 표현이 거칠었다. 송구스럽다’ 같은 해명이 필요했다”며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는데 해명이 부족해서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내 사적 채용 논란이나 인사쇄신 요구에 대해선 “사과와 더불어 명확한 해법 제시가 필요했다”는 평이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 노래를 들었다’고 했는데, 그런 반성문이 진정성으로 비치면서 지지율 회복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윤 대통령도 최소한 논란이 많았던 대통령실 문제에 대해 반성의 표현을 하고 인적쇄신 방향을 설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을 계속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이종훈 대표컨설턴트는 “도어스테핑을 지속하겠다는 건 국민과의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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