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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정치’ 빠진 윤석열 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8.1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8.1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100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취임100일 기자회견은 주목할만한 정치이벤트입니다. 통상 취임 100일간 중요한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국민적 궁금증이 높습니다.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일방소통 연설이 아니라 기자들이 질문하는 쌍방소통이기에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2. 그런데 윤석열의 기자회견에선 정치가 빠졌습니다.
50여분 회견의 첫머리 20분간 윤석열은 경제ㆍ사회ㆍ외교정책을 설명했습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홍보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듣는 입장에선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의 되풀이 같았습니다.

3. 첫째 질문은 정치였습니다. 기자는 당연히 국민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합니다.
질문=대통령께 표 준 사람 절반이 석달만에 떠난 원인은?
대답=여러 문제에 대해 국민 관점에서 꼼꼼하게 따져보겠다..

4. 둘째 질문도 정치입니다. 앞 질문보다 조금 구체적입니다.
질문=여론조사 부정평가 가장 큰 이유는 인사문제다. 개선방안은?
대답=인사 쇄신이라는 것은 국민을 위해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위해 치밀하게 점검해야 되는 것이지, 어떤 정치적 국면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이라는 그런 정치적 목적으로 해선 안된다..

5. 셋째, 넷째 질문은 북한문제. 다섯번째 질문이 다시 정치입니다. 보다 민감한 질문을 한층 조심스럽게.
질문=조금 껄끄러우실 수 있는 질문이다.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답=민생안정과 국민안전에 매진하다보니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을 챙길 기회도 없고, 또 저는 선거운동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해본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주기 바란다..

6. 이후 정치질문은 없었습니다.
출입기자라면 대통령이 정치문제에 대답할 의사가 없음을 알아차렸을 겁니다. 사실 대통령은 전날(16일) 도어스테핑에서 이미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변화라는 것은 결국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국민안전을 꼼꼼히 챙기기위한 것이어야지, 어떤 정치적 득실을 따져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7. 윤석열은 여전히 엘리트관료인가 봅니다.
엘리트는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알아서 하겠다’가 정답입니다.
관료들은 업무효율성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비효율적인 정치, 특히 ‘정치적 득실을 따져 하는 일’을 혐오합니다.

8. 결과적으로 ‘국민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겠다’던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한 꼴입니다.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은 리더십부족, 인사문제, 당내갈등입니다.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포인트입니다. 이날 정치질문 세 가지의 포인트와 일치합니다.

9. 이날 기자회견장 뒷면엔 ‘대통령에게 듣는다’란 문구가 걸려 있었습니다.
어쩌면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들려주는 것이 기자회견이라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5년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100일 회견장 문구는 ‘국민이 묻고 대통령이 답한다’였습니다. 당시 문재인 지지율은 70%를 넘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