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주 변호사 피살' 공모자 무죄 뒤집혔다…2심서 징역 12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주 대표 장기미제 사건인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의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 사진은 김씨가 지난해 8월 2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뉴스1

제주 대표 장기미제 사건인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의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 사진은 김씨가 지난해 8월 2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뉴스1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인 ‘변호사 피살사건’에서 살인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 이경훈)는 17일 오전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살인과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6)씨에 대해 살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김씨에 대해 협박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도 유지했다. 따라서 김씨의 전체 형량은 13년6개월이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는 범행을 지시하거나 음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무엇보다 피고인은 범행 당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특별 제작된 흉기가 사용된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는 피고인이 범행을 공모할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피고인은 살인죄의 공동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며 “조직폭력배인 피고인이 위해를 가하고 사주를 받은 후 적어도 미필적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사망케 해 그 죄질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피고인은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피해 결과가 중한 점, 피고인에 대한 사회·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 피고인이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지역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1999년 8∼9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이모(당시 45세)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겠다. 절대 봐주면 안 된다”라는 누군가의 지시와 함께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

모든 범행 결정권을 위임받은 김씨는 동갑내기 조직원 손모(2014년 사망)씨와 이 변호사를 미행하며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법을 상의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검도유단자인 이 변호사를 제압하기 위한 범행도구를 결정했다. 또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에게 단순 상해만 가하면 덜미가 잡힐 것으로 보고 살해까지 염두에 뒀다.

손씨는 결국 같은 해 11월 5일 오전 3시15분에서 6시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노상에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흉기로 피해자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가 사건 당시 사실상 손씨와 공모해 범행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김씨에게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이 있다는 법리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주범(손씨)의 범행 경위 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씨에 살인 혐의에 대해 직접 증거가 없고,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자 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일했던 고모(65)씨는 눈물을 보였다.

고씨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변호사님(피해자) 유족이 고통 속에 살아온 지난 23년의 세월에 비하면 너무 적은 형량이지만 오늘의 결과가 있기까지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고씨는 이어 “그동안 산소를 찾아갈 때마다 범인을 잡던 못 잡던 이 세상 궂은일 다 덮고 편히 쉬시라 했는데, 이제는 정말 다 덮고 편히 쉬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