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은 공짜" 한의원서 공진단 샀다가…사기공범 된 653명

중앙일보

입력 2022.08.17 11:47

업데이트 2022.08.17 12:14

공진단

공진단

실손보험 가입자 A씨는 2020년 한 보험설계사에게서 “2009년 10월 이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공진단을 보험금으로 살 수 있는 한의원을 소개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공진단은 사향과 녹용 등이 들어가 ‘황제의 보약’이라 불리는 고가의 한약이다. 2009년 초 실손보험에 가입한 뒤 유지해왔던 A씨는 보험설계사의 소개로 서울 강남구의 B 한의원에 방문했다.

한의원에선 A씨에게 공진단을 판매하면서 타박상을 치료하는 한약 청혈환 등을 처방했다는 허위 진료기록과 영수증을 발급했다. A씨는 보험사에 이를 청구해 문제없이 보험금을 받자 필요할 때마다 한의원에 가서 공진단을 구매했다. 그런데 지난 6월 A씨는 경찰에서 “보험사기죄 공범으로 입건됐으니 경찰서에 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처럼 보험설계사 등 브로커의 소개로 B 한의원에서 공진단을 구매한 뒤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받은 환자 653명이 보험사기죄 공범으로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17일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을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B 한의원은 브로커를 고용해 2019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총 1869회의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했다. 이를 통해 환자 653명이 공진단을 구매하고 보험사에서 보험금 15억9141만원을 받았다. 1인당 평균 244만원의 부정한 보험금을 챙긴 것이다.

브로커 집단은 주로 보험설계사로 구성됐다. 이들은 2009년 10월 이전 실손보험에 가입해 한방 비급여 항목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입자를 골라 B 한의원에 소개했다. 대가는 주로 매출액의 30%를 받았고 매월 5500만원을 정액으로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2019년 6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받은 대가는 5억7000만원이다.

이들의 보험사기는 반복된 청구를 의심한 한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적발됐다. 한의원 원장과 병원 직원 3명, 브로커 조직 대표 1명은 지난 6월 법원 2심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사기에 가담한 환자 653명이 부당하게 챙긴 보험금을 환수하고, 경찰에 이들을 공범으로 입건해 달라고 의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사는 각 지역의 관할 경찰서에서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는 등 사법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일부는 이미 조사를 마치고 검찰이 기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과 다른 진료기록부나 영수증으로 보험금을 받아낼 경우 보험사기 공범이 될 수 있으니 브로커의 제안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