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아빠 차’는 잘 팔리는데 ‘엄마 차’는 안 팔리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중국에는 ‘나이바(奶爸)’라는 단어가 있다. 우유를 먹이는 아빠라는 의미로, 엄마를 대신해 육아하는 신세대 아빠를 지칭한다. 중국 내 영유아 산업 시장이 급성장하며 나이바를 겨냥한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단어다.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는 ‘나이바’를 위해 자동차 업계도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우후죽순 내놓고 있다.

사진 리샹(理想)

사진 리샹(理想)

중국 신흥 전기차 브랜드 리샹(理想, 리오토)의 대표 모델인 리샹ONE(理想 ONE)이 대표 나이바 차다. 내부 발전기를 탑재하여 충전소가 없어도 배터리를 자체 충전할 수 있는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 주행거리 연장전기차) SUV다. 리샹ONE은 세계 최초 4K의 인식 정확도를 가진 800만 화소의 보조 운전 카메라를 탑재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도 제공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리샹ONE은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면에서도 ‘나이바 차’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빠 차’를 구매하는 이들은 넓은 공간에 대한 수요가 많을 뿐만 아니라 분배도 고려한다. 리샹 구매자들이 96% 이상이 6인승 모델을 선호하고, 내부 시트와 공간 배치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리샹은 2021년형부터 기존의 7인승이 아닌 6인승 버전만을 양산하고 있다.

동시에 실내 공간을 늘려 공간의 합리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3열 공간을 41mm 늘려 아이들의 충분한 공간과 출입 편의성을 갖춰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2열에선 손쉽게 전동 시트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2열 두 좌석 사이를 넓게 만들어 어린아이들을 돌보기에 매우 편리하게 설계했다.

사진 리샹(理想)

사진 리샹(理想)

트렁크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2021년형 리샹ONE은 28인치 캐리어나 최대 크기의 유모차 등 큰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트렁크를 넓히는 등 확실한 강성 수요를 고려했다. 출퇴근, 아이 픽업, 가족여행 등 다양한 자동차 이용 시나리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갈수록 리샹ONE에 대한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리샹은 리샹ONE의 실적 데이터를 발표했다. 2022년 7월에만 1만 422대가 인도되며 전년 동월 대비 21.3%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누적 인도 대수는 7만 825대에 달한다. 해당 차량은 출시 1000일도 되지 않아 20만 대가 생산됐다. 이는 중국 자동차 신 세력 중 가장 빠른 속도다. 또 30만 위안대에 판매되는 중국 브랜드 자동차 중 최초로 20만 대 이상의 차종을 생산했다.

2022년 1월~7월 리샹ONE 판매 대수. 사진 리샹(理想)

2022년 1월~7월 리샹ONE 판매 대수. 사진 리샹(理想)

엄마 차는 어떨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중국 브랜드 중에서는 창청자동차(長城汽車)의 전기차 브랜드 오라(歐拉, ORA)가 눈에 띈다. 창청자동차는 ‘여성을 위한 자동차’라는 컨셉의 오라를 2018년 8월 정식으로 출범했다. 검은고양이(黑貓)부터, 흰고양이(白貓), 착한고양이(好貓), 펑크고양이, 발레고양이까지…. ‘고양이’라는 수식어를 차에 붙인 것만으로도 여성을 대상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 오라가 전폭적으로 밀었던 검은고양이 모델과 착한고양이 모델의 연간 판매량은 각각 6만 3492대, 4만 9900대로 기록됐다. 창청자동차의 전체 신에너지 차량의 2021년간 총판매량은 13만 7천 대였는데, 그중 13만 5천 대가 오라 브랜드 차량이었다.

승용차연합회(乘聯會)에 따르면 2021년 신에너지 승용차 업체의 판매량 순위에서 중국 브랜드가 상위 4개를 차지했는데, 창청자동차가 4위에 올랐다. 창청자동차는 이에 대해 오라의 공헌이 크다고 밝혔다.

오라(歐拉, ORA)의 검은고양이(黑貓) 차량과 발레고양이(芭蕾貓·바레이마오) 모델. 사진 오라(Ora)

오라(歐拉, ORA)의 검은고양이(黑貓) 차량과 발레고양이(芭蕾貓·바레이마오) 모델. 사진 오라(Ora)

2019년엔 발레 고양이(芭蕾貓·바레이마오) 차량을 출시했는데, 이는 여성 특화용 차량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연한 분홍의 차체 색상과 원형에서 반원형 디자인 헤드램프로 복고풍 디자인을 강조했다. 실내에는 메이크업 미러와 LED 조명, 크리스탈 선반, 메이크업 박스 등 여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요소들을 넣었다.

센터 콘솔 부위는 크리스탈을 떠올리는 장식으로 마감됐으며, 내부 조명을 통해 화려한 표현도 가능하다. 상단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50건이 넘는 여성 디자인 특허를 출원했다.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음성 제어, 주의 산만 운전을 위한 추가 경고 시스템이 포함된 ‘여신 모드’, 온열 시트를 제공하는 ‘훈남 모드’, 자동으로 창을 닫고 에어컨, 조명 및 와이퍼를 조정하는 ‘바람과 파도 모드’ 등 다양한 운전 모드를 선보였다.

오라가 출시한 발레 고양이(芭蕾貓‥바레이마오) 모델 내부. 사진 오라(Ora)

오라가 출시한 발레 고양이(芭蕾貓‥바레이마오) 모델 내부. 사진 오라(Ora)

오라 외에도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인 차량은 많다. 상하이자동차(SAIC), 중국우링(五菱·Wuling), 제너럴모터스(GM)가 합작해 만든 저가 미니 전기차 ‘훙광(宏光)미니EV’ 시리즈 역시 여성용 자동차로 인기다.

‘마카롱’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해당 차량은 ‘코코넛 화이트’, ‘멜로우 블루’, ‘아보카도 그린’, ‘레몬 옐로’, ‘화이트 피치 핑크’ 등 20여 가지의 색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훙광미니EV 차주의 72%가 90년대생이며 그중에서도 여성 차주가 78%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스타트업 나타(哪吒)의 나타V(哪吒V)모델도 출시한 지 1년여 만에 여성 비율이 30% 이상에 달했다. 나타는 해당 모델은 여성 고객을 겨냥해 출시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는데, 나타V의 약진으로 여성 차주를 겨냥한 분홍색 차량인 ‘나타V마녀(哪吒V魔女)’버전을 출시했다.

치루이(奇瑞, 체리)자동차도 지난해 ‘체리QQ아이스크림’이라는 이름의 소형 SUV를 내놨다. 약 500만 원대의 가격과 파스텔톤의 색상과 귀여운 외관으로 여성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좌) ‘훙광(宏光)미니EV’ (우) 체리QQ아이스크림. 사진 각 사 홈페이지

(좌) ‘훙광(宏光)미니EV’ (우) 체리QQ아이스크림. 사진 각 사 홈페이지

아빠 차의 대명사인 리샹ONE이 대성공을 거둔 가운데, 여성 차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기업들이 주목한 여성전용 차량은 대부분 소형차다. 소형차 시장은 상위 공급망과 경쟁사들에 따른 원가 압박이 크다. 크게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간이 제한되는 소형차는 부품 배치 등의 설계가 어려워 더욱 난도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공장 가동률 등 생산 효율성 면에서도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 대신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픽업트럭, 고급 차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2월 오라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칩 부족에 대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검은고양이(黑猫) 모델과 흰고양이(欧拉白猫) 모델 수주를 중단했다. 창청자동차는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오라블랙캣은 한대 당 1만 위안(약 191만 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판매량 1위 모델 ‘훙광미니EV’ 역시 이윤이 제한적이다. 훙광미니가 대박을 터트렸던 2020년에도 모회사에 귀속되는 회사의 순이익은 1억 4200만 위안에 불과했다. 저가 경차 시장에서 기업들은 물량에 의존하고 끊임없이 원가를 낮춤으로써 점유율을 선점하고 경쟁 우위를 획득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전기차 스타트업 나타(哪吒)의 ‘나타V 마녀(哪吒V魔女)’. 사진 電車資源

전기차 스타트업 나타(哪吒)의 ‘나타V 마녀(哪吒V魔女)’. 사진 電車資源

또 전문가들은 기업의 ‘여성 전용’ 마케팅 전략은 브랜드의 장기적인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앞서 언급한 오라의 발레고양이 모델은 다양한 운전 모드와 대형 거울, 거리 자동 제어 등의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능은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또 여성 전용 차량이 아니더라도 차량 다수에 탑재된 보편적인 것들로, 해당 기능들이 여성에게만 특화되어있다고 볼 수는 없다.

비슷한 맥락으로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인공지능·사진 기술 기업 메이투(Meitu)와 함께 ‘셀카’에 중점을 둔 고사양 카메라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 사용자의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는데, 업계 전반의 핵심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스마트폰에 고(高)사양 기능이 탑재됐다. 자연스레 해당 기능은 경쟁의 축에도 못 끼는 셈이 됐다.

사진 샤오미

사진 샤오미

보편적인 기능을 두고 ‘여성 전용’이라는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에 현혹되어 여성들이 해당 제품을 사야 할 이유가 없다. 또 기업이 맹목적으로 기능을 성별로 구분하는 것은 일부 사용자가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역으로, 앞서 언급한 리샹ONE도 무작정 ‘아빠 차’로 마케팅을 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애초에 리샹은 럭셔리 6인승 스마트 전기 SUV로 포지셔닝 되었으며 모든 기능이 가정 수요에 맞춰 설계됐다. 모든 성별이 탑승할 수 있고 기능성 측면에서 뛰어나서 잘 팔린 것일 뿐, 단순 ‘아빠 차’라는 꼬리표로 판매율이 증가한 게 아니다.

바이트댄스 산하 자동차 서비스플랫폼 둥처디(懂車帝)는 ‘여성의 자동차 구매 고려는 자동차 업체의 예상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며, '분홍색은 여성 대표색'이라는 인식과 달리 여성들 사이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여성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외관'도 '내부'도 아닌 ‘브랜드’'와 ‘안전’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용 자동차의 진정한 가치는 여성 맞춤형 모델이 아닌 여성 사용자의 니즈를 깊이 파고드는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보았다. 또 작금의 마케팅 행태는 자동차 회사가 여성 소비자를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