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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혼했어요" 평가에도 진격…이준석엔 세가지 무기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을 방문,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앵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을 방문,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앵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과 동시에 자동 해임된 이준석 전 대표의 입은 이틀 째 거침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 사실을 부인했던 대통령실을 향해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에 대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 곁에서 호가호위했던 ‘진박’(진짜 친박,진실한 친박) 못지않다”며 집중 포화를 이어갔다. 연 이은 여론전 하루 뒤인 17일엔 이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 전환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 기일이 예정돼있다. 이 날은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다.

그야말로 용산과 여의도로 ‘진격’하는 이 전 대표를 두고, 그간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의원들에게서도 “당은 이미 이 전 대표와 이혼했다”(초선 의원)는 박한 평가가 나왔다. 이 전 대표와 함께 당원들의 가처분 신청을 준비한 신인규 전 부대변인마저 “너무 솔직해서 아쉽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당내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듯한 모양새지만, 정작 이 전 대표 본인은 강공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이미 당 혁신 방안을 담은 책을 내고 당원들이 소통할 온라인 커뮤니티도 만들겠다며 장기전을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공격 일변도로 대응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지난해 대표에 당선될 당시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던 온 팬덤의 ‘화력’에 주목한다.

이 전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에펨코리아(펨코) 등 이 전 대표 지지세가 강한 커뮤니티에서는 반윤 정서가 강하게 확산하고 있다. 한때 윤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정책을 지지하며 여당의 우군을 자처했던 이들은, 친 야당 성향의 커뮤니티와 함께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나 실언을 비꼬는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시각물)을 생산·배포하며 두터운 안티태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론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115년만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주에는 윤 대통령이 참모들과 술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진에 “각하, 지금 300㎜가 왔답니다”라는 제목이 달린 게시물이 인터넷에서 확산했다. 여기엔 “비가 300㎜ 왔다”는 참모의 보고를 잘못 들은 윤 대통령이 “난 (맥주) 500(cc) 시켰는데?”라고 동문서답을 한 듯한 대사가 첨부돼있다. 이 글은 윤 대통령이 집중 호우 당시 자택 지휘 등으로 미흡하게 대응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며 함께 주목 받았다.

팬덤뿐 아니라 이 전 대표의 개인기 역시 만만치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기 당권 경쟁이 벌어질 때에도 누군가를 당선시키진 못해도 떨어뜨릴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공격수’ 능력에 특화된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 중 누군가를 지지 혹은 비판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15일 JTBC 인터뷰에서 “제가 만약 지금 전당대회에 출마한 사람이라면 윤핵관과 호소인의 성공적인 은퇴를 돕겠다”고도 했다.

이런 이 전 대표의 선전포고가 단순 과시가 아닐 것이란 시선도 있다. 징계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가입을 꾸준히 유도해 온 이 전 대표는 차기 대표를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영남권의 중진 의원은 “최근 우리 지역구에 책임당원이 60명 가량 급증했는데, ‘이 전 대표 때문에 가입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 향후 당권 경쟁에서 이 전 대표의 지분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30대인 이 전 대표의 젊은 나이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JTBC 인터뷰에서 “제가 국민의힘이란 당에서 정치를 한다면 물리적 나이로 볼 때 가장 오래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차기 대선이 다가오고 윤 대통령과 친윤 그룹의 입지가 좁아질수록, 그들과 대척점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본인에게는 기회가 올 수 있단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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