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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숨통 트인다…사업 3년 단축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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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서울 50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27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이 주도하는 재건축 사업과 역세권 재개발 등을 통해 도심의 공급량을 대폭 늘린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좋은 공급’을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공공개발에만 주로 부여했던 용적률과 세제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민간개발 사업에도 확대 적용한다.

정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을 발표했다. 브리핑에 나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도 여러 주택 공급 정책이 있었지만 겹겹이 쌓인 과도한 규제 때문에 도심 등 선호 입지의 공급은 위축됐다”며 “국민의 주거 상향 수요를 채우기 위해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민간의 활력을 키우고 공공은 시장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70만 가구 중에서 수요가 많은 서울·수도권에 158만 가구, 비수도권에는 112만 가구가 공급된다. 사업 유형별로 보면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52만 가구,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88만 가구, 도시개발과 지구단위계획 구역 등 민간 자체 추진 사업으로 전국 13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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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사업 정상화의 첫 신호탄으로 전국에 22만 가구 규모의 정비구역을 지정한다. 이 중 절반가량인 10만 가구가 서울에 지정된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연내 후보지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경우 뉴타운 지구 해제 등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존 정비구역만 410곳이 해제됐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신규 정비구역 지정은 2만8000가구 규모에 그쳤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완화된다. 구체적인 계획안은 9월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정부는 현행 3000만원 이하인 초과이익 면제 기준을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1주택자나 고령자 등에게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따른 부담금을 완화할 방침이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 이익이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이익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다. 원 장관은 “도심 공급이 제 궤도를 찾을 수 있도록 9월까지 세부 감면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개발에도, 공공개발처럼 용적률·세제혜택 준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안도 연내 발표한다. 기존에 50%였던 구조 안전성 비중을 30~40%로 낮추고, 1차 정밀안전진단에 이어 2차로 받아야 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하는 방안으로 개선될 예정이다. 또 정비사업의 주체인 조합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해 사업이 장기화하는 문제를 고려해 전문 개발기관인 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도 활성화한다. 신탁사 시행 사업장은 토지소유자 다수가 희망할 경우 정비계획과 사업계획의 통합처리를 허용해 사업 기간을 3년 이상 단축하고, 주민·신탁사 간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분쟁을 방지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민간 도심복합사업도 새로 추진된다. 정부가 지난해 2·4대책으로 발표했던 공공 주도 도심복합사업과 관련해 주민 반발이 심한 데다 사업 구역당 토지주택공사(LH)의 담당 인력이 평균 0.7명밖에 안 되는 등 공공의 역량도 부족해 민간에도 길을 열었다.

토지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신탁사나 리츠 등 민간 전문기관도 사업 주체가 돼 도심 개발을 할 수 있다. 기존 공공사업 수준으로 용적률·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되, 개발이익을 임대주택으로 확보하는 등 적정 수준으로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주거중심형으로 개발할 경우 용적률이 최대 500%까지 상향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공공사업 후보지 중에서도 호응이 낮은 사업장은 민간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부터 민간 후보지 공모를 시작하는데, 기존 공공 주도 사업처럼 일률적으로 후보지를 정해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간 도심복합사업을 할 때 고밀개발의 길도 열린다. 다음 달에 관련 내용이 담긴 ‘도시계획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용적률·건폐율과 같은 기존 도시계획 규제를 받지 않는 ‘도시혁신계획구역’으로 만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용산 정비창과 중구 세운지구 일대에 용적률 제한을 푼 초고밀 복합개발단지 조성 추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 정비 및 도시개발사업에도 도시·건축·경관심의, 교통·교육·환경 등 각종 영향평가를 함께 심의하는 통합심의 제도를 도입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도시 공급도 계속된다. 2023년까지 15만 가구 내외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철도역 주변 역세권을 복합개발(콤팩트 시티)하는 방식으로 개발밀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논란이 많았던 1기 신도시 정비방안은 결국 미뤄졌다. 정부는 2024년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구입자를 대상으로 50만 가구도 공급한다. 청년원가와 역세권 첫집 형태로 공급하는데 공공택지나 민간정비사업 기부채납 물량을 활용해 시세의 70% 이하로 싸게 공급하는 공공주택이다.

전문가는 민간 주도 공급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빠지고, 두루뭉술한 청사진만 제기됐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특히 재초환법을 비롯해 이번에 발표한 방안의 상당수가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충분한 주택 공급으로 집값 불안 우려를 낮추는 신호를 보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며 “재초환법 개정은 국회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감면 수준은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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