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의 자택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했다. 일부 국방부 산하 부대와 해양경찰 청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16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압수수색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정원, 국방부, 해경 소속 피고발인들의 주거지와 사무실 10여 곳을 상대로 이뤄졌다. 지난달 13일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지 한 달여 만에 전 정부의 주요 안보 관련 ‘윗선’을 겨눈 것이란 분석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박 전 원장 등 피살 당시 주요 정책 결정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 조율에 들어갈 전망이다.
압수수색을 진행한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22일 서해상에 표류하던 중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과 관련,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인 구조 노력은 방기한 채 사후에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달 6일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박지원 전 원장을 고발했다. 2020년 9월 21일 이씨가 서해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후 이튿날인 22일 밤 9시 북한군에 피살될 때까지 우리 측이 파악한 정보가 담긴 국정원 자체 생산 첩보 보고서 등을 박 전 원장 등이 무단 삭제했다는 혐의다. 박 전 원장은 이날 “검사와 수사관이 약 30분에 걸쳐 제 휴대전화와 수첩 5개를 가져갔다”며 “(혐의로는) 국정원 서버(보고서)를 지웠다는데 왜 집을 압수수색하나. 검찰이 제가 국정원의 비밀 문건을 가지고 나왔는지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욱 전 장관도 국방정보본부 예하 정보부대가 생산한 감청 군사기밀(SI)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유족에 의해 고발됐다. 이씨가 피살된 다음 날 두 차례 열린 관계장관회의 사이에 이씨 관련 첩보 보고서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됐는데, 서 전 장관이 이를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 6월 이씨 유족 측은 당시 청와대 대북·민정 라인인 서훈 전 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도 고인을 ‘월북자’로 단정하고 해경이 그대로 발표하도록 강요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미국에 있다 지난달 귀국한 서훈 전 실장은 곧바로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검찰이 핵심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씨 유족 측은 16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유족 측은 이씨가 북측 해역에서 실종됐다는 사실을 문 전 대통령이 보고받고도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만약 문 대통령의 지시로 ‘자진 월북 조작’이 이뤄졌다면 이는 허위공문서 작성 방조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박 전 국정원장을 소환조사하는 대로 문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며 “혐의는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