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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270만 가구 공급,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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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윤 정부 첫 종합대책, 민간 활력 높이기 주력

불합리한 규제 풀고 정치 논리 개입 경계해야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첫 주택 공급 종합대책을 내놨다. 앞으로 5년간 전국에 주택 270만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이다.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는 풀고 민간 활력은 높이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부는 주택 공급의 무게추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옮기기로 했다. 각종 비판에도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을 고집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정책 방향이 달라졌다. 사실 인구와 일자리가 몰려 있는 서울 주변에는 새로운 공공택지로 개발할 수 있는 땅이 많지 않다. 낡은 주거지를 새롭게 바꾸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1990년대 노태우 정부가 5대 신도시를 앞세워 주택 200만 가구 건설을 추진할 때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이제는 공공이 일정 부분 주택 공급의 마중물 역할을 하되 민간이 전체적인 사업을 주도하게 해야 한다.

이번 대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새 정부 출범 100일에 맞춰 대책 발표를 서두른 흔적도 보인다. 앞으로 추진할 정책의 얼개는 그런대로 제시했지만 세부 내용의 결정은 대부분 뒤로 미뤘다. 시장의 관심이 높았던 재건축 부담금 감면 방안은 다음 달에, 재건축 안전진단 개편안은 올해 말에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주택 공급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특히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이슈가 됐다. 정부는 내후년에 1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도시 재창조 수준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건 맞지만 시기가 문제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과 맞물려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국민 생활에 밀접한 주거 문제가 선거용 표 계산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집중호우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에 대해선 정부가 다음 달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데도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실태조사도 없이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나선 건 너무 성급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없애겠다고 해서 쉽게 없어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정만 심해질 우려가 있다. 반지하 문제는 서두르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봐야 한다.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신규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는 건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번에 발표한 270만 가구는 현 정부 임기 내 준공이 아니라 인허가 기준이다. 인허가 이후 공사에 들어가 실제로 새 집을 건설하려면 수년이 더 걸릴 수 있다. 정부는 말로만 그치지 말고 약속한 주택 공급과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정책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