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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정훈의 별별시각

'비대위 정치' 6년간 12번…비상도 대책도 없다, 권력만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조정훈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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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가운데가 우상호 위원장.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가운데가 우상호 위원장. [뉴스1]

삼성·SK·현대의 최고경영자(CEO)가 동시에 퇴진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유는 성과부진. 뉴스를 보는 국민은 너나없이 걱정이 앞설 것이다, 물가 상승, 코스피 출렁, 금값 폭등, 국가 부도 같은 소식이 이어지지나 않을까. 곧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고, 이민 가야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다. 다행히 상상이다.

하지만 1~3위 기업이 동시에 비상등을 켠 것과 같은 비상상황이 정치권에선 이미 일어났다. 현재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있다. 여의도에선 큰일이지만 기업 위기와 달리 국민은 별 관심이 없다. 얼마 전 여야 충돌로 국회가 후반기 원 구성도 못 한 채 50일 넘게 멈췄을 때와 같다. 정치가 멈췄는데 국민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정치의 가성비가 바닥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이름과 다르게 정작 있어야 할 게 없다. 바로 ‘비상’과 ‘대책’이다. 무엇이 정당의 비상상황일까?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다섯 차례 비대위 체제를 운영했다. 국민의힘 역시 자유한국당 시기인 2017년부터 다섯 차례 운영했고, 정의당은 지난해부터 두  차례다. 비상이 일상이다. 비대위 명분은 대부분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선거 패배 혹은 정당 내부 갈등이 비대위 체제의 핵심이다. 결국 권력 연장을 위한 비상선언일 뿐이다. 그러니 정치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제대로 된 대책 수립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있어야 할 건 없지만 없어도 되는 데 어김없이 있는 것도 있다. '억' 소리 나는 국고보조금이다. 올해는 선거보조금까지 있다.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인 7개 정당에 올해 1분기에만 581억원이 배분됐다. 이 중 제20대 대선 선거보조금은 465억원이고, 경상보조금이 116억원이다. 국회 의석수 혹은 국회의원선거 득표수 비율 기준으로 지급되기에 172석 민주당은 총 276억원, 106석의 국민의힘은 총 242억원을 받았다. 유령 정당이 된 민생당도 분기별로 2억원씩 경상보조금을 받고 있다. 정치는 민생과 동떨어져 있지만, 정당 운영엔 이처럼 세금이 들어간다. 비대위 체제 아래서 정당은 새 지도부 선출에만 힘을 쏟을 수밖에 없고, 설령 민생 아젠다가 나와도 제대로 이어가긴 어렵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정당 정치인가?

한국 정당 정치에서 ‘비상’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선거 결과는 선거가 있다면 반드시 나온다.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 때문에 내홍이 생기고, 비상 시기를 겪는 것은 소모적이다. 공천권과 당권 등 내부 정치권력과 결부되어 있을 뿐이다. 비상도 대책도 없는, 습관적인 비대위 선언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날 정당의 사명, 특히 제21대 국회의 사명을 돌아봐야 한다. 국회는 거대 정당이 권력을 쟁취하고 이어가기 위해 존재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권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아닌 민생을 위한 국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