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암초 안고 출발한 '주호영 비대위'…논란의 권성동도 재신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인선 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출범했다. 비대위 출범으로 최고위원회가 자동 해산되면서 이준석 대표도 이날부터 ‘전직 대표’가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에게서 비대위원 명단을 보고받은 뒤 오후 3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이들에 대한 임명안을 의결했다. 주호영(5선ㆍ비대위원장)ㆍ권성동(4선ㆍ원내대표)ㆍ성일종(재선ㆍ정책위의장) 등 당연직 비대위원 3명 외에 초선인 엄태영(충북 제천ㆍ단양)ㆍ전주혜(비례) 의원이 비대위에 합류했다. 원외에선 서울 강북갑에서 재선 사무총장을 지낸 정양석 전 의원이, 호남 몫으로 지난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주기환 전 검찰수사관이 비대위원에 임명됐다. 여성ㆍ청년 몫으로는 최재민(1984년생) 강원도의원과 장애를 극복하고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소희(1986년생) 세종시의원이 합류했다.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날 비대위원 임명을 완료하면서 ‘주호영 비대위’는 총 9인 체제로 공식출범하게 됐다. 상임전국위ㆍ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대위가 정식 출범하면서 이 시간 이후 최고위원회는 당헌ㆍ당규에 따라 해산됐다”고 발표했다. 9명 중 현역 의원이 5명, 원외 인사가 4명이고 남성 7명에 여성 2명이다. 지역별로 호남 출신 인사가 3명(정양석ㆍ전주혜ㆍ주기환)으로 가장 많았고, 충청(성일종ㆍ엄태영)과 강원(권성동ㆍ최재민)이 각 2명, 세종(이소희) 1명, 영남(주호영) 1명이었다.

주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원 인선 배경에 대해 “당이 비대위로 들어서면서 의견이 많이 갈라져 있는데, 시비에서 자유로운 분들을 선임했다”며 “18일 첫 비대위를 열어 사무총장 등 나머지 인선을 협의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당 사무총장에는 3선의 박덕흠 의원, 대변인에는 초선 박정하 의원,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으로는 초선 정희용 의원이 내정됐다. 주 위원장은 비대위 운영기간에 대해 “당내에선 9월 정기국회를 끝내고 전당대회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구체적 기간은 내일(17일) 있을 가처분 신청 결과 등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비대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항목에 대해 조목조목 논거를 들며 반박했다. 주 위원장은 먼저 ‘이미 사퇴한 최고위원들이 비대위로 전환하기 위한 상임전국위ㆍ전국위 소집을 의결했다’는 쟁점에 대해선 “제대로 된 사퇴는 당에 서면으로 사퇴서를 낸 시점에 되는 거고,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상임전국위가 회의소집 요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서 하자가 치유됐다”고 주장했다.

또 ‘상임전국위가 ARS로 투표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쟁점에 대해선 “이 전 대표가 뽑혔던 전당대회에서도 ARS투표가 있었기 때문에 ARS가 무효라면 이 전 대표의 존립 근거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우측)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있다. 김성룡 기자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우측)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있다. 김성룡 기자

한편 이날 의총에서는 그동안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권성동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가 진행됐고, 결국 재신임이 결정됐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의총 모두발언에서 “저는 자리에 연연 안 한다. 의원님들이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오겠다. 하지만 저를 다시 한 번 신임하시면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 진행을 건의했다고 한다.

총 62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무기명으로 진행된 재신임 투표에선 압도적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에 앞서 임이자ㆍ조해진 의원이 공개발언을 했는데, 이들 모두 “당이 비대위로 전환하는 비상한 시기에 원내대표를 바꾸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시 일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고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이 서울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이 서울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비대위가 공식 출범했지만 아직 곳곳에 암초가 남아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20년지기’인 주기환 비대위원의 인선 과정을 놓고도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주 위원은 윤 대통령이 2003년 광주지검에 근무할 당시 검사와 수사관으로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최근 주 위원의 아들이 대통령실에서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적 채용’ 논란에도 휩싸였다. 다만 주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 위원의 인선 배경에 대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15.9%라는 (보수정당)역대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호남 대표성이 있는 인물”이라며 “(논란에 대해)알고 있었지만 그 문제는 대통령실에서 답변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안 만났다”는데 15일 회동…주호영, 이준석 ‘거짓말 논란’=한편 주 위원장과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출범 하루 전인 15일 서울 모처에서 회동한 것으로 확인돼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복수 언론 인터뷰에서 만남 사실을 부인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주호영 대표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일부러 사람을 안 만난다”며 “만나면 이상한 제안을 할 것 같아서 안 만난다. 제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이준석이 협상했다’고 할까 봐 그렇다”고 했었다. 주 위원장도 같은 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명백히 만나지 않겠다고 하고, 만나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되고 부담을 준다고 한 뒤에는 접촉 시도를 못 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다만 이날 주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회동했냐는 본지 질문에 부인하지 않고 “노코멘트”라고만 답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