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대통령실에 대한 인적 쇄신 문제와 관련해 “어떤 정치적인 득실을 따져서 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도어스테핑(doorsteppingㆍ약식문답)에서 기자들이 대통령실의 인적 구성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변화라고 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국민의 안전을 꼼꼼하게 챙기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취임 후 여러 가지 일들로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휴가 기간부터 나름대로 생각해놓은 것이 있다”며 “국민을 위한 쇄신으로 꼼꼼하게 실속있게 내실 있게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면 전환용 대규모 인적 개편은 없을 것이란 취지로 해석된다. 그간 여권 안팎에서 “추락한 지지율을 반등할 동력으로 대규모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는데, 윤 대통령이 직접 “그럴 일이 아니다”고 못 박은 셈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의 국내 파트 참모진들인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5수석 대부분이 유임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은 최근 김 실장이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자 “물가 안정 등 민생을 잘 챙기라”며 재신임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자로 권성연 교육비서관을 설세훈 전 경기도 교육청 제1부교육감으로 교체했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및 교육부장관 경질의 도화선이 됐던 ‘만 5세 취학’ 논란과 더불어,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교육부 차관에게 “학제 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보내 논란을 일으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비서관 교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설 비서관이 일선 교육청 근무 경험에다 굵직한 정책도 많이 다뤘다. 현장과 정책을 두루 아는 이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전 비서관 외에도 지난달 벌어진 보안사고에 따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경질 필요성을 보고한 A비서관을 비롯해 1~2명의 비서관급 인사가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열려 있다. 조금 더 두고 보자”고 말했다.
비서관급 교체와 별개로, 여권 안팎에선 일부 수석급 인사가 바뀔 것이란 관측도 여전하다. 여권 관계자는 “김은혜 전 의원의 대통령실 합류가 유력한 상황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맡을 지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내부 정비 외에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이 되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대통령실 청사 1층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오전 10시부터 40분 간 진행된다.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소회와 국정운영 구상 등이 담긴 10분 안팎의 모두발언에 이어 주제 제한 없는 기자들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되는데, 평소 질문과 답변에 거리낌 없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상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빌 게이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을 접견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창업자인 게이츠 이사장은 2020년 현업에서 은퇴한 뒤 기후변화 위기를 역설하는 등의 공적 활동에 주력해 왔고, 최근엔 코로나 19 백신의 저개발국가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대 산업 기술의 인프라를 혁명적으로 바꿔 낸 게이츠 이사장을 뵙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며 “개발도상국에 코로나 19 백신과 치료제를 공급하는 데 진력을 다해온 노력은 전 세계 시민의 질병으로부터의 자유와 보건 정의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대통령께서 바이오 분야 혁신에 방점을 두고 계신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개도국 국민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