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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산업 지원, 월말 수출대책 발표"에도…중국발 악재에 어두운 수출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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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경제발(發) 악재가 이어지면서 국내 수출길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배터리 같은 유망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이달 말 수출대책을 발표하는 등 '총력 대응'을 강조했지만, 무역 지표는 점차 나빠지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충북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방문해 입주 기업의 수출입 상황을 점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글로벌 성장세 둔화, 공급망 불안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래 유망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차원이다. 이창양 장관은 대웅제약 공장을 방문해 "의약품 제조공정 혁신 기술개발 사업 신설, 제조혁신센터 구축 예비타당성조사 추진 등 의약품 기업들의 글로벌 제조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수출기업 간담회에도 참석해 이들 업체를 돕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화장품 등 유망 신산업을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말에 중소·중견기업 해외마케팅 지원, 주요 업종별 중장기 수출 경쟁력 강화, 규제 개선과 현장 애로 해소 등을 망라한 종합적인 수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이후 계속 흔들리고 있어 수출길은 녹록지 않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3.8%로 6월(3.9%)보다 0.1%포인트 내려갔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했다. 6월 증가율(3.1%)과 비교하면 0.4%포인트 낮다. 두 지표 모두 시장 전망치를 한참 밑돌았다.

중국은 4~5월 상하이 등 대도시 봉쇄 여파로 경기 부진이 본격화했다.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로 주저앉았다. 봉쇄가 풀린 뒤인 6월 지표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7월 들어 증가세가 다시 꺾였다. 3분기 들어서도 침체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나섰다. 이날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연 2.85%에서 2.75%로 0.1%포인트 내렸다. 7개월 만의 인하다. MLF가 기준 금리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만큼 기준 금리도 곧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보니 국내 무역 지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대상 수출액은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대(對) 중국 수출액은 같은 기간 2.8% 감소하고, 수입액은 29.2% 늘면서 8억9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대중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6~7월 역성장을 한 대중 수출액도 세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수 있다. 전체 무역수지 역시 에너지 수입액 급증 등의 영향으로 4월 이후 '마이너스'가 이어지면서 적자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수출 전망은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도 당분간 급반등할 여지가 적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여파가 겹치면서 중국 성장률 둔화는 최소한 올해 말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무역수지를 흑자로 반등시킬 요인이 특별히 없는 만큼 한두 개 대책을 내놓기보다 근본적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는 현재 한국 무역이 직면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범부처 수출 대응 체계를 구축해 수출 확대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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