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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前대표' 됐다…'0선 30대' 돌풍, 431일 만에 불명예퇴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대표직에서 해임됐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에서의 비상대책위원 9명 임명안 의결로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면서 기존 당 지도부는 자동 해체됐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밝혔다. 지난해 6월 ‘0선 30대 대표’ 신드롬 속에 당 대표에 오른 이 대표는 431일 만에 ‘전(前) 대표’가 됐다.

이 대표는 자신의 해임을 앞둔 이날 오전에도 폭로전을 계속했다. 그는 MBC 라디오에 나와 지난 6월 자신과 윤석열 대통령의 독대를 대통령실이 해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는 “(독대 관련) 보도가 나오고 대통령실 반응이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였다. 저는 ‘대통령실에서 만약 만남을 부인하면 저도 부인하고, 긍정할 거면 저도 긍정해서 너희에게 맞추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랬더니 ‘저녁을 먹은 적 없다’는 게 최종입장이라고 해서 만남을 인정하는 건가 (생각해) 가만히 있었는데 다음날에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며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했는데 마지막 결론은 이준석 거짓말쟁이 만들기를 위한 작전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11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6월 11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중앙포토

이 대표는 자신이 주장하는 윤 대통령의 ‘이 새끼, 저 새끼’ 발언이 있던 시점에 대해 “그때(대선 과정에서 두 차례 갈등을 빚었을 때)도 있었을 것이고, 제가 일부러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지만 두 번에만 국한되는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그러려니 했던 것들, 우연의 일치인가 생각했던 것들이 ‘체리따봉’(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내부총질’ 언급하며 보낸 이모티콘) 같은 것을 겪고 나니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초 윤 대통령 측과 자진사퇴 시기를 조율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해서 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게 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협의한다는 것 자체가 오해를 사기 딱 좋고, 기본적으로 신뢰관계가 없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그들이 나가서 ‘이준석이 협상을 한다’고 할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와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언급하며 “지금 익명 인터뷰하고 당내 사고 치는 걸 보면 ‘진박’보다 결코 ‘윤핵관’이 못하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윤핵관’ 중 한 명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은 데 대해 페이스북에 “내부총질 문자와 체리따봉 받은 걸 노출시켜서 지지율 떨어지고 당의 비상상황을 선언한 당대표 직무대행이 의총에서 재신임을 받는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 비상상황으로 비대위가 출범해 자신이 자동 해임되는 데 대해 “대통령과 원내대표가 만든 비상상황에 대해서 당 대표를 내치고 사태종결?”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 김경록 기자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 김경록 기자

이 대표를 향한 당내 비판은 여전히 크다. 5선의 정우택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지난 12일 기자회견에 대해 “당 대표를 했다는 사람으로서는 볼 수 없는 정치 도의와 정치적 금도를 넘어선 기자회견”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을 직격한 것으로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이번 분란 사태를 풀어갈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당내 목소리도 나온다. 박성중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지만, “(이 대표가) 지금이라도 자성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윤 대통령도 (이 대표를) 안을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성격이 굉장히 다독이고 끌어안고 크게 가는 스타일”이라며 “전반적인 어떤 대담한 조치는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최재형 의원도 “이 문제는 윤 대통령께서 큰 틀에서 한번 푸실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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