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대만 보복에, 중국인들이 더 당혹…"대만 과일이 더 좋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콩의 한 시장에서 판매 중인 대만산 과일들의 모습. 사진 SCMP 캡처

홍콩의 한 시장에서 판매 중인 대만산 과일들의 모습. 사진 SCMP 캡처

중국 정부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대만산 과일·어류·가공식품의 수입을 금지한 가운데, 대만산 제품을 구하지 못하게 된 중국 소비자들이 난감해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지난 1일 밤 중국의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대만산 자몽·오렌지 등 감귤류 과일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 등 해산물의 수입을 금지했다. 또한 과자와 음료 등 100여개 대만 기업의 가공식품 수입을 금지했다. 해관총서는 유해물질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관련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대만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규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황한 쪽은 중국 현지에서 대만산 수입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이다. 중국 광저우에 사는 한 주민은 SCMP에 “중국산 과일보다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 대만 과일을 즐겨 소비해왔는데, 중국 당국 수입 금지 조치 이전부터 사기가 어려워졌다”며 “대만산 라벨이 붙은 과일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만 수출업자에 따르면 6월 말부터 대만산 식품의 중국으로의 수출이 중단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대만 타이퉁의 한 과일 가게에 대만산 스자(커스터드 애플)이 진열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9월 대만 타이퉁의 한 과일 가게에 대만산 스자(커스터드 애플)이 진열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에 따르면 중국 수입시장에서 대만산 농수산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2%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만산 감귤류와 빵, 차(茶) 등은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매우 선호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만의 감귤류 과일 수출액 5억5400만 달러(약 7253억원) 중 3억1700만 달러가 중국으로의 수출이었다. 차 역시 전제 수출액 4200만 달러 중 3200만 달러가 중국에서 이뤄졌다. 대만 농업위원회에 따르면 스자(釋迦·영어로는 커스터드 애플)로 불리는 과일은 수출량의 95%가 중국으로 간다.

SCMP는 “대만은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일본의 농업 기술을 받아들인 데다 재배지역은 고지대”라며 “이로 인해 대만의 과일과 차는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본토의 과일과 차보다 선진적이란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홍콩의 한 차 쇼핑센터에선 대만산 우롱차의 가격이 한 팩에 200홍콩달러다. 푸젠(福建)성에서 만든 같은 종류의 우롱차보다 3배 이상 비싸다. 대만에 인접한 푸젠성은 기후 등이 대만과 비슷하다. 홍콩에 사는 시민 수잔 창은 SCMP에 “빵 등 대만 음식에선 고풍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SCMP는 “양안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어 당장 중국 정부가 수입 중단 조치를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렇다고 중국 소비자들이 향후 몇달 안에 대만산 제품의 대체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윌리엄 충 연구원은 NYT에 “중국이 대만에 대해 징벌적 경제 제재와 제재를 가하는 것은 뺨을 때리려다 코를 자르는 것과 같다”며 “대만과 중국의 경제 관계는 2~3개월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