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만났나요' 자가진단 테스트로 부패 막겠다는 경찰

중앙일보

입력 2022.08.16 13:34

업데이트 2022.08.16 18:51

#. 경기도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는 지난달 19일 2심에서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은수미 전 성남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던 2018년 10월 은 전 시장 측에 경찰 수사보고서를 보여줬다는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 지난 5일엔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 검찰 수사관 B씨는 검찰 수사관 출신 쌍방울 임원에게 수사 기밀인 계좌 압수수색영장 정보를 유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구속됐다. 쌍방울 관련 수사 자료가 최근 외부에 유출된 정황을 확인한 수원지검 자체 감찰 수사 결과였다.

경찰청, 반부패 대책 내실화

경찰청이 지난달 도입한 반부패 대책 관련 '자가진단시스템' 첫 화면. 사진 경찰청

경찰청이 지난달 도입한 반부패 대책 관련 '자가진단시스템' 첫 화면. 사진 경찰청

 사건 관계인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해 문제가 되는 일이 경·검에서 앞다퉈 발생하는 가운데 16일 경찰청이 먼저 예방책을 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인권담당관실은 경찰청이 반부패 내실화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말부터 내부망에 ‘자가진단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관계인, 불법업소 종사자, 유착 우려 업소 등에 취업한 퇴직경찰관 등과의 사적 만남을 금지하는 사적접촉 통제제도에 대한 일선 경찰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규정만으론 어떤 사람이 접촉 신고 대상인지 모르겠다” 등 현장의 토로를 반영한 조치다.

자가진단시스템 질문 구성. 사진 경찰청

자가진단시스템 질문 구성. 사진 경찰청

 자가진단시스템은 ‘귀하가 접촉한 사람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각 상황에 따라 총 1~7단계로 구성된다. 접촉 인물이 누군지→어떻게 만났는지→그 이유 등을 순서대로 물으면서 경찰관 스스로 상대방이 접촉 통제 대상인지 판별할 수 있게 돕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종의 심리테스트처럼 구성돼 사적 접촉 통제제도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직관적 이해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편 사건문의·사건청탁을 받았을 경우 내부 「청탁신문고」에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형사사법포털(KICS) 첫 화면에 ‘바로가기’ 기능을 설치했다.

사진 경찰청

사진 경찰청

 다만 한편에서는 해당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방안들이 모두 경찰관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제도라서다.

한 일선 경찰관은 “인적 네트워크로 움직이는 조직에서 상사나 동료의 문의를 모른 척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도 “실효성보다는 경고성에 가까운 정책”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자진 신고 때 징계를 감면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등 제도 정착을 최대한 유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 부서에서는 경찰청 공무원행동강령상 부적절한 사적 접촉을 금지하는 ‘사건 관계인’의 범위를 고소인·피의자·법률대리인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본다면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한 경찰관이 민원인을 사적으로 만나 성관계한 사건 같은 부적절한 사건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건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경찰이 접촉하지 말아야 할 사건 관계자를 넓게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수사를 하는 이들에겐 승진 등 당근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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