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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대선서 루토 부통령 당선…대혼돈 속 50.49% 득표

중앙일보

입력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윌리엄 루토(55·왼쪽) 후보가 15일(현지시간) 당선됐다. 이날 루토 후보 나이로비 케냐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BC) 보마스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윌리엄 루토(55·왼쪽) 후보가 15일(현지시간) 당선됐다. 이날 루토 후보 나이로비 케냐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BC) 보마스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주일 전 치러진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윌리엄 루토(55) 후보가 박빙 승부 끝에 당선됐다고 케냐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했다고 AP·AFP·블룸버그 통신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관위는 이날 현 부통령인 루토 후보가 50.49%의 득표율로 오랜 야당 지도자 출신의 라일라 오딩가(77)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오딩가 후보는 득표율 48.85%를 차지해 근소 차로 패배했다.

루토 당선인은 국민들이 과거처럼 출신 종족 테두리에 안주하지 않고 이슈 중심으로 투표에 임했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뒤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보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자인 오딩가 후보에게 감사하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면서 복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선관위 공식 발표에 앞서 7인의 선거관리위원 중 부위원장 등 4명이 기자들에게 투표 결과를 취급하는 과정이 불투명했다며, 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혀 혼란이 빚어졌다.

와풀라 체부카티 선관위원장은 “나는 협박과 괴롭힘에도 이 자리에서 헌법에 따라 의무를 다했다”며 “루토 윌리엄 사모이가 적법하게 대통령으로 선출됐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당초 투표 앞 여론조사 공표 시한까지는 오딩가 후보가 조금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박빙 승부 끝에 결과는 거꾸로 루토 후보의 승리로 나왔다.

케냐 대선 결과. 연합뉴스

케냐 대선 결과. 연합뉴스

투표일 이후 거의 일주일이 되도록 개표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지난 2007년, 2017년 선거 후 폭력을 경험한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증폭되기도 했다.

케냐에서는 2007년 부정선거 시비로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017년 대선도 대법원에서 투표 조작을 이유로 재선거를 지시하면서 혼란 와중에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선관위는 5년 전과 같은 조작 시비가 불거지지 않도록 온라인으로 투표소별 4만6000건 이상의 개표 결과를 공개하는 등 미디어가 이전과 달리 활발한 개표 중계를 했다.

그러나 워낙 막상막하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져 양대 후보들의 지지층이 따로 모여 저마다 승리를 주장하기도 했다. 선관위 발표 전 루토 후보와 오딩가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평온을 당부했지만, 선관위 발표 후 오딩가 후보 출신지인 키수무에선 지지자들이 회전교차로에서 타이어를 불태우며 불온한 기운이 감돌았다.

대통령 후보 라일라 오딩가 지지자들이 15일(현지시간) 케냐 서부 키수무에서 케냐 총선 결과에 항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통령 후보 라일라 오딩가 지지자들이 15일(현지시간) 케냐 서부 키수무에서 케냐 총선 결과에 항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총리를 역임한 오딩가 후보는 다섯 번째 대통령직 도전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오딩가 후보는 케냐타 현 정부 취임 전인 2008~2013년 총리를 지냈으며, 야당 지도자로서 ‘정권 교체’를 내세워 높은 당선 기대감으로 이번 선거에 임해왔다.

이번 선거는 대선 이외에 총선과 지방선거 등도 동시에 치러졌다. 케냐는 40년 만의 가뭄으로 주로 북부 지역에서 410만 명의 주민이 식량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9일 케냐 47개 주 전역에서 실시된 이번 대선에는 등록 유권자 2200만 명 중 약 65%가 참여해 지난 2017년 대선 78%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심각한 생계난과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 등으로 케냐 청년들은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환멸을 비난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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