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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 천지 오름서 '쉘 위 댄스'…제주 화성인과 그의 특별한 신부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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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독자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인연에 담긴 사연을 보내 주세요.
가족, 친구, 동료, 연인 등에 얽힌 어떠한 사연도 좋습니다.
아무리 소소한 사연도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아울러 지인을 추천해도 좋습니다.
추천한 지인에게 ‘인생 사진’이 남다른 선물이 될 겁니다.

'인생 사진'은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https://bbs.joongang.co.kr/lifepicture
             photostory@joongang.co.kr

나무뿌리가 돌을 품어 하나가 되었듯 자칭 화성인 경진 씨와 스윙 댄스 챔피언 해인 씨는 그렇게 하나가 되려 합니다.

나무뿌리가 돌을 품어 하나가 되었듯 자칭 화성인 경진 씨와 스윙 댄스 챔피언 해인 씨는 그렇게 하나가 되려 합니다.

오름을 좋아하는 제주 노총각과 춤을 좋아하는 서울 여자가 있습니다.

제주 노총각은 서울에 살다가 제주로 무작정 내려와서 오름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서울 여자는 스윙 댄스 세계 챔피언입니다. 국내외 수많은 대회에서 수상했지요. 덕분에 코로나 19전까지 30개국 이상에서 초대받아 현지에서 스윙 댄스 강습을 하고 여행을 했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해외를 나갈 수 없었고, 머리를 식히러 제주에 왔다가 제주 총각인 저를 만났습니다.

경진 씨가 해인 씨의 손을 이끕니다. 해인 씨에게 낯선 길이지만 이젠 서로의 길이 될 터입니다.

경진 씨가 해인 씨의 손을 이끕니다. 해인 씨에게 낯선 길이지만 이젠 서로의 길이 될 터입니다.

저는 제주에도 해외처럼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걸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매일 오름에 데려갔습니다. 고 김영갑 작가님의 숨결이 스며있는 용눈이오름과 김영갑 두모악 갤러리에도 갔고요. 그녀는 바다를 더 좋아하지만, 남자를 따라 오름을 하나둘씩 오르기 시작하며 오름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둘은 사귀었고, 마침내 결혼도 약속했습니다. 저희는 제주라는 멋진 섬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오름 사진작가로 활동하지만, 정작 제 사진을 찍은 적이 없습니다. 삼각대로 저희 웨딩 스냅사진을 찍기도 힘들더라고요.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과 숲을 배경으로 우리의 인생 사진을 찍어서 그녀에게 선물하고, 결혼식 날 하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제주에서 최경진 올림


서우봉은 경진 씨에게 직장과 같은 곳입니다. 그가 가장 많이 오르는 오름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하나가 아니라 둘이 그곳에 오릅니다. 전기세, 임대료, 관리비 없는 천혜의 자연에서 둘이 함께 꾸는 꿈이 날아오를 겁니다.

서우봉은 경진 씨에게 직장과 같은 곳입니다. 그가 가장 많이 오르는 오름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하나가 아니라 둘이 그곳에 오릅니다. 전기세, 임대료, 관리비 없는 천혜의 자연에서 둘이 함께 꾸는 꿈이 날아오를 겁니다.

사연을 보낸 최경진 씨를 압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면식도 없지만, 그가 찍은 사진을 아는 겁니다.

언젠가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그가 찍은 사진을 봤습니다. 무척 아름다운 한 가족의 사진이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그 사진은 휴대폰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다음부터 그가 찍은 사진을 심심찮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로 온 손님의 여행가이드를 하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이 또한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다만 자신이 찍힌 사진은 셀프카메라로 촬영한 게 다였습니다. 남 사진 찍느라 정작 자신을 번듯하게 찍은 사진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그를 인생 사진의 주인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들은 조그마한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드는 꿈을 함께 꿉니다. 그곳에서 강연이든, 춤이든 매일 매일 다른 문화 콘서트를 열 작정입니다.

그들은 조그마한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드는 꿈을 함께 꿉니다. 그곳에서 강연이든, 춤이든 매일 매일 다른 문화 콘서트를 열 작정입니다.

제주에서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둘이 만나게 된 사연을 경진 씨에게 물었습니다.

“저희가 둘 다 스윙 댄스를 하는데요. 활동 영역은 많이 다르기에 그냥 얼굴만 알고 있었죠. 사실 해인 씨는 스윙 댄스 챔피언이라 이 세계에선 아주 유명합니다. 그러니 저는 감히 쳐다볼 엄두도 못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인 씨가 19개월 전 손님으로 제게 온 겁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었어요. 하하”

경진 씨는 싱글벙글하며 말했습니다. 말에도 경쾌한 리듬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해인 씨에게도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원래 저도 서울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해볼까 하는 맘에 여행 왔다가 얼굴로만 알고 지내던 경진 씨에게 온 거죠.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투어도 하고 그러면서 주변 경치 보면서 집도 좀 볼까 했는데 사람이 보인 겁니다. 하하”

경진 씨와 마찬가지로 해인 씨도 말하는 리듬이 같았습니다. 그만큼 둘은 경쾌하고 유쾌했습니다,

소똥 천지 오름에서 소똥을 어렵사리 피해 다니는 해인 씨 손을 경진 씨가 처음 잡아줬습니다. 그 첫 손을 잡았던 소똥 천지 오름에서 둘은 다시 손을 잡고 춤을 춥니다.

소똥 천지 오름에서 소똥을 어렵사리 피해 다니는 해인 씨 손을 경진 씨가 처음 잡아줬습니다. 그 첫 손을 잡았던 소똥 천지 오름에서 둘은 다시 손을 잡고 춤을 춥니다.

“그런데 해인 씨가 스윙 댄스챔피언이라는 얘기가 무슨 이야기인가요?”
“ 하하 제가 유럽, 미국 등에서 열린 대회에서 네 번 챔피언을 했어요. 2011, 2012년, 2014년 그리고 2017년에요. 스윙 댄스가 모두 다섯 부분으로 경쟁하는데 한 부분만 빼고 다 우승한 겁니다.”

사실 잘 몰랐던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춤에 문외한인 터였기에….
해인 씨는 스윙 댄스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스타였던 겁니다.

사진은 오롯이 경진 씨가 추천하는 곳에서 찍기로 했습니다. 그는 제주의 오름 368개 중 100여곳을 속속들이 알며, 수많은 사람을 찍어왔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추천하는 곳이 최고의 장소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진씨는 자연을 보존하면서 자연의 숨은 매력을 알려주는 일을 합니다. 해인 씨는 자연의 숨은 매력을 들려주는 경진 씨의 숨은 매력을 알 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진씨는 자연을 보존하면서 자연의 숨은 매력을 알려주는 일을 합니다. 해인 씨는 자연의 숨은 매력을 들려주는 경진 씨의 숨은 매력을 알 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남달랐습니다.

“여기에 오는 여행객들은 특히 외국인들은 무조건 가는 뻔한 코스가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장소인데 너무 뻔한 데만 가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좀 새로운 데를 알려주면 어떨까 싶어서 연구하다 보니 오름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건 풍경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입니다. 이를테면 오름에, 사람에, 제주에, 역사에 담긴 이야기들을 그들에게 들려줬습니다.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사진 찍으면서 배경이 되는 곳에 대해서 또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죠. 제주는 이쁠 뿐만 아니라 참 슬픈 이야기를 품은 섬이니까요.”

서우봉으로 올랐습니다. 그가 정상으로 오르기 전 샛길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지금이야 이 길이 동굴로 잘 들어갈 수 있게 닦여져 있지만, 4.3 사건이 터졌을 때는 여기 함덕 주민들이 숨어 있던 곳이었습니다. 혹시 ‘빗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제주에선 당시 동굴 주변에서 망을 보던 아이들을 ‘빗개’라 불렀습니다. 아이들은 덩치가 작으니까 억새 같은 데 숨어 있다가 뭔가 수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동굴 안에 있던 사람에게 신호를 보낸 거죠.”

그를 찾은 사람들에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랬습니다.

이야기를 품은 숲은 더 신비롭습니다. 그러니 이야기가 더해진 풍경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이야기를 품은 숲은 더 신비롭습니다. 그러니 이야기가 더해진 풍경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이렇듯 그가 들려준 이야기로 인해 풍경이 풍경에 그치지 않고 아렸던 시절의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그들과 함께 신비스러운 숲길을 걸었습니다. 나무줄기는 온통 콩자개 덩굴로 덮여 있고, 나무뿌리는 돌을 껴안고 있는 그런 숲이었습니다. 그는 이 숲을 ‘곶자왈’이라고 했습니다.

“용암이 흘러내린 곳에 형성된 숲을 ‘곶자왈’이라고 합니다. 나무들을 보세요. 앙코르와트의 나무처럼 뿌리가 돌을 감싸고 있죠. 오래전 용암이 길게 뱀처럼 흘러가다가 굳어졌는데 또 거기에 다른 용암이 밀고 들어와 부푼 겁니다. 거기에 자란 나무가 돌과 하나의 몸이 된 거죠.”  

경진 씨가 역사뿐만 아니라 숲이 형성된 생태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아름다운 데다 이야기까지 품은 곶자왈이니 더 신비롭게 여겨졌습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해인 씨와 산을 좋아하는 경진 씨에게 바다와 오름이 어울린 제주는 더할 나위 없는 천혜의 공간입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해인 씨와 산을 좋아하는 경진 씨에게 바다와 오름이 어울린 제주는 더할 나위 없는 천혜의 공간입니다.

사실 경진 씨는 자신을 ‘화성인’ 칭하거니와 지인들 또한 그를 ‘화성인’이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만큼 그의 삶의 이력이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때 제가 천문동아리에서 활동했었거든요. 동아리에서 들어가면 선배님들이 꼭 새내기들 별명을 지어줘요. 새내기랑 어울리는 보통 예쁜 이름을 지어주기 마련인데 어떤 선배가 저를 딱 보더니 ‘너는 화성인 해’라더라고요. 하하. 그 이후로 사람이 이름을 따라간다고 점점 저도 화성인처럼 되어가더라고요. 히말라야를 한 10번 이상 다녀 왔고요. 가서 선크림 안 바르고 다니니 현지인과 똑같이 됩니다. 그때 스스로 찍은 제 사진이 얼굴은 새까만 데다 이빨만 새하야니 영락없는 화성인입니다. 게다가 멀쩡한 직장도 계속 그만두고 했습니다. 아무리 안정적이어도 매너리즘에 빠지면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남한테 피해만 주지 말고 인생을 즐겨보자는 맘으로 훌쩍 떠나곤 했던 거죠. 제주에 올 때도 이불 하나 달랑 들고 왔습니다. 이러니 다들 저를 화성인이라고 하는 겁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해인 씨에게 질문했습니다.

“이런 화성인과 결혼하는 게 걱정되지 않으세요?”
“ 저희는 같은 꿈이 있어요. 매일 다른 문화 콘서트를 여는 문화 공간 같은 걸 만들 꿈이요. 예를 들면 강연도 할 수 있고 아니면 자유롭게 춤을 추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러면서도 1년에 적어도 한 달 이상은 해외로 여행을 가는데 그중에 적어도 보름 정도는 따로 놀자고 합의했어요. 같이하되 각자 여행 취향을 존중하자는 의미죠.”
경진 씨는 그간 해인 씨에게 50여 오름을 보여줬습니다. 모두 368개의 오름이니 앞으로 더 갈 곳이 많습니다.

경진 씨는 그간 해인 씨에게 50여 오름을 보여줬습니다. 모두 368개의 오름이니 앞으로 더 갈 곳이 많습니다.

화성인과 만나 결혼을 앞둔 스윙 댄스챔피언의 이야기 또한 화성인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닮은 듯하나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그들, 이제는 서로 아주 닮아가는 중입니다.

오랫동안 닮은 듯하나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그들, 이제는 서로 아주 닮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활짝 웃는 둘,
닮아도 무척 닮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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