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여야만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걸까요? 사실 지적장애를 동반한 자폐인이 많고, 그래서 자립이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거든요. ‘우영우’가 반가우면서도 마냥 좋지 않은 건 그래서죠.
지난 9일 만난 김효진 작가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10살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 연재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낌꼬’라는 필명으로 연재 중인 그의 웹툰 제목은 ‘쪼꼼한 일기장’이다.
김효진 작가는 “주인공의 동생이 장애인으로 설정되는 등 주인공의 불행 서사를 강화하는 장치로 등장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앞으로 나아갔다”면서도 “그럼에도 현실과 달리 천재로 설정되는 걸 보면 쓸모를 증명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나 싶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일상을 웹툰으로 그리고 있는 김효진 작가가 자신의 웹툰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그가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 건 아이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우고 싶지 않아서다. 장진영 기자
Part1. 장애로 주목받지 않는 인물이 보고 싶어요
김효진 작가는 “장애, 특히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전면에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잘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적나라한 장면 묘사에 가슴이 무너져내리기도 하고, 현실과 거리가 먼 설정을 보고 있으면 박탈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 보는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 그에겐 드라마를 보는 일마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 그런 생각은 못 해봤는데, 천재라는 설정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 장애아 양육자를 위한 교육에 간 적이 있어요. 강사로 오신 분이 이런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여기 오신 부모님 대부분이 우리 아이가 크면 우체국이나 공장에 취직하거나 바리스타나 파티쉐로 일할 거라고 생각하시죠?”. 다들 “네” 했죠. 그런데 이러시는 거예요. “그런 아이들은 엘리트입니다”라고요. 대부분은 취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 그럼 어떻게 지내나요?
- 양육자들의 고민이 바로 그거에요. 학교 다닐 때는 상황이 나아요. 갈 곳이 있잖아요. 학교가 울타리가 되어주는 거죠. 곁에서 도움 주는 사람이 없어 7년 동안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장애인도 있었다고 해요. 그런 상황이 지속하면 지적 장애인은 장애가 더 악화할 수밖에 없죠.
- 보통 어떻게 하죠?
- 그날 교육에서 알려준 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 지였어요. 그럴 때 다닐 수 있는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알려주더라고요. 지적 장애인의 현실이 이래요. 그런데 미디어에선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졌지만,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천재 변호사가 나오잖아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만 그런 게 아니에요. ‘굿닥터’에선 자폐인이 천재 의사로 나왔고, 영화 ‘증인’에서도 지능이 높은 거로 설정됐어요. ‘내 아이가 천재여야만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