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보령머드축제, 장흥물축제 같은 주요 축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축제에 목말랐던 많은 사람이 한 데 모여 뜨거운 여름을 즐겼다. 축제의 활기는 그립지만 아직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문화재 야행'은 어떤가. 문화재 야행은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함께 여는 문화 잔치다. 축제보다는 차분하게 거리두기를 지키며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어 가족여행에 제격이다. 낭만적인 조명이 어우러진 '야경(夜景)', 밤에 감상하는 공연 '야설(夜說)', 밤에 즐기는 먹거리 '야식(夜食)' 등 8개 주제로 진행한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재개했는데 올해 45개 지역에서 야행이 열린다. 늦여름 즐길 만한 야행 네 개를 소개한다.
피란수도 부산 문화재 야행 8월 19~20일
부산에서는 '피란수도 부산 문화재 야행'을 개최한다. 부산은 문화재도 이야깃거리도 많지만 이번 야행에서는 1023일간 수도 역할을 했던 한국전쟁 시대에 집중한다. 임시수도 정부청사, 대통령관저, 부산전차, 영도대교 등 사연 많은 문화유산이 수두룩하다. 야행 기간, 문화재에 조명을 밝히고 전시·공연·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근대 부산의 모습을 감상하고 피란민의 생활상까지 엿보는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 신청제로 운영한다.
군산 문화재 야행 8월 25~27일
군산 원도심은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밤마실을 즐기기 좋은 동네다. 일제 때 관청 건물부터 적산가옥까지,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 묘한 분위기가 풍긴다. 25~27일 열리는 문화재 야행은 군산세관, 일본18은행, 조선은행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는 원도심에서 펼쳐진다. 조선은행 뒤편에 마련한 무대에서 클래식, 전통공연 등을 열고 군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상영회도 진행한다. 14개 문화재를 둘러보는 도보해설 투어는 사전 신청을 받는다.
청주 문화재 야행 8월 27~28일
충북도청이 자리한 청주는 행정 도시 이미지가 강하지만 의외로 문화유산도 풍부하다. 27~28일 문화재 야행이 원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청주 원도심에 국보 제41호 '용두사지 철당간'이 있다. 철당간 광장에서 무형문화재인 청주농악, 태평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첫 육지전 승리를 기록했던 '청주성 탈환' 재연 행사도 펼쳐진다. 먹거리 행사도 흥미롭다. 청년뜨락5959에서 청주 전통주와 스페인 음식을 맛보는 장이 서고, 서문시장 삼겹살거리에서는 먹거리 체험 행사가 열린다.
공주 문화재 야행 9월 2~4일
공주 문화재 야행은 1890~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원도심, 제민천 일원에서 근대 공주의 면면을 살피고 야간 조명으로 정취를 더한 밤길을 산책한다. 야행 기간에는 구 공주읍사무소, 중동성당, 포정사 문루 같은 문화재를 야간에 개방해 둘러볼 수 있다. 사전 신청자는 해설사와 함께하는 도보여행도 가능하다. 공주 지역 음악인이 나서는 공연과 관객 참여형 연극, 지역 작가와 함께하는 북토크 같은 행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감영길' 일원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장도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