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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독한 말에 尹 축사 묻혔다…타이밍 묘한 그의 시간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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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본격적인 여론전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이 새끼, 저 새끼”라고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소위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저를 때리는 데 지령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사람들(윤핵관 등)이 그걸(‘새끼’ 발언) 듣고 ‘아, 대통령이 이준석을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그러니까 쟤 때려도 되겠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며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새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을 방문,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앵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을 방문,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앵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성적은 ‘25점’을 줬다. 그는 ‘25점’을 준 근거로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수치”라며 “25(점)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호남에서의 (지지율) 9(%), 그리고 30~40대에서 13(%), 11(%) 이런 숫자”라고 했다.

양두구육(羊頭狗肉) 발언으로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빗댔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고 해서 나를 개에 비유한 것이냐고 발끈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자신은 그저 사자성어 사용했을 뿐인데, 일부 당 인사들이 이를 오해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진행자가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과 결별 선언인가’라고 묻자 “결별 선언 할 것 같으면 이렇게 안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완전히 관계를 끊지는 않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과 저의 문제는 상당부분 오해에서 기인됐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준석 타임테이블, 윤 대통령 저격에 맞췄나 

이 대표의 이날 여론전 시작 시점을 두고 “윤석열 정부에 재뿌리기 하려는 것”(국민의힘 관계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은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광복절 축사가 예정돼 있는 날이었다. 이 대표가 광복절 경축식 2시간 반쯤 전에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독한’ 말을 쏟아내는 바람에 윤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뉴스는 상대적으로 묻혔다.

이 대표의 반격은 윤 대통령 취임 100일(오는 17일)을 앞두고 시작됐다. 지난 10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여론전을 시작했다. “이 대표의 타임테이블이 윤 대통령 저격에 맞춰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는 특히 13일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집중호우가 끝난 뒤에 기자회견을 하는 게 그래도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라 생각해서 날짜를 정했던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폭우 대응과, 폭우 피해 속에서도 비대위 전환을 가속화하고 ‘막말’ 논란까지 일으킨 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10일 가처분 신청 당시에도 이 대표는 한 언론에 “‘절대 반지(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이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심려가 큰 상황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비대위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문이 오는 17일 열리는데, 이르면 당일 결과가 나온다. 그럴 경우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뉴스도 법원 결정에 묻힐 수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여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 발목을 잡아 지지율 떨어질 가능성 높여주는 드문 케이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나경원 전 의원. 연합뉴스

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나경원 전 의원. 연합뉴스

당내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이 대표의 문제를 당을 향한 불만, 기존 세력에 대한 불신, 부족한 공인의식 세 가지로 꼽았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새끼’ 발언을 언급한 데 대해 “(바른미래당 시절) 안철수(의원)에게 막말을 했다. 그것을 문제를 삼았더니 ‘사담으로 한 거니까 괜찮다’고 본인이 말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와 가까웠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더이상 이준석 신드롬은 없다”며 “막말을 쏟아 내면서 떼를 쓰는 모습은 보기에 참 딱하다”고 썼다.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를 만들어 이 대표를 지원했던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조차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너무 솔직했다”며 “거부감도 분명히 있기에 그 부분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가처분 인용되면, 윤핵관 정계개편 시도할 수도”

이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 결과는 이르면 17일 나올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이 대표와 국민의힘 운명도 결정된다.

 2019년 10월 2일 이준석 당시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해 10월 20일 비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이 최고위원이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욕설과 비속어를 동원한 명예훼손성 발언을 했다"며 직위해체 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사석에서의 대화가 녹취된 것을 바탕으로 징계를 논의한 것은 유감이다. 사석에서는 정치 상황에 대해 어떤 대화든지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뉴스1

2019년 10월 2일 이준석 당시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해 10월 20일 비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이 최고위원이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욕설과 비속어를 동원한 명예훼손성 발언을 했다"며 직위해체 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사석에서의 대화가 녹취된 것을 바탕으로 징계를 논의한 것은 유감이다. 사석에서는 정치 상황에 대해 어떤 대화든지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뉴스1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비대위 전환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 대표는 계속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CBS 유튜브에 출연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누가 창당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창당하진 않을 것”이라며 “(윤핵관과 그 호소인들이) 정계개편 이런 걸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른바 윤핵관들의 ‘이준석 축출’이 법원 결정으로 무위로 돌아가면 그들의 창당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이 대표의 여론전도 힘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대표는 자신이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윤핵관들이 명예로운 은퇴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출마선언을 하겠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그거 하나로 끝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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