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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고인돌 훼손한 김해시, 문화재청 “법적조치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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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세계 최대 규모로 추정된 경남 김해에 있는 ‘구산동 지석묘’ 복원·정비사업 전경. [사진 김해시]

세계 최대 규모로 추정된 경남 김해에 있는 ‘구산동 지석묘’ 복원·정비사업 전경. [사진 김해시]

경남 김해시가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 없이 세계 최대 규모의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기념물 제280호)’ 복원·정비공사를 진행하다 묘역 원형을 훼손한 것과 관련, 문화재청이 현장조사를 벌였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관심이 주목된다.

문화재청은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를 통해 지난 11~12일 이틀간 경남 김해 소재 ‘구산동 지석묘’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김해시가 지석묘 복원·정비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박석(바닥돌) 아래 청동기시대 문화층(文化層·유물이 있을 수 있어 과거 문화를 아는 데 도움 되는 지층)을 얼마나 훼손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지난 7일 문화재청은 “정비공사 과정에서 김해시가 매장문화재법을 위반, 무단으로 (매장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현장조사와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에 따르면 이미 확인된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현상을 허가 없이 무단 변경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관계자는 “구체적인 훼손 상황 등 현장조사 결과는 이번 주중 밝힐 예정”이라며 “법적 조치에 앞서 진행한 조사로, 당연히 (법적 조치는) 들어간다. 경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 하게 될 것”이고 말했다.

앞서 김해시는 지석묘의 상석(덮개돌) 아래 묘역을 표시하는 박석(바닥돌)을 하나하나 들어내 세척·표면 강화처리를 한 뒤 다시 그 자리에 되돌려놓는 정비공사를 진행했다. 문화재청은 이 과정에서 박석 아래 문화층을 건드려 일부가 손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해시가 정비공사 과정에서 문화재청과 사전협의 없이 무단으로 분리해놓은 ‘박석(바닥돌)’ 모습. [사진 김해시]

김해시가 정비공사 과정에서 문화재청과 사전협의 없이 무단으로 분리해놓은 ‘박석(바닥돌)’ 모습. [사진 김해시]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현상을 변경하려면 문화재청과 사전협의를 통해 문화재 보존대책을 수립·이행하는 절차가 필요했지만, 김해시는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해시는 지난해 지석묘 복원·정비 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도 경남도 문화재위원들로부터 “모든 정비(안)은 국가사적 지정과 병행하고 사전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았지만, 사실상 이를 무시했다.

결국 김해시는 지난 8일 문화재청에 ‘국가 사적 지정 신청’ 철회를 요청했다. 구산동 지석묘의 국가 사적 승격을 추진하던 김해시는 지난 1월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한 바 있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지난 11일 구산동 지석묘 훼손된 것에 대해 “우선 죄송하다”며 “고인돌 외에 박석까지 문화재여서 문화재청과 의논하고 허락을 받았어야 했는데 김해시가 임의대로 해석해 그렇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구산동 지석묘는 2006년 김해시 구산동 택지지구개발사업 당시 발굴된 유적이다. 학계에서는 고인돌 상석 무게가 350t,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묘역시설이 약 1600㎡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인돌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김해시는 지석묘 규모가 큰 데다 당시 발굴 기술과 예산 확보에 따른 어려움 등을 이유로 흙을 채워 보존해왔다. 그러다 16억여원을 예산을 확보, 2020년 12월부터 구산동 지석묘 정비공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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