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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냉각수 부족…프랑스 원전 절반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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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유럽에 닥친 유례없는 가뭄으로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물 부족으로 직격탄을 맞은 수력 발전은 물론 원자력 발전도 냉각수 부족 등의 이유로 가동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가뭄이 계속될 경우 올겨울 유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BC에 따르면 프랑스 원전 56기 중 절반가량이 가뭄에 이은 물 부족 사태로 가동을 멈춘 상태다. 강과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원전은 저수율이 낮아지거나 수온이 올라가면 가동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니아 세네비란트 취리히연방공대 교수는 “강물의 온도가 높아지고,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방출되는 고온의 물이 강에 사는 물고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전력 공급 어려움을 겪자, 일부 원전의 경우 고온의 물 방출을 허용하는 고육책을 쓰는 중이다.

BBC에 따르면 유럽의 전력망은 서로 연결돼 있다. 프랑스는 부족한 전력을 영국에서 충당하고, 또 노르웨이는 영국에 에너지를 수출하는 식이다. 이로 인해 프랑스의 전력 수급 위기는 영국에도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무더위로 영국도 화력·원자력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 등 전 분야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의 경우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노르웨이도 저수지의 물이 다시 채워지지 않으면 영국으로의 에너지 수출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캐서린 포터 와트-로직 에너지 컨설턴트는 “영국과 프랑스의 시스템이 동시에 압력을 받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력 발전도 심각한 상황이다. BBC에 따르면 유럽의 수력 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량은 최근 약 20% 감소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상황이 심각하다. 이탈리아의 경우 전체 전력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수력 발전은 최근 1년간 전력 생산량이 40% 감소했다. 라이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스페인의 수력 발전도 같은 기간 44% 줄었다.

파비안 뢰닝겐 라이스타드에너지 연구원은 “수력 발전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40%나 줄었다는 점은 극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력 발전을 하는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발전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디 리치 국제수력발전협회 회장은 “당장 올겨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향후 몇 년간 인프라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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