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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에서 뜬눈으로 지새는 이재민들...시민들은 모금운동 나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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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 8일째지만 더딘 복구정책에 이재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마련한 수해 대책이 확실하게 집행되지 않거나 전파가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된 서울 송파구 오금동 한창호(60)씨의 집. 한씨는 인근 사우나에서 생활 중이다. 사진 한씨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된 서울 송파구 오금동 한창호(60)씨의 집. 한씨는 인근 사우나에서 생활 중이다. 사진 한씨

오금동 침수 40가구 사우나 전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한창호(60)씨는 이번 집중 호우로 집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일주일째 사우나를 전전하고 있다. 그는 “우선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며 “집에 가서 온종일 청소하고 사우나에 돌아와도 앞날이 걱정되고 잠자리가 불편해 뜬눈으로 지새울 때가 많다”고 했다.

송파구는 서울가원초등학교 체육관에 이재민 임시 주거용으로 텐트(6인용) 21개를 설치했다. 이곳에는 비닐하우스 등에 집중 피해를 본 문정동 화훼마을 주민들이 머물고 있다. 반면 오금동 40여 가구 이재민은 임시 주거시설을 이용하라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씨는 “답답한 마음에 주민센터를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건 ‘아직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기다리라’는 대답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금동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나갔을 땐 임시 거처를 마련할 만큼 필요성은 못 느꼈다”며 “물을 퍼내는 등 복구에 집중하다 보니 이재민 거처까진 신경을 못 썼다. 곧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침수된 서울 관악구 신사동 신정호(24)씨 가족의 집. 세탁기와 옷 몇 벌을 제외하곤 모두 버린 상태다. 사진 신씨

침수된 서울 관악구 신사동 신정호(24)씨 가족의 집. 세탁기와 옷 몇 벌을 제외하곤 모두 버린 상태다. 사진 신씨

집주인은 “알아서 수리해라” 

이런 가운데 일부 세입자 이재민은 임대인과 갈등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사동 반지하 주민 신정호(24)씨 집은 이번 폭우로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한 피해액만 1500만원~2000만원에 이른다. 그는 “주민센터를 찾아 지원 방법이 있는지 물었지만, 아직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며칠 전만 해도 집주인이 ‘장판·벽지 등은 새로 마련해주겠다’더니 갑자기 ‘주변에선 다들 지원금도 집주인과 세입자가 반반 나누어 가진다는데 우리가 수리해줄 이유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네 가족이 한 텐트에서 지내는 게 불편해 가능하면 계약 기간 만료일인 내년 5월까지 살던 곳에서 지내려 했지만, 서울시가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긴급 주거 수요조사도 일주일째 ‘진행 중’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현재 SH공사가 긴급주거지원을 위해 확보할 수 있는 임대주택은 총 397가구다. 15일 오전 9시 기준 서울지역 이재민은 5105명이다. 이 가운데 3908명이 민간 숙박시설, 체육관, 주민센터 등에 머무르고 있다. SH 공사 측은 “긴급 주거지원용 주택 거주 우선순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청약이 아니라 일시적인 거주 지원인 만큼 소득 증빙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2022년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에 명시되어 있는 임시주거용 조립주택 지원 방안. 사진 서울시

행정안전부 '2022년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에 명시되어 있는 임시주거용 조립주택 지원 방안. 사진 서울시

이와 관련 서울시는 “임시시설에 장기간 거주하게 되면 재해구호 측면에서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아직 수요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 자발적 모금활동 나서 

모금 종료를 안내하는 차종관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하루만에 960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사진 차씨

모금 종료를 안내하는 차종관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하루만에 960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사진 차씨

한편 시민들은 이재민 돕기 모금 활동에 나섰다. 서울 동작구 주민 차종관씨는 지난 11일 “반지하 집이 물에 잠겨 피해액이 700만원에 이르지만 도움받을 곳이 없다”며 SNS에 모금 계좌가 담긴 게시글을 올렸다. 그 결과 하루 만에 119명이 총 960만원을 보탰다. 차씨는 “이 돈 가운데 가재도구를 사고 남은 200만원은 다른 이재민 등에 후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씨에게 기부한 박지영(25)씨는 “집주인도 세입자도 사정이 딱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카오 같이가치에서 모금중인 '호우피해긴급모금.' 사진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 같이가치에서 모금중인 '호우피해긴급모금.' 사진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에도 ‘호우피해긴급모금’ 코너가 생겼다. 15일 오후 6시 기준 총 8만 3079명이 1억 8136만원을 냈다. 모금 참여 희망자는 모금함 페이지에서 원하는 금액을 직접 기부하거나 댓글 작성으로 돈을 낼 수 있다. 이용자가 댓글을 작성하면 1000원, 응원 또는 공유하면 100원을 추가로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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