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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병상 절반 남았다는데…"구급차 실려 4시간 떠돈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서울소방 119 구급대원들이 확진자를 이송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1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서울소방 119 구급대원들이 확진자를 이송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재택치료 중이던 만삭의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는데, 받아주는 병원이 없더라고요. 한 시간 동안 열 군데 넘는 병원에 연락해서 겨우 이송할 수 있었어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원 이송 체계에도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119 구급대원 A씨는 일주일 전 재택치료 중 양수가 터진 임신부를 이송하기 위해 의정부와 김포, 인천 지역까지 연락을 돌렸지만, 격리병상이나 의료진 여력이 부족해 모두 환자 받기를 꺼렸다고 한다. 병원을 수소문하던 끝에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확진 산모의 분만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환자는 신고 후 1시간 50분 만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3~4시간 구급차에 실려 떠돌기도”

A씨는 임신부처럼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고령인 확진자 중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는 분들은 큰 병원의 중환자실로 가야 하는데 병상 배정이 잘 안 된다”며 “중증 환자인 겨우 보통 3~4시간 정도 구급차를 타고 떠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구급대원들과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구급대원들과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전국적인 통계를 보면 병상이 부족한 건 아니다.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국에 보유 중인 중환자 전담치료 병상의 가동률은 45%다. 1790개 중 사용 중인 병상은 805개로 절반 이상이 남아있는 셈이다. 준중환자 병상은 가동률이 65.3%까지 차오르긴 했지만 아직은 1000개 이상 여유가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응급환자가 생기면 보건소를 통해 중앙에서 같이 병상을 알아보는데 최근에는 병상 배정을 못 받아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없었다”라며 “한시가 급한 경우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밀고 들어가서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보건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응급실로 밀고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보건소에서 병상 배정에 적극적이지 않고 중앙에서 집계한 통계와 현장 상황이 다를 때가 많다”라며 “우리가 전화를 돌리는 게 더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로 밀고 들어가라는 건 말이 쉽지, 실제로 밀고 들어가도 격리실이 없는 경우가 많아 매뉴얼대로 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중환자를 주로 돌보는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은 병상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 병상 확보의 문제보다는 운영상의 문제 같다”라며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기 전에 정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위중증 환자 512명으로 한달 전의 8배…고령층 위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날 기준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9명 증가한 521명으로 집계됐다. 4월 29일 526명 이후 108일 만에 가장 많았다. 한 달 전과 비교해보면 위중증 환자 수는 65명에서 521명으로 8.02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중증 환자 중에선 절반 정도(49.14%)인 256명이 80세 이상이었고, 70대가 122명(23.42%), 60대가 79명(15.16%)이었다. 건국대 정은옥 교수 연구팀은 2주 후 672명, 4주 후 919명의 중환자가 발생하고 전파율이 지금의 1.1배가 되면 2주 후 764명, 4주 후 1105명으로 늘 것으로 봤다.

엄 교수는 “확진자 중 60대 이상 고령자가 20%를 넘어가기 시작해 위중증 환자 수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부가 고령자를 중심으로 한 집중관리군 분류를 없애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적어도 사망 위험이 높은 70대 이상은 다시 적극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 대면 진료·먹는 치료제 조기 처방 사활

한편, 방역당국은 집중관리군의 분류를 없앤 대신 원스톱 진료기관 확대를 통해 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고 현재 18% 정도인 60세 이상 확진자의 먹는 치료제 투여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 12일 방대본은 보다 쉽게 먹는 치료제 처방·조제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과목에 관계없이 외래 처방이 가능한 병원급 의료기관을 1000여 개소 이상 확대하고 조제 가능한 담당 약국도 기존 1082개소에서 2175개소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처방은 원스톱 진료기관이나 종합병원 등만으로 제한됐는데 병원 1000여 개소에 제한을 추가로 풀어준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이와 더불어 의료진이 직접 참여해 교육 자료를 만들고 처방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전국 의료기관에 배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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