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가 더 비싼 '가격역전' 10주째…이젠 100원 차이나 난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15 15:12

업데이트 2022.08.15 16:06

7주째 국내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경유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휘발유보다 적고, 경유의 국제적인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48.7원 내린 1,833.2원, 경유는 42.3원 내린 1927.5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7월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당시 최대치인 37%로 확대한 이후 국내 휘발유ㆍ경유 가격은 6주 연속 하락했다. 15일 정오 기준으로도 전국 휘발유ㆍ경유의 평균 가격은 각각 L당 1790.06원, 1888.36원으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동시에 휘발유-경유 간의 가격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주간 단위로는 지난 5월 셋째 주 경유 가격이 200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이후에는 가격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6월 셋째 주부터 이달 15일까지 거의 10주간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둘 간의 가격 차는 6월 셋째 주 1.8원에 불과했지만, 매주 격차를 키워 8월 둘째 주에는 94.3원에 달했다. 15일 기준으로는 98.3원의 차이가 났다. 국내 유가가 가장 비쌌던 6월 다섯째 주 대비 하락 폭을 비교해도 휘발유는 347.6원 내린 반면, 경유는 269.8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가격이 빨리 올랐다. 또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은 유류세를 물리는 국내 세금구조가 유류세 인하에 따른 할인 효과의 차이를 키웠다.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1759원, 경유를 1854원에 판매하고 있다.   [뉴스1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1759원, 경유를 1854원에 판매하고 있다. [뉴스1

사실 경유는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서민 연료’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만 해도 국내에서 경유(L당 1441원)는 휘발유(L당 1646원)보다 200원 이상 쌌다. 하지만 국제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거래된다. 싱가포르 거래소 기준으로 지난해 경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77.8달러, 휘발유는 75.3달러로 경유가 2.5달러 더 비쌌다. 2020년에도 경유(49.5달러)는 휘발유(45.1달러)보다 4.4달러 비쌌다. 주로 승용차에만 쓰이는 휘발유와 달리 경유는 산업 전반에 소비처가 다양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는 주요 경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경유 가격에 불을 붙였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격차는 배럴당 25달러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원유를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고스란히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도 거들었다. 국제 시세와는 반대로 국내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쌌던 이유는 휘발유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렸기 때문이다. 휘발유에는 L당 820원의 유류세(이하 부가가치세 10% 포함)를 부과했지만, 경유는 산업용 연료라는 이유로 581원만 부과했다.

결국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이 더 많은 만큼, 같은 비율로 유류세를 낮추면 그 혜택은 휘발유에 더 많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에 따라 유류세 인하 폭이 50%까지 확대할 경우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시장에서 경유는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앞서고 있다”며 “상당 기간 가격 역전 현상은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내 유가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정부가 유류세를 새로운 최대 한도인 50%까지 인하할지는 미지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최근 유가는 하향 추세”라며 “50% 탄력세율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상황이 오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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