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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항모 대만 향하며 “힘을 통한 평화”…中 반발, 실전 훈련 재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일 필리핀 해에서 미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간판을 F/A-18E 수퍼 호넷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미 7함대는 14일 레이건함이 대만 동부 필리핀해에서 전투태세 유지 훈련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사진 미 해군 웹사이트

지난 2일 필리핀 해에서 미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간판을 F/A-18E 수퍼 호넷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미 7함대는 14일 레이건함이 대만 동부 필리핀해에서 전투태세 유지 훈련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사진 미 해군 웹사이트

미국 해군의 유일한 전방 배치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니미츠급 배수량 10만t)이 대만 인근 필리핀 해에서 전투태세와 치명성을 유지하는 훈련에 돌입했다고 14일(현지시간) 미 7함대가 발표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 전구 육·해·공·로켓군이 대만 봉쇄 훈련을 진행하는 동안 일본 남부 해역으로 물러섰던 미 항모 타격단이 중국군과 교대하듯 대만 동부 해역에 진입한 모양새다. 중국 싱크탱크인 ‘남해전략태세감지(南海戰略態勢感知, SCSPI)’도 14일 “미 해군 항모 레이건함이 8월 12일 전후로 다시 남하해 13일 정오까지 이틀간 이미 서남 방향으로 약 500해리(926㎞) 전진해 현재 오키나와 남쪽 해역에 위치했다”고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레이건함 항로 궤적을 공개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만 해역에 다시 진입한 미 해군은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프레드 골드해머 레이건함 함장(대령)은 “전방 배치 선원으로 레이건함에 탑승한 우리 모두는 ‘힘을 통한 평화’라는 모토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평화를 위협하는 저들에게 오늘이 감히 싸움을 시작할 날이 아니란 걸 분명히 하면서 높은 수준의 전투 역량을 유지할 책임을 지고 있다”며 억지력을 과시했다. 레이건함의 방공 무기 협조관인 패트릭 라이언 중위는 “우리에게 발사될 미사일을 시뮬레이션하고 사전에 계획한 대응을 시행했다”며 “항모 비행단과 협력해 공중 작전을 진행하고 공격 및 방어 자산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미 항모를 겨냥한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상정해 해상 및 공중 대비책을 이미 마련했다는 암시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마이클 도널리 항모 타격단 제독(해군 소장)은 “적대적이고 강압적인 국가의 활동이 증가하더라도 인도·태평양에서 미 해군의 주둔 태세는 변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핵심 목적은 국제 규범을 이해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및 동맹국의 목적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미 항모 타격단의 대만 접근은 이미 예고됐다. 지난 12일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의 기자회견에서다. 캠벨 조정관은 “미국은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라는 오랜 약속과 일치하는 어느 곳에서라도 비행·항해·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는 몇 주 내 대만 해협에서 항공과 선박의 통과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레이건함이 대만에 접근한 14일 미 상·하원 의원 대표단 5명도 대만을 방문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마치고 떠난 지 11일 만이다.

왕이웨이(王義?)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왕이웨이 웨이보 캡처

왕이웨이(王義?)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왕이웨이 웨이보 캡처

中 국방부 “대만 주변서 전쟁 대비 실전 연습”

항모 레이건함의 접근과 의원단의 대만 방문에 중국은 다시 군사 훈련을 경고했다. 스이(施毅) 중국 동부전구 대변인은 15일 오후 14시 41분(현지시간) “15일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만 주변 해·공역에서 합동으로 전쟁을 대비한 경계·순찰과 실전 연습을 진행한다”며 “이는 미국과 대만이 계속해서 정치적 수작으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한 데 대해 엄정하게 겁을 주는 조치”라고 발표했다. 이어 “전구 부대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대만 해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단호하게 수호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도 같은 시간 담화문을 내고 “대만 문제는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중국 통일 과정을 가로막는 어떠한 시도와 행동 모두 반드시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인민해방군은 계속 군대를 훈련해 전쟁에 대비하고, 어떤 형식의 ‘대만 독립’ 분열과 외부 간섭의 계략을 단호히 분쇄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더불어 지구전도 내세웠다. 왕이웨이(王義桅)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대만 봉쇄 훈련이 끝난 10일 잡지 『조국』에 ‘대만과 투쟁하는 길’이라는 기고문을 싣고 “중국은 공간으로 시간을 바꿔 취하고, 대만을 포위해 지원군을 공격하며, 쇠락하는 미국의 남은 힘을 소모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와 세계에 유리한 태극의 지혜”라고 주장했다. 시간은 결국 중국 편이므로 미국과 군사 충돌 대신 지구전에 나서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인도 14일 밤 트위터에 “미국 의원들이 대만 방문을 일상화하고 있지만, 중국 인민해방군 전투기와 전함 역시 해협 중간선 통과와 대만 봉쇄 훈련, 대만 해방도 일상화했다”며 “어느 쪽이 결국 목적을 실현할지 두고 보자”는 글로 왕이웨이 교수의 지구전 주장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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