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만년 2등→포커 세계챔피언…12억 잭팟 터뜨린 이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22.08.15 14:34

업데이트 2022.08.15 20:41

e스포츠 스타 크래프트 프로게이머에서 포커 세계 챔피언으로 변신한 홍진호. 장진영 기자

e스포츠 스타 크래프트 프로게이머에서 포커 세계 챔피언으로 변신한 홍진호. 장진영 기자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는 시상식에서 우승자의 국가를 틀어주거든요. 포커 본고장 라스베이거스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져 감동이었죠.”

지난달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SOP에서 우승한 홍진호(40)를 최근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서 만났다. WSOP는 1년 마다 개최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포커 대회로, ‘축구 스타’ 네이마르(브라질)가 지난 6월에 참가하기도 했다.

2달간 여러 대회가 치러지는데, 홍진호가 우승한 대회에는 865명이 참가비 1970달러(258만원)씩 내고 참가해 3일간 겨뤘다. 파이널 테이블, 둘만 남은 헤즈업에서 홍진호가 태국의 푼낫 푼스리를 꺾었다. Q원페어로 승리해 칩 차이를 25배로 늘리더니, 스페이드 플러시(7장 중 무늬가 같은 5장)로 상대를 올 인(All in) 시켰다.

우승 팔찌 브레이슬릿과 함께 우승 상금 27만6067달러(3억6057만원)를 받았다. 앞서 3주 전 홍진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윈 서머 클래식’ 메인 이벤트에서 우승해 상금 69만6011달러(9억900만원)를 받았다. 두 대회에서만 상금 12억5000만원을 챙겼다.

포커뉴스는 전직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포커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진 홍진호 인스타그램

포커뉴스는 전직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포커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진 홍진호 인스타그램

글로벌 매체 포커뉴스는 “전직 스타 크래프트 선수 ‘옐로’ 홍진호가 포커 명예의 전당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보도했다. ‘옐로’는 홍진호의 스타 크래프트 아이디다. 홍진호는 2000년대 컴퓨터 게임 스타 크래프트에서 종족 ‘저그’로 활약했다. 하지만 공식대회 우승 없이 준우승만 22번 했다. ‘2’는 홍진호를 상징하는 숫자가 됐다. 홍진호는 “지인들 축의금도 22만원을 낸다”며 웃었다. 2022년 2월22일에는 프로게이머 라이벌 임요환(42)과 5년 만에 이름을 딴 ‘임진록’을 펼쳤는데 21만명이 시청했다. 그 때도 홍진호는 2번 졌다.

2022년 2월22일 임요환과 임진록을 펼친 홍진호. 사진 홍진호 인스타그램

2022년 2월22일 임요환과 임진록을 펼친 홍진호. 사진 홍진호 인스타그램

프로게이머 만년 2인자였던 홍진호는 올해 국제 포커대회에서 2번 우승했다. 홍진호는 “프로게이머 시절 결승만 가면 져 속상했다. 공군 게임단에 입대해 트라우마를 털어냈다. 지금은 2등을 해도 재미로 이슈가 된다. 부담감을 내려 놓고 마음 편하게 하다 보니 우승한 것 같다”며 웃었다.

홍진호는 3~4년 전 포커선수로 전업했다. 그는 “2011년 29세에 프로게이머를 은퇴하고 6년 정도 방송에 출연했다. 예능도 재미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다 보니 삶이 ‘루즈’ 했다. 게임에서는 난 퇴물이었다. 포커 공부를 꾸준히 했고 더 늦기 전에 뛰어 들었다”고 했다.

앞서 라이벌 임요환이 먼저 포커선수로 전향했다. 홍진호는 “스타 크래프트와 포커는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 꽤 많다. 우선 손이 빨라야 한다. 상대 종족과 맵을 고려해야 하는 것처럼, 포커도 상대와 가위바위보 하듯 극도의 심리전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홍진호는 예능 게임 ‘더 지니어스’는 물론 ‘포커 신들의 전쟁’도 우승할 만큼 머리가 좋다.

가장 높은 스트레이트 플러시 패를 쥔 홍진호. 장진영 기자

가장 높은 스트레이트 플러시 패를 쥔 홍진호. 장진영 기자

텍사스 홀덤을 줄여 부르는 ‘홀덤’은 대표적인 포커 게임이다. 보통 2~9명이 테이블에 앉아 칩이 소진되면 탈락하는 방식이다. 개인별 손패 2장을 받아 모든 플레이어가 공유하는 카드 5장으로 족보를 맞춘다. 7장 중 최종 승부를 낼 5장의 카드 조합이 높은 쪽이 승리한다. 바닥에 공통 카드 3장이 깔리는 ‘플랍’, 4번째 공통 카드가 깔리는 ‘턴’, 최종 5번째 공동 카드가 깔리는 ‘리버’까지 베팅은 리미트 없이 무한대로 가능하다. 대개 리버까지 오픈하기 전에 승부가 가려진다.

홍진호는 스타 크래프트 시절 ‘폭풍 저그’라 불렸다. 포커 스타일도 공격적일까. 홍진호는 “프로게이머 시절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고 생각했지만, 포커에서는 어그레시브(공격적)하면 모든 칩을 잃고 ‘올 인’ 난다. 좋은 카드가 나올 때까지 참는 평정심이 요구된다. 동시에 좋은 핸드를 가진 것처럼 액션을 취해 상대를 죽이는 블러핑(이른바 뻥카)도 필요하다. 포커는 운이 아니라 100% 실력이 존재한다”고 했다.

e스포츠 스타 크래프트 프로게이머에서 포커 세계 챔피언으로 변신한 홍진호. 장진영 기자

e스포츠 스타 크래프트 프로게이머에서 포커 세계 챔피언으로 변신한 홍진호. 장진영 기자

요즘 한국에는 홀덤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홀덥펍’이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포커를 ‘도박’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홍진호는 “2000년대 초반 프로게이머를 보는 인식과 비슷하다. 명절에 친척들이 직업을 물으면 프로게이머라고 답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e스포츠는 스포츠이자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해외에서는 포커가 이미 멘털스포츠로 각광 받고 있고 TV 중계도 된다”고 했다.

이어 홍진호는 “게임이 관점과 접근 방식에 따라 게임 중독이냐, 프로게이머로 나뉜다. 포커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도박 중독이 될 수도 있고, 프로페셔널 게임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인들은 도박으로 접근해 한 번에 ‘올 인’해 패가망신한다. 그러나 포커 플레이어들은 상대선수와 확률을 기반으로 수학적으로 접근한다. 뱅크롤(생활에 지정 받지 않는 선의 자금) 관리, 룰과 법칙, 참가기간, 참가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홍진호는 “한국 e스포츠가 오랫동안 종주국으로 최강 자리를 지켜왔듯, 한국인들은 뭐 하나를 파면 열정적이다. 미국이 강세지만 국제 포커대회에서 한국인이 빠르게 따라가며 우승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인식도 조금씩 나아질 거다. 게임처럼 비주류인 포커를 양지로 끌어올리고 싶은 바람에 인터뷰도 응한 것”이라고 했다.

올해 10월 한국에서 아시아 포커대회 APL(아시안 포커 리그)가 열릴 예정이다. ‘설마 2등 하는 건 아니겠죠?”란 농담에 홍진호는 “아뇨. 앞으로 22번 우승해야죠”라며 씨익 웃었다.

영상 출처: 굿폴드홀덤TV

▶홍진호는...

출생: 1982년생(40세)
프로게이머 이력: 2000년대 스타 크래프트 준우승 22회
프로게이머 시절 종족: 저그(‘폭풍저그’ 불릴 만큼 공격적)
포커 플레이어: 2018년 전업
포커 이력: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 우승(상금 3억6천만원), 원 서머 클래식 우승(상금 9억)
예능 이력: ‘더 지니어스’ 우승, ‘포커 신들의 전쟁’ 우승
별명: 콩(발음이 새서 성인 홍을 콩으로 발음해서)

▶홀덤은...
: 대표적인 포커 게임. 텍사스 홀덤을 줄여 부르는 이름. 보통 2~9명이 테이블에 앉아 칩이 소진되면 탈락
① 개인별 손패 2장씩 받아. 모든 플레이어가 공유하는 카드 5장으로 족보를 맞추는 방식.
② 바닥에 공통 카드 3장이 깔리는 ‘플랍’, 4번째 공통 카드가 깔리는 ‘턴’, 최종 5번째 공동 카드가 깔리는 ‘리버’ 순.
③ 베팅은 무한대로 가능. 참가자가 베팅 안 따라가면 다이
④ 7장 중 최종 승부를 낼 5장의 카드 조합이 높은 쪽이 승리
※원페어(숫자 같은 카드 2장)→투페어(2쌍의 페어)→스트레이트(숫자 이어지는 5장 카드)→플러시(무늬 같은 카드 5장)→풀하우스(스리 오브 더 카인드+원페어)→포커(숫자 카드 같은 4장)→스트레이트 플러시(숫자 이어지고 무늬 같은 카드 5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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