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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탄핵때 한배' 유승민-이준석, 尹과 갈라서자 또 '연대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당사자는 고개를 젓는데 정치권에서 날로 커지는 연대설이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연대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위기 및 이 대표의 징계 사태 등과 맞물려 두 사람의 신당 창당설과 전당대회 연합설 등 다양한 추측이 정치권에 쏟아지고 있다.

15일 발표된 MBC·코리아리서치의 여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21.4%)이 1위를 기록하고, 이 대표(11.5%)가 안철수 의원(15.3%)에 이은 3위를 기록하자 연대설은 더 불붙었다. 10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유 전 의원(23.0%), 이 대표(16.5%)가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태 최고위원은 14일 라디오에서 “연대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연대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최근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연대설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최근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연대설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정작 이 대표는 선을 그었다. 그는 15일 CBS 라디오에서 유 전 의원의 조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제 생각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유 전 의원이) 지난 경기지사 선거에서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직설적 타입인 저와 (유 전 의원) 스타일이 달라서 둘의 지지층도 다르고 산술적인 합이 나오기도 쉽지 않다”며 “제 지지층이 생각하는 최우선 주자가 유 전 의원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둘의 연대설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토 여론과 개혁 보수 지지층이 모이면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을 거치며 개혁 보수의 기치로 한 배를 타기도 했다.

2월 17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면담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2월 17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면담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특히 윤 대통령과 격한 충돌을 빚고 갈라섰던 두 사람의 공통 이력도 연대설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맞붙었던 유 전 의원은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윤심(尹心)을 등에 업었다고 평가받는 김은혜 전 의원에게 패해 쓴잔을 마셨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고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대표직 박탈 위기에 몰린 이 대표는 비대위 출범을 앞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7월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화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자, 유 전 의원이 SNS에 사진을 공유하는 일도 있었다.

여당 내 “제3지대 성공 어렵다” 냉정론도

2018년 6월 4일 이준석 당시 바른미래당 노원구병 국회의원 후보와 지원 유세에 나선 유승민 공동대표가 서울 마들역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뉴스1

2018년 6월 4일 이준석 당시 바른미래당 노원구병 국회의원 후보와 지원 유세에 나선 유승민 공동대표가 서울 마들역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뉴스1

하지만 여당 내에서는 둘의 연대가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전통 보수층의 외면을 받아 온 제3지대의 성공 사례가 드문 데다가, 기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탄핵 원죄론’ 등을 이유로 유 전 의원을 비토하는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부 유승민계 인사 사이에서 이 대표와의 연대를 탐탁지 않아 하는 여론이 있는 것도 변수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쳐도 언제든 손쉽게 합칠 수 있는 관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두 사람을 향한 견제구도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전 의원은 유 전 의원과 이 대표가 선전한 여론조사에 대해 “응답자 중에는 민주당 지지층도 포함돼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박근혜 정권 탄핵 때는 몰락해가는 정권이어서 흔들기 쉬웠지만, 윤 정권은 이제 갓 시작한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한배를 타고, 최근 윤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는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을 비꼰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이 대표가 당장 탈당하지 않고, 2024년 총선 직전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유승민, 이준석 지지도를 합치면 (대표 적합도) 과반”이라며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 등 총선 바로 직전에 (창당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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