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는 고개를 젓는데 정치권에서 날로 커지는 연대설이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연대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위기 및 이 대표의 징계 사태 등과 맞물려 두 사람의 신당 창당설과 전당대회 연합설 등 다양한 추측이 정치권에 쏟아지고 있다.
15일 발표된 MBC·코리아리서치의 여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21.4%)이 1위를 기록하고, 이 대표(11.5%)가 안철수 의원(15.3%)에 이은 3위를 기록하자 연대설은 더 불붙었다. 10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유 전 의원(23.0%), 이 대표(16.5%)가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태 최고위원은 14일 라디오에서 “연대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연대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 대표는 선을 그었다. 그는 15일 CBS 라디오에서 유 전 의원의 조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제 생각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유 전 의원이) 지난 경기지사 선거에서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직설적 타입인 저와 (유 전 의원) 스타일이 달라서 둘의 지지층도 다르고 산술적인 합이 나오기도 쉽지 않다”며 “제 지지층이 생각하는 최우선 주자가 유 전 의원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둘의 연대설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토 여론과 개혁 보수 지지층이 모이면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을 거치며 개혁 보수의 기치로 한 배를 타기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 격한 충돌을 빚고 갈라섰던 두 사람의 공통 이력도 연대설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맞붙었던 유 전 의원은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윤심(尹心)을 등에 업었다고 평가받는 김은혜 전 의원에게 패해 쓴잔을 마셨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고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대표직 박탈 위기에 몰린 이 대표는 비대위 출범을 앞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7월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화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자, 유 전 의원이 SNS에 사진을 공유하는 일도 있었다.
여당 내 “제3지대 성공 어렵다” 냉정론도
하지만 여당 내에서는 둘의 연대가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전통 보수층의 외면을 받아 온 제3지대의 성공 사례가 드문 데다가, 기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탄핵 원죄론’ 등을 이유로 유 전 의원을 비토하는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부 유승민계 인사 사이에서 이 대표와의 연대를 탐탁지 않아 하는 여론이 있는 것도 변수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쳐도 언제든 손쉽게 합칠 수 있는 관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두 사람을 향한 견제구도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전 의원은 유 전 의원과 이 대표가 선전한 여론조사에 대해 “응답자 중에는 민주당 지지층도 포함돼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박근혜 정권 탄핵 때는 몰락해가는 정권이어서 흔들기 쉬웠지만, 윤 정권은 이제 갓 시작한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한배를 타고, 최근 윤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는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을 비꼰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이 대표가 당장 탈당하지 않고, 2024년 총선 직전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유승민, 이준석 지지도를 합치면 (대표 적합도) 과반”이라며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 등 총선 바로 직전에 (창당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