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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값 30원 깎을까요?" 원두 관세 내려도 체감 못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관악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2)씨는 석 달 전부터 커피 등의 메뉴 가격을 300~500원씩 올려 받고 있다. 손님이 줄어들 거란 걱정도 있었지만, 불어난 재료값을 더 감당하긴 어려웠다. 이씨는 “원두뿐만 아니라 우유·과일·밀가루 등 가격이 안 오른 게 없다”며 “이대로면 가게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커피엑스포'에 전시된 커피 원두 모습. 뉴스1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커피엑스포'에 전시된 커피 원두 모습. 뉴스1

남녀노소가 많이 찾는 커피 가격이 오르면서 직장인과 학생의 지갑 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는 원두 수입 가격을 낮춰서 커피 소비자가격의 인상을 방어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은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커피(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3% 상승했다. 올해 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가 가격을 인상한 뒤 경쟁 업체도 잇따라 가격을 올리고, 소규모 개인 카페까지 인상 움직임이 번진 영향이다.

정부는 커피 원재료인 수입 원두의 가격 상승이 커피값 인상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부터 수입 생두(로스팅 전 원두)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7월부터는 원두에 매기는 관세를 0%로 낮추는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면세 혜택으로 커피 원두의 국내 유통가격이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생두의 수입 가격은 지난달 ㎏당 7221원으로 연중 가격이 가장 높았던 5월(7284원)과 6월(7249원)보다 하락했다. 생두 수입업체는 앞서 8일 농식품부 주최 간담회에서 기존 재고물량을 소진하는 대로 유통가격을 낮추겠다고 정부 측에 전달했다.

문제는 정부의 면세 혜택이 전체 커피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낮고,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카페가 적다는 점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의 면세 혜택을 커피 한 잔당 금액으로 보면 3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생두 가격 자체가 면세 효과보다 크게 올라서 부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입 부가세·관세 면제는 수입업자에만 혜택을 주고 실제 소비자에게 커피를 파는 카페 사장에게는 혜택이 오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포장·배달 비용과 인건비·임대료 등 직간접적인 지출이 최근의 고물가 상황에서 함께 상승하고 있어 정부 지원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 메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기 어려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상황이 그런 예다.

프랜차이즈 본부가 원두를 사들여 지점으로 납품하는 구조이기 재료값 부담은 덜한 편이지만, 다른 부대비용 지출이 크다.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하는 점주 권모(32)씨는 “가격은 전국이 통일이라 올릴 수 없는데, 인건비나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본사가 고려해주지 않는다”며 “냅킨이나 빨대 같은 비품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것을 따로 구비하는 점주도 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브라질이나 아프리카산 생두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지 않아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었는데, 할당관세 적용으로 수입원가를 낮추면 결국 소비자가 인상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부가세 면제를 하기 때문에 중소 커피 전문점도 의제매입세액공제 혜택 등을 받아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앞서 생두 수입업체 간담회를 주재한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부가세 면제·할당관세 조치로 인한 혜택이 소비자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커피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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