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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1초 250~800회 날갯짓해 ‘윙윙’, 잠 깨우고 병 옮기는 모기 피하는 법

중앙일보

입력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바로 윙윙거리며 밤잠 못 이루게 하고 피를 쪽쪽 빨아 먹는 모기입니다. 여름뿐 아니라 늦가을까지 집에서도 밖에서도 우리 일상을 방해하죠. 모기는 흡혈만 하는 게 아니라 질병을 옮기기도 하는데요.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는 흡혈을 하면서 질병을 사람에게 옮기기도 한다.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는 흡혈을 하면서 질병을 사람에게 옮기기도 한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일본뇌염 매개(전파)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되면서 질병관리청은 7월 23일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어요. 작년(2021년 8월 5일)보다 2주가량 빠른 겁니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매개 모기에 물릴 경우 250명 중 1명(0.4%) 정도에서 임상증상이 나타나며, 치명적인 급성 뇌염으로 진행할 경우 약 30%가 사망에 이를 수 있어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은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아동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죠.

모기는 전 세계적으로 50가지 이상의 질병을 옮겨요. 우리나라에서 관리하는 모기 매개 감염병은 7종으로, 원충(단세포 생물인 작은 벌레) 감염증인 말라리아와 바이러스성 감염증인 일본뇌염, 황열, 뎅기열, 웨스트나일열, 지카바이러스감염증, 치쿤구니아열 등이 있어요. 백해무익해 보이는 모기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주원·조하랑 학생기자가 질병관리본부 기후변화 질병매개체 감시센터(경남1권) 센터장인 ‘모기 박사’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와 서면으로 만났습니다.

웨스트나일열 매개 모기인 빨간집모기.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 ⓒ Richard C. Russell
황열·뎅기열·치쿤구니아열·지카바이러스감염증 매개 모기인 흰줄숲모기. ⓒ Shutterstock

하랑 우리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모기를 알려주세요.
곤충강 파리목 모기과에 속하는 모기는 시조새가 등장한 1억7000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에 처음 등장했을 거라고 추정해요. 가장 오래된 모기 화석은 미얀마 호박에서 발견된 모기종(Priscoculex burmanicus)으로, 99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후기의 것이죠. 현재 전 세계에 약 3500종이 있고 국내에는 56종의 모기가 기록됐는데, 가장 흔한 모기는 5종입니다. 도시의 집 안에서 자주 목격되는 빨간집모기, 주로 논에서 발견되는 작은빨간집모기·중국얼룩날개모기, 숲속·공원·등산로에서 낮 시간대에 사람에게 달려드는 흰줄숲모기(일명 아디다스모기), 바닷가 주변 바위 물웅덩이에 서식하는 토고숲모기죠. 작은빨간집모기는 일본뇌염, 중국얼룩날개모기는 말라리아, 빨간집모기는 웨스트나일열, 흰줄숲모기는 황열, 뎅기열, 치쿤구니아열, 지카바이러스감염증 매개 모기예요.

국내 모기 매개 감염병 환자 발생현황

국내 모기 매개 감염병 환자 발생현황

주원 모기의 ‘윙윙’ 소리는 어떻게 나는 건가요.
모기는 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1초에 250~800회 날갯짓을 해요. 아래위로 날갯짓하는데, 바람과 마찰이 생겨 ‘윙윙’ 소리가 나죠. 날개가 많이 찢어지면 잘 날지 못하고 바람이 새어 소리가 잘 나지 않아요. 또한 모기의 침은 유연성이 좋아 흡혈하다가 부러지거나 빠지는 경우는 없죠.

하랑 모기는 어떻게 생기나요.
모기는 알, 유충(장구벌레), 번데기, 성충 등 네 단계를 거쳐 성장해요. 암컷모기가 물 위에 낳은 알은 2일 내 부화해 유충이 되고, 성장기(1~2주) 동안 4번 허물을 벗은 뒤 번데기가 되죠. 아무것도 먹지 않고 2~3일 동안 쉰 번데기는 성충이 되고 1~2일 내 교미해요. 수컷모기 수백 마리가 정지비행을 하면 암컷이 그중 한 마리와 교미하죠. 비행음은 모기종에 따라 음파 파장이 달라 서로 같은 종인지 감지할 수 있어요. 암컷만 흡혈할 수 있는데, 교미 후 흡혈에 나서는 암컷은 정충(수컷의 생식 세포)을 보관하는 주머니가 배 속에 따로 있어 매번 알을 낳을 때마다 저장된 정충을 이용해 다시 교미할 필요가 없어요. 흡혈 후 난자가 충분히 자랄 때까지 2~3일간 휴식을 취한 뒤 물을 찾아 산란해요. 보통 3~7번 알을 낳고, 한 번 낳는 알의 수는 흡혈량과 모기종에 따라 100~150개 정도죠.

모기는 알(egg), 유충(장구벌레·larva), 번데기(pupa), 성충(adult) 등 네 단계를 거쳐 성장하는 완전변태 생활사를 보인다.

모기는 알(egg), 유충(장구벌레·larva), 번데기(pupa), 성충(adult) 등 네 단계를 거쳐 성장하는 완전변태 생활사를 보인다.

주원 여름에 주로 활동하는 모기가 사는 데 기온이 중요하나요.
모기는 체온이 주변 기온 변화에 따라가는 변온동물이에요. 체온 상승은 대사작용을 활발하게 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산란 횟수도 늘죠. 성장·활동 최적 온도는 25~28도예요. 성충이 되는 데 평균 기온이 18도일 때 25일, 22도에서는 19일, 26도에서는 12일 걸리죠.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모기 활동시기가 빨라져 3월 하순이면 윌동(越冬)모기가 활동을 시작하고 늦가을까지도 볼 수 있죠. 그러나 기온이 너무 높으면 체내 생리작용 과부하가 걸려 성장은 빨라도 수명이 짧아져요. 또한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모기의 교미·흡혈·산란 등이 어려워지고 물에 산란한 알과 유충이 유실돼요. 비가 너무 적게 오면 산란 장소가 줄어들죠.

하랑 추운 지방에서도 모기가 활동하나요.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온이 내려갈수록 대사 작용이 원활하지 못한 편입니다. 12도 이하에서는 비행하기 어렵고 앉아서 생명유지만 하죠. 북극해 연안의 동토지대인 툰드라나 시베리아·알래스카 등 추운 지역에도 한 달간의 여름이 있어서 그때 숲모기종이 알에서 부화해 성장, 순록의 피를 흡혈하고 산란한 뒤 죽어요. 그 알들이 약 11개월 월동 후 그 다음 해 부화하죠.

주원 모기는 어떻게 고층건물 안까지 들어오나요.
도시의 고층건물에서는 바람의 영향 때문에 날아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대략 12m(아파트 4층)에서는 건물 외부에서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무 꼭대기 새집에 있는 조류의 피를 흡혈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고층건물에서 발견되는 모기들은 주로 배수관을 타고 물 빠지는 틈으로 들어오거나 엘리베이터·계단을 통해 올라와 출입문 부근에 앉아 있다가 문이 열릴 때 사람과 같이 들어와요.

모기 번데기(앞 사진)와 유충. 번데기와 유충은 물속에 살지만 물 밖으로 숨관을 내밀어 호흡을 하며 성충으로 성장한다.

모기 번데기(앞 사진)와 유충. 번데기와 유충은 물속에 살지만 물 밖으로 숨관을 내밀어 호흡을 하며 성충으로 성장한다.

하랑 모기의 수명은 어떻게 되나요.  
기온과 습도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죠. 일반적으로 모기 성충은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7~14일, 기온이 낮은 봄·가을에는 20~30일 정도 생존해요. 주로 밤에 활동하는 집모기종·얼룩날개모기종·일부 숲모기종은 낮에 휴식하고, 낮에 활동하는 대표적인 모기인 흰줄숲모기는 밤에 휴식해요.

주원 모기는 어떻게 사람을 찾아 흡혈하나요.  
땀과 발 냄새, 향수 냄새, 술 냄새, 임신부의 냄새, 호흡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로 흡혈 대상을 찾아요. 모기는 이산화탄소와 땀의 주성분인 수분·젖산·아미노산 등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죠. 1m 이내의 사물을 겨우 볼 수 있는 근시이지만, 20m 밖에서도 젖산 냄새, 10m 내에서도 이산화탄소를 감지할 정도로 냄새를 잘 맡아요. 특히 소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람보다 10배 많아 모기에 잘 물려요. 모기는 더듬이(촉각)와 더듬이 아래에 있는 촉수라는 예민한 감각기로 각종 화학물질을 감지해요.

하랑 모기는 모든 사람의 피를 빨 수 있나요.  
모든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 수 있으며, 특히 따뜻한 피를 가진 온혈동물을 선호해요. 다만 물고기는 수면 위에 있지 않은 한 흡혈하기 어렵죠. 혈액 성분이 모기의 흡혈에 영향을 줄 수는 없어요. 보호색이 필요해 어두운색 피부를 선호할 수 있죠. 또한 땀 냄새를 많이 풍기는 사람, 몸이 큰 사람, 열이 많은 사람, 대사활동이 활발해 대사 분해물질을 많이 내는 성장기 아동·청소년을 좋아합니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모기 부화 모습. 모기는 알에서 2일 내 부화해 유충이 되고 성장기(1~2주)를 거쳐 번데기가 된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모기 부화 모습. 모기는 알에서 2일 내 부화해 유충이 되고 성장기(1~2주)를 거쳐 번데기가 된다.

주원 모기에 물렸을 때 올바른 행동과 모기 기피제·살충제 등 관련 제품 사용법이 궁금해요.
모기 물린 부위에 침을 바르면 된다는 건 침이 증발하면서 시원한 느낌을 일시적으로 받아 나온 말이고 실제론 효과가 없어요. 오히려 침 속 세균이 물린 부위를 악화시킬 수 있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 질환 원인 중 하나인 히스타민의 작용 억제)가 들어간 약을 약국에서 구입해 바르는 거예요. 또한 물린 곳을 비누로 씻고 긁지 않으며, 가려움증에 효과가 있는 칼라민 로션이나 코티손 크림을 바르고, 알레르기가 생기면 해열·소열 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먹는 게 좋아요.

기피제·살충제 등을 사용할 땐 설명서를 잘 읽어야 해요. 가정용 에어로졸(분사형) 살충제의 경우, 약제가 모기 몸에 정확히 맞아야 죽고 그냥 뿌리면 냄새를 맡아 피하죠. 모기향·전자매트는 밀폐 공간에서 사용한 후 환기해야 하며 화재 위험에 주의하세요. 살충제를 밀폐 공간에 장시간 살포하거나 모기향·전자매트를 켜놓고 잔다면 일어나서 두통·어지러움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죠. 특히 어린이는 부작용이 어른보다 커 모기장 사용이 안전해요. 기피제는 피부에 바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기피 성분이 증발, 흡수되기 때문에 3~4시간마다 다시 발라야 하죠. 초음파 모기 퇴치기는 효과가 없다고 검증됐어요.

이동규 석좌교수는 모기 연구실을 만들어 모기를 직접 사육하며 모기의 생태, 국내 모기 발생 및 모기 체내 바이러스 조사, 각종 모기 방제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동규 석좌교수는 모기 연구실을 만들어 모기를 직접 사육하며 모기의 생태, 국내 모기 발생 및 모기 체내 바이러스 조사, 각종 모기 방제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랑 해충으로 유명한 모기도 생태계 또는 사람에게 이로운 점이 있나요.
모기는 생태계의 일원으로, 먹이 피라미드(먹이 사슬)의 하부에 존재해요. 모기 유충은 물속 생물이 만들어낸 유기물질을 섭취해 정화작용을 하고, 유충·성충 모두 어류나 육식 곤충 등 포식동물의 먹이가 되죠. 또한 모기는 꽃의 꿀이나 식물 줄기의 당즙을 먹고 사는데, 벌·나비처럼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해주기도 해요.

주원 모기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요.
기온과 강우량에 민감한 모기의 출현 시기와 발생 정도가 기후변화로 이전과 달라져 매개 질병 발생 양상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해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모기 매개 질병으로 매년 40만~70만 명이 사망하는데, 앞으로 세계적 감염병 유행은 모기 매개 질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일상생활 속 모기 예방법

일상생활 속 모기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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