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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해외송금 눈덩이…8조5000억원 넘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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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은행을 거쳐 해외로 빠져나간 수상한 자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추정한 7조원보다 1조5000억원 늘어난 8조5000억원이 이상 외환 송금 거래로 나타났다.

대부분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으로 김치 프리미엄(이하 김프)을 노린 ‘코인 환치기’(불법 외환 거래) 등에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은행권의 불법 외환 거래에 대한 금융 당국의 대규모 현장 검사와 제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파문은 더 커질 수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은행이 해외로 보낸 이상 송금 거래액이 65억4000만 달러(약 8조5000억원)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지난달 27일 중간 점검 결과에서 발표한 이상 송금액(53억7000만 달러)보다 11억7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불어났다. 해당 업체도 44곳(중복 제외)에서 65곳(중복 제외)으로 늘었다.

이상 외환 송금 거래가 감지된 것은 지난 6월이다. 우리·신한은행은 자체 조사에서 20억2000만 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이상 거래를 발견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이들 은행의 자체 점검 규모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33억9000만 달러(약 4조4000억원)를 의심 거래로 파악했다. 이후 모든 은행에 2조6000억원(20억 달러) 규모의 주요 점검 대상 거래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지시했다. 지난달 말 우리·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의 자체 점검에서도 31억5000만 달러(약 4조1000억원)의 이상 거래가 추가로 감지됐다.

“수입물품 대금”  4000억 해외송금…김치프리미엄 악용한 ‘코인 환치기’

여기에 우리·신한은행 검사에서 확인된 의심 거래(33억9000만 달러)를 더하면 수상한 외환 거래액은 65억4000만 달러(약 8조5000억원)가 된다. 이들 자금은 대부분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다. 무역업체의 대표나 임직원의 개인 계좌로 자금이 이체된 후 해외로 빠져나갔다.

금감원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이상 거래는 지난해 설립한 신설업체나 소규모 영세업체가 5000만 달러(약 656억원) 이상 송금하고 자본금의 100배 이상을 송금한 경우다.

이상 외환 송금 거래 규모가 커지며 검찰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최근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허위 증빙자료를 만들어 4000억여원을 해외로 송금한 업체 관계자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국내가 높은 ‘김프’를 악용해 차익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코인을 사들여 지갑째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로 옮겨서 판매한 후 자금을 다시 일본으로 송금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수입 물품 대금이라고 위조한 증빙서류를 은행에 제출하고 송금한 것으로 추정한다.

해외로 나간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와 국가정보원도 나섰다. 이상 외환 송금 거래액이 불어나면서 다양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확실히 밝혀지지 않다 보니 정치 비자금이다, 북한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각종 불법 자금이 외국으로 나갔을 것 등 여러 소문이 돈다”고 지적했다.

외화 송금 업무를 처리한 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은 “우리·신한은행 검사를 오는 19일 끝내고,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를 할 것”이라며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행위는 법규에 따라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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