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가처분신청 이어 윤 대통령 맹공
윤핵관 못지않게 이 대표 잘못…자성해야
국민의힘이 집권당다운 실력이나 책임감, 정치적 감수성을 보여주지 못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근래에도 김성원 의원이 수해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했다가 사죄한 일이 있었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의 접견 때 사진을 찍었다가 논란이 됐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연거푸 이긴 정당인가 싶을 정도로 ‘선거 승리 연합’을 해체하면서까지 권력 투쟁에 빠져드는 것은 기가 찰 정도다. ‘0선’인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이해도 부족과 이른바 ‘윤핵관’들의 과도한 권력 욕심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준석 대표를 몰아내는 과정은 대단히 거칠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책임 또한 적다고 보기 어렵다. 14개월 전 30대의 젊은 당 대표로 선출될 때만 해도 ‘일찍 온 미래’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을 이끄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당 안팎의 누군가와 다투고 있다”(시사평론가 유창선)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거의 모든 의원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전국위에서 90% 가까운 찬성으로 비상대책위 체제로의 전환을 의결한 건 이 대표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 대표는 자성(自省)부터 했어야 했다. 하지만 계속 다퉜고, 얼마 전엔 비대위 전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며 서울남부지법에 가처분신청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 그와 가까운 사람들도 말리는 일이었다.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 인용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상당 기간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초유의 선택을 했다.
그제 이 대표의 60여 분간의 장광설은 그가 대단히 독특한 사고를 하는 정치인임을 다시금 보여줬다. 그가 쫓겨난 게 권력투쟁 성격이라곤 해도 빌미를 제공한 건 그였다. 자신의 측근을 보내 성 접대 의혹 무마와 관련,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줬다는 게 윤리위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피해자를 자처하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공격했다.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겨냥해선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판다)’이란 비유를 들며 “돌이켜보면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또 “저에 대해 ‘이xx, 저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 대표로 열심히 뛰어야 했다”고 했다. 선을 넘은 공격이다. 오죽하면 이 대표를 두둔하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왜 그런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 봤으면”이라고 했겠나.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외교안보 위기가 겹쳤고, 최근엔 수재(水災)까지 있었다. 곳곳에 고통받는 국민이 있다. 한줌 권력을 두고 싸우기만 하는 이 대표는, 그리고 국민의힘은 왜 정치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