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빅스텝 후폭풍…예·적금으로 35조원 대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7월 이후 은행권 정기 예·적금에 34조원 넘는 돈이 몰렸다. 주식 등 자산 시장으로 쏠렸던 자금이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가 오르자 변동성이 커진 주식 시장보다 은행에 돈을 맡겨두는 게 낫다는 인식 때문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정기적금 포함)은 지난 11일 기준 757조4278억원으로 나타났다. 6월 말(722조5602억)과 비교하면 42일 만에 34조8676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증가액(32조5236억원)보다 많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과 증시 자금이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11일 기준 661조3138억원으로 6월 말(709조9735억원)보다 48조6497억원 감소했다.

증시에선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71조7328억원이었던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주식매매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1일 54조787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도 지난달 13조3160억원으로 1년 전(26조3378억원)과 비교하면 49% 줄었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2527.94에 장을 마감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15% 이상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정기예금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연 2.25%까지 올렸다. 지난달엔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1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나온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14개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의 기본 금리(평균)는 연 2.6%다. 6개월 전(연 1.33%)보다 1.27%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급여·관리비 이체, 신용카드 사용 등 우대금리 혜택 요건을 끌어모으면 최고 연 3.6%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0.1%포인트라도 우대 금리를 챙길 수 있는 예·적금 특판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1조원 한도로 내놓은 ‘신한 S드림 정기예금’은 4거래일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다. 최고금리 연 3.2%로 1인당 1억원까지 들 수 있는 1년 만기 상품이었다.

농협은행이 선보인 ‘NH올원e예금’도 지난달 11일 0.4%포인트 추가 금리를 주는 특판 이벤트를 시작한 지 3주 만에 2조원 한도가 소진됐다. 우리은행은 이달 12일 최고금리 연 3.47%(1년 만기, 우대금리 포함)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 ‘원(WON)플러스예금’을 내놓았다.

금융교육 컨설팅사의 웰스에듀의 조재영 부사장은 “적어도 연말까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권) 예금 금리가 오를 수 있다”며 “앞으로 기준금리가 0.5~0.75%포인트 추가 인상된 후엔 만기가 2년 이상인 장기 예금 상품에 목돈을 묻어두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