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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음악 만든 노영심 "박은빈에 노래 맡기며 걱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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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심 감독. 사진 조세현 작가

노영심 감독. 사진 조세현 작가

여름 파도를 연상시키는 경쾌한 마림바 소리, 우영우가 기분이 좋을 때 재생되는 3박자 왈츠 같은 피아노 연주, 우영우의 간질거리는 마음을 드러내는 듯한 기타 소리….

ENA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감성적인 OST로도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모두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노영심(55)의 작품이다. 1980년대 말 가수 변진섭의 노래 '희망사항'을 만들었던 노영심 말이다. 그는 2006년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도 음악감독을 맡은 바 있다. 이번에 ‘우영우’ 음악감독을 맡으며 대중에게 돌아왔다. 지난 12일 만난 노영심은 "대본은 열심히 읽었지만 드라마 작곡을 하느라 정작 방송되는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사람들 반응을 직접 접할 시간은 별로 없었다"며 “오랜만에 대중 작업인데 많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1년 전 의뢰를 받아 작업을 시작했지만, 후반부 음악이 추가되며 이번 달 들어서야 겨우 끝났다고 했다.

'우영우'처럼 반복되는 음, 한 번 갈아엎은 음악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 ENA 채널

드라마 시작과 함께 재생되는 타이틀곡은 여름·바다·고래 등을 연상시키는 마림바(나무 재질의 건반 타악기) 연주로, 같은 음절이 반복되는 이름 ‘우영우’처럼 고정된 두 음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멜로디다. 원래 ‘우영우’의 반복·강박적인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바흐 평균율을 모티브로 한 무거운 곡을 만들어뒀으나, 대본 리딩과 드라마 속 고래 CG를 접하며 밝은 분위기의 새 곡을 만들었다.

‘우영우’의 음악 작업에는 수지, 선우정아, 원슈타인, 넬 김종완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제주도 푸른밤’은 주인공 박은빈이 직접 노래했다. 노영심은 “곡을 쓰면서 원했던 첫 라인업이 그대로 섭외됐다”고 했다. "우영우의 러브신에 등장하는 ‘안하기가 쉽지 않아요’를 부른 수지는 목소리 톤이 좋아 ‘노랫말을 읊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해 담백하게 부르는 느낌으로 녹음했는데, 정작 본인이 자꾸 녹음을 다시 하려고 해서 '이 정도로 충분하다'며 말릴 정도였다"고 했다. 우영우가 즐거울 때 주로 등장하는 곡은 처음부터 선우정아를 염두에 두고 음이 늘어지는 ‘슬러’(slur, 늘이듯 연주한다는 뜻의 악상기호) 느낌의 멜로디를 삽입했다. "선우정아가 만든 곡인 줄 아는 사람도 있더라. 그게 오히려 좋았다"고 했다. "박은빈은 '제주도 푸른밤'을 너무 잘 부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담백하게 적당히 잘 불러줬다"고 말하며 웃었다.

어쩌다 보니 '발달장애' 관련 활동 계속… '안 하기가 쉽지 않아요'

노영심은 2013년 이후 대중적인 노출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이것저것 작업은 해왔다. 활동을 한다와 안 한다의 차이가 별로 없었다"고 덤덤하게 설명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2014년 교황 방한 때 기념 음악을 만드는 작업도 맡았고, 명동성당, 땅끝마을 절 같은 특별한 공간에서 소리를 담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고 했다. 아이돌 '네이처'의 '행운을 빌어요'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 가장 꾸준하게 해온 일은 2018년부터 맡고 있는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의 팝 감독이다. 발달장애인이 참여하는 행사다. 올해도 이달 초 3일간의 캠프에 참가했다. "예전부터 발달장애 아동 관련 활동 꾸준히 해왔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제안이 들어와서 시작한 일인데,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져서 지속하게 됐다"고 했다. "주변에 발달장애인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갈수록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깊숙이 감정 이입하게 된다"고 했다. "발달장애인들은 결국 자기 세계 안에만 있는 친구들인데, 그들과 함께 앙상블을 만드는 작업 자체가 의미가 크다"며 “장애인들이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고 가르치기도 쉬운 특수악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우영우' 제작진은 페스티벌 주최 측에까지 연락해 음악감독 직을 요청했다. 노영심은 "대본을 6화까지 보고 나자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첫 장면에서 이미 영감이 떠올랐다"며 "감독님이 내가 발달장애인 관련 활동을 해온 걸 알고 눈을 반짝이시길래 기대에 부응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을 지켜보며 느끼고 생각한 바가 자연스럽게 음악에 담겼다. "두 개의 음을 반복해 오가는 '우영우'의 멜로디는 발달장애인 교육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수지가 부른 '안 하기가 쉽지 않아요'는 "우영우가 1화에서 '기러기 토마토…'를 읊은 다음 '안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처럼, 발달장애인들이 실제로 특정 행동을 안 하기가 어려운 점을 반영한 제목"이라고 덧붙였다.

"피아노가 언어"라는 감독… "내 음악 모은 공연 하고싶어"

노영심은 여섯 살부터 피아노를 쳤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이화여대 피아노과에 진학한 평범한 음대생이었다. 1989년 작사·작곡한 ‘희망사항’이 인생을 바꿨다. "오랜만에 대중음악 작업을 하며 만난 사람들이 다들 반가워해 줬다"며 "무언가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니고, 그때그때 좋은 걸 하는 편"이라고 했다.

노영심 감독. 사진 조세현 작가

노영심 감독. 사진 조세현 작가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해 피아노가 내 언어가 된 것 같다"는 노영심은 '우영우'의 피아노 멜로디를 직접 연주했다. 평소 바로크나 현대음악을 주로 듣지만 드라마 '연애시대'같은 진한 사랑 이야기의 음악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다. "'우영우'의 타이틀곡의 마림바는 미디(전자음악)로 만들었지만, 언젠가 내가 작업한 곡을 실제 악기로 연주하는 공연을 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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