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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폭탄' 안은 주호영 비대위…관건은 등돌린 이대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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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6일 닻을 올리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주호영 의원)는 스타트를 끊기도 전에 두 가지 폭탄을 끌어안았다. 첫 번째 폭탄은 11일 수해 봉사활동 현장에서 터진 김성원 의원의 실언 논란이고, 두 번째 폭탄은 13일 이준석 대표의 기자회견이다. 이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은 물론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작심하고 폭탄 발언을 쏟아내자 당 안팎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출발부터 불안 요소를 탑재한 주호영 비대위는 내홍 수습과 지지율 견인이라는 중책을 떠맡아야 한다. 당내에는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당 인사들과 관계가 원만한 주 위원장이 혼란 수습의 적임자이지만, 지지율 견인은 만만치 않을 것”(3선 의원)이라는 반응이 많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어두운 터널에 들어선 형국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역전당했고,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를 기록하며 바닥을 쳤다. 비대위가 이를 조기에 반등시키려면 무엇보다 청년층 지지 회복이 절실하다. 애초에 정부·여당에 반감이 컸던 이대녀(20대 여성)는 물론, 전폭적 지지를 보내던 이대남(20대 남성)까지 등을 돌리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3·9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윤 정부가 탄생한 배경에는 20·60대 세대 연합이 있었는데, 현재 한 축(20대)이 완전히 붕괴한 상태”라며 “지지율 회복의 출발점은 청년 지지율 회복”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주 위원장 앞에는 대표직 박탈 뒤에도 20·30대 남성 팬덤을 바탕으로 장외 여론전을 펴는 이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그들(윤핵관)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전 의지를 다졌고, 20·30세대를 겨냥해 국민의힘 책임당원 가입을 독려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윤핵관 대 청년 당원’ 등 대립 구도를 강조하는 것은 청년 팬덤 이탈을 방지하고 반격에 나서겠다는 의도”라며 “좋든 싫든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비대위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버티는 한 청년층 지지를 끌어 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 민심 다독일 ‘이준석 대체자’ 누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난관을 마주한 비대위를 두고 당내에서는 “비대위의 활로는 결국 인선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참신함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인사들을 영입해 비대위를 꾸려야 청년층의 외면을 극복하고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취지다. 주 위원장은 앞서 9인 비대위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외에 6명을 추가 인선하는데, 2~3명은 외부 인사로 채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성난 청년층 민심을 다독일 ‘이준석 대체자’ 발굴이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단순히 나이만 젊은 인사가 아니라, 청년층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발굴하고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인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된 비대위 인물난에 대해서는 “인재 풀은 충분하다. 근거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는 특히 윤 정부 출범 이후 장관 인선 논란, 사적 채용 논란 등으로 흔들렸던 공정 가치 복원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 대북 공세 등에만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오해를 샀지만, 이제는 청년 문제나 공정 이슈, 민생 등에 폭넓게 매진한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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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후의 변수는 이 대표가 비대위 전환에 반발해 법원에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이다. 비대위 출범 다음 날인 17일 법원의 심리가 예정돼 있는데, 기각되면 주 위원장은 부담을 털고 첫발을 뗄 수 있다. 반면 가처분이 인용되면 비대위 존립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여권 전체가 대혼돈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가처분이 기각되더라도 이 대표가 장외 여론전을 지속하며 부딪힌다면, 비대위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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