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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 우회로?…北, 친러 돈바스에 노동자 파견 추진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한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에 이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재건 사업에도 건설 노동자를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3일 보도했다.

신홍철 러시아주재 북한대사(가운데)가 지난 5월20일 나탈리아 니코노로바 도네츠크 외교장관(왼쪽), 블라디슬라프 데이네고 루한스크 외교장관과 만났다. 뉴시스

신홍철 러시아주재 북한대사(가운데)가 지난 5월20일 나탈리아 니코노로바 도네츠크 외교장관(왼쪽), 블라디슬라프 데이네고 루한스크 외교장관과 만났다. 뉴시스

RFA에 따르면 로디온 미로슈니크 러시아 주재 LPR 대사는 텔레그램 채널 통해 지난 10일(현지시간)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와 만나 북한 건설 노동자를 LPR 재건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노동자 파견 외에도 무역·경제·관광개발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앞서 지난달 13일 북한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고 세운 DPR과 LPR을 '독립국가'로 인정했다. 러시아를 제외하고 이들의 독립을 승인한 국가는 북한과 시리아뿐이다.

노동자 파견 문제는 북한이 이들에 대한 독립 승인 선언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를 놓고 외교가에선 "북한이 돈바스 지역의 노동자 파견과 관련해 유엔의 제재를 피해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 따라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은 금지돼 있다. 이 결의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은 2019년 12월 22일까지 자국 내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송환토록 했다.

그런데 북한이 노동자 파견을 추진하고 있는 DPR과 LPR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다. 대다수 유엔 회원국들도 이들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노동자 파견과 관련한 유엔 제재의 해석상의 허점을 노리고 이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블라디보스토크 대표 관광지인 아르바트거리에 위치한 '해적커피'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블라디보스토크 대표 관광지인 아르바트거리에 위치한 '해적커피'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노동자 해외 파견은 김정은 정권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다. 북한은  10만여명의 노동자를 해외로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유엔 제재 전까지 이들이 매년 벌어들인 수입은 약 5억 달러(약 6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단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제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노동자 파견이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에릭 펜튼 보크 전문가패널 조정관은 지난 8일 미국의 소리(VOA)에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은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동의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북한의 움직임이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8일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은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런 결의들은 해외 북한 노동자들로부터 창출되는 수익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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