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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0→100㎞까지 2.8초…"잠실 한복판서 스타워즈 탄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에서 열린 ABB 포뮬러E 월드챔피언십 15라운드 '2022 하나은행 서울 E-Prix(E-프리)' 본선에서 참가 선수들이 빗길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운전하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에서 열린 ABB 포뮬러E 월드챔피언십 15라운드 '2022 하나은행 서울 E-Prix(E-프리)' 본선에서 참가 선수들이 빗길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운전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잠실 한복판에서 열리는 국제 전기차 경주 대회 코스를 일반 전기차를 이용해 체험해봤다. 지난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2022 하나은행 서울 E프리’의 2.6㎞ 길이 주행 도로를 포르셰가 제공한 전기차 타이칸을 타고 주행했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 산하 포르셰는 선수 2명과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전문 카레이서가 스티어링휠(핸들)을 잡았고, 기자는 뒷좌석에 탑승했다. 차에 타기 전에 머릿수건과 헬멧을 착용했다. 비가 오는 데다 후텁한 날씨라 숨을 쉬기도 불편했다. 안전 요원이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뒷좌석 안전벨트를 제대로 맸는지 손으로 확인했다.

시승을 기다리는 동안 비가 헬멧에 달린 투명 플라스틱에 계속 흘러내려 시야를 가렸다. 포뮬러E 차량에도 안전바 외에는 유리창이 없기 때문에 선수들이 그대로 비를 맞는다.

곡선 구간 중 오른쪽 창문에도 헬멧 충돌

2019년 출시된 타이칸은 제로백(시속 0→100㎞까지 도달하는 시간) 2.8초에 최고 출력 761마력(560kW)을 자랑한다. 출발과 동시에 헬멧이 뒷좌석 머리 쿠션을 강하게 때렸다. 바로 뒤 나온 곡선 코스로 운전자가 차량 속도를 갑자기 낮춘 뒤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는데 헬멧이 다시 오른쪽 창문에 충돌했다. 쾅, 쾅 하고 두 번이나 머리를 부딪치니 강한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이번 코스에는 이런 곡선 구간이 22개가 있다.

코스 한 바퀴를 도는데 약 2분이 걸렸다. 최고 속도는 시속 200㎞를 넘지 않았지만 급가속이 용이한 전기차 특성을 카레이서가 계속 이용하기 때문에 뱃속의 메스꺼움이 가시지 않았다. 실제 경주에 들어가는 차량 젠2(GEN2)의 제로백은 타이칸과 같은 2.8초이고, 최고 속도는 시속 280㎞까지 올라간다.

이날 열린 경기장에서는 내연기관 차량 엔진이 내는 ‘부르릉’ 하는 저음보다 바람을 가르듯 ‘휘이잉’ 나는 고음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스타워즈’ 속 우주선 소리와 비슷하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비에 젖은 도로 때문에 출발 뒤 2분 만에 차량 8대가 서로 엉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먼저 멈춘 차가 뒤에 따라온 다른 차에 부딪힌 뒤 위로 붕 떠서 샌드위치처럼 포개졌다. 구조 차량이 등장했고, 경기는 40분 동안 중단됐다.

‘스타워즈’ 우주선 같은 전기차 경주 소리  

포르셰‧스텔란티스‧메르세데스-벤츠 등 포뮬러E에 참가한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조절 기술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플로리안 모들링거 포르쉐 포뮬러E 디렉터는 “45분을 달리고 추가 한 바퀴를 도는 경기에서 배터리 용량 52KW를 모두 소진해야 한다”며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배터리 0% 가까이 만드는 팀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토마스 로덴바흐 포르셰 모터스포츠 회장은 “현재는 정해진 배터리만 쓰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 기술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포뮬러E 본선 경기를 준비 중인 DS테치타팀. 김민상 기자

13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포뮬러E 본선 경기를 준비 중인 DS테치타팀. 김민상 기자

국제자동차연맹(FIA)은 포뮬러E에 배터리 기술을 십분 활용한다. 경주차가 특정 구간을 지나면 출력을 더욱 얻어 다른 차량을 추월할 수 있고, 경기 전 선수 인기투표를 통해 팬들이 직접 출력을 추가해 줄 수 있다. 스텔란티스 산하 DS테치타팀의 토마스 쉐보셔 감독은 “포뮬러E는 전기차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주는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13~14일 두 차례 치러지는 본선 경기에서는 11개 팀이 45분을 달린 뒤 한 바퀴를 더 돌아 승부를 가른다. 경기 중에 배터리가 충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최 측이 무선으로 성능을 조정할 수 있다. 온라인 자동차 게임과 유사한 방식에 해외에서는 10~20대에 인기가 높다.

참가 기업 “포뮬러E는 전기차 기술 실험실”

소음과 매연이 없기 때문에 포뮬러원(F1)과 달리 도심에서 진행되는 것이 포뮬러E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 경기로 지하철 2호선 잠실운동장역 인근 왕복 6차선 도로는 일반 차량 운행 구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FIA가 주최하는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2010∼2013년 전남 영암에서 치러진 F1 코리아 그랑프리 이후 9년 만이다. 서울 E프리는 2021~2022 포뮬러E 월드 챔피언십의 마지막 대회다. 이번 시즌은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에서 시작해 뉴욕‧런던 등을 거쳐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열렸다. 2014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첫 대회가 열린 뒤 매년 시즌제로 열리고 있다. 누가 이번 시즌 챔피언이 될지는 14일 오후 열리는 본선 경기에서 결정된다.

지난 13일 서울 잠실운동장 주변에서 열린 포뮬러E 주행 구간을 돌고 있는 포르셰 타이칸. 일반 전기차로 경기가 없는 시간에 트랙을 돌았다. 김민상 기자

지난 13일 서울 잠실운동장 주변에서 열린 포뮬러E 주행 구간을 돌고 있는 포르셰 타이칸. 일반 전기차로 경기가 없는 시간에 트랙을 돌았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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