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속은 기분"…3억 은행대출 받았는데 90만원 챙긴 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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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SOS]

서울 마곡동에 사는 A씨(34)는 이달 중순 전셋집으로 이사한다. 전세보증금이 부족해 전세자금대출이 필요했던 A씨는 지난달 살고 있던 집 엘리베이터에 붙은 은행 대출 상담 명함을 봤다. 친절하게 대출 상담해주겠다는 내용이 적힌 B씨의 명함을 보고 전화를 건 A씨는 마침 집 근처에 있다며 만나자는 B씨를 집 앞 카페에서 만나 대출 상담을 했다.

다음날 필요한 서류를 온라인으로 보낸 뒤 며칠 전 B씨와 함께 해당 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A씨는 당황했다. 명함에 은행 로고가 있어서 당연히 해당 은행 직원이라고 생각했던 B씨는 직원이 아니라 대출을 소개해주는 사람이었다. 대출 조건도 상담 때 이야기했던 만기 1년이 아닌 6개월이라고 했다.

A씨는 “만기 1년짜리 상품이 판매 중단이라며 6개월 만기 상품밖에 없다는 데 고금리 시기에 은행에서 이자 수익을 더 챙기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며 “이사가 코 앞이라 다른 은행을 알아볼 시간이 없어서 일단 대출을 받긴 했는데 은행 직원도 아니라고 하고 뭔가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중은행 대출 상담 관련 창구 모습. 뉴스1

서울 시중은행 대출 상담 관련 창구 모습. 뉴스1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5월 연 0.5%였던 기준금리는 지난달 연 2.25%까지 높아졌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현재 연 6%대로 상승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4% 선이다.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유리한 대출 조건을 찾아 발품을 파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여러 은행의 대출 관련자와 만나다 보면 B씨처럼 은행 직원이 아닌데 대출 상품을 소개하고 상담해주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명함에는 시중은행 로고가 찍혀있는데 실제 이들은 해당 은행 소속 직원은 아니다. 그렇다고 불법 브로커도 아니다.

시중은행의 대출을 소개하는 이들은 대출모집인등록제도에 따라 합법적으로 일하는 대출 모집인이다. 대출자를 찾기 위해 은행 직원들이 현장을 일일이 돌아다니거나 상담을 할 여유가 없는 만큼 은행들은 대출모집 관련 업체나 대출 모집인으로 일하는 개인과 계약을 맺고 대출 소개 업무 대행을 맡긴다. 이들은 대출 액수에 따라서 수수료를 받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출상품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대출 모집인이 받는 수수료는 대출액의 0.3~0.5% 정도다. 예컨대 대출 모집인이 소개한 대출자가 주택담보대출을 3억원 받는다면 해당 은행은 대출 모집인에게 9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문제는 불법 대출 모집인에게 넘어가 대출 사기 등에 엮일 위험이다. 이런 위험을 사전에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출 모집인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서 만든 ‘대출성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 통합조회’ 사이트(https://www.loanconsultant.or.kr/loan_main.do)에서 이름이나 등록번호 등을 검색하면 된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대출 모집인은 대출모집인등록제도에 따라 금융당국에 대출 모집의 인적사항 등을 등록해야 한다. 100명 이상 업체나 온라인 영업을 하는 업체는 금융감독원에도 별도로 등록해야 한다. 만약 대출 모집인이 대출 소개 중개수수료 같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불법적으로 일한다고 봐야 한다. 대출 모집인은 계약을 맺은 은행 외에는 어떤 수수료도 받을 수 없다.

은행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대출 모집인은 대출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대출상담 등록번호와 이름, 휴대전화번호 등을 모두 알려준다”며 “대출 모집인의 명함을 받았다면 통합조회 사이트에서 검색을 꼭 해보고 최종 계약은 해당 은행 영업점에서 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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