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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던 '유승민 테마주'도 떴다…尹지지 추락에 호명된 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차기 당권 주자들도 슬슬 몸 풀기에 들어갔다. 원내에서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원외에선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주목도를 높이며 당권 도전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유력 대표 후보’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가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선거에 도전했다가 당내 경선에서 패한 뒤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한 유승민 전 의원이다.

지방선거 이후 유 전 의원은 정치적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지방 순회 북콘서트를 열며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와 대표직 박탈을 눈앞에 둔 이준석 대표를 돕는 발언을 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 게 사실상 전부다.

그런데 지난 10일 정치권에서 갑자기 ‘유승민’ 이름 석 자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아침 일찍 발표된 한길리서치-쿠키뉴스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차기 국민의힘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1등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6~8일 전국 유권자 1006명에게 물었더니 유 전 의원과 이 대표가 각각 23%, 16.5%로 당권 주자 중 1·2위를 차지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결과에 주식시장도 반응하며 이른바 ‘유승민 테마주’ 주가가 뛰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자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이 유승민 전 의원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튿날인 지난 11일 YTN에 출연해 이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유승민의 부활”이란 표현까지 썼다.

입심 좋기로 유명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시류에 올라탔다. 그는 지난 10일 오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유 전 의원과 이 대표의 연대도 모색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이 대표가) 대표로 복귀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 유승민·이준석이 상당히 높게 나온다. 둘이 합치면 압도적”이란 이유였다.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연합해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서면 실제 당선도 가능할 것이란 주장이다.

물론 당내에선 진 전 교수의 전망이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선 유 전 대표 스스로가 정치 일선 복귀에 선을 긋고 있다. 유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유 전 의원은 이미 정치권에서 잊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전혀 뜻이 없는 사람을 링 위로 끌어올리는 건 경기지사 경선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친윤계의 전폭적 지원으로 김은혜 전 의원이 경기지사 경선에서 승리한 뒤 유 전 의원 주변에선 “정치에 대한 회의감이 상당하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 규칙도 유 전 의원에게 유리하지 않은 구조다. 대표 선거는 당원과 일반 국민 투표를 각각 7 대 3 으로 반영한다. 여권에선 “유 전 의원이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인기가 높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친윤 그룹으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은 “경기지사 경선 결과를 보면 유 전 의원이 당심에서 완전히 밀리지 않았느냐”고 했다. 잠재적 당권 경쟁자들도 이를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1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유 전 의원이 1등으로 나온 여론조사는) 민주당 지지자, 국민의힘 지지자 모두 한꺼번에 조사했다. 이러한 점들을 함께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투표장에선 지지하지 않을 야권 지지층이 경선 때 지지하는 이른바 ‘역선택’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래서 유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보다 갑작스레 그가 소환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결국 ‘유승민의 지지율 역주행’은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 때문이다. 배종찬 소장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으니 유 전 의원과 이 대표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재조명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몸 담았던 전직 의원은 “지금의 여론은, 당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까지 하는 이준석 대표나 윤핵관 그룹 모두에게 반감이 큰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후보가 없다보니 유 전 의원까지 당권 주자로 언급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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