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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시행령 비난하더니…민주당도 “직권남용은 부패범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년 8월 1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2022년 8월 1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와 관련한 시행령 정비 계획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을 무력화한 시행령 쿠데타”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청법의 하위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공직자범죄 수사 등 검찰의 직접 수사권 복원을 시도하는 건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취지를 거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패방지권익위법 등 다른 법률들도 공직자의 직권남용을 대표적 부패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한 장관의 시행령 개정이 기존 법 취지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법무부는 검찰이 직접 수사개시를 할 수 있는 2대 범죄(부패·경제) 가운데 부패범죄에 기존 시행령에선 공직자범죄로 분류했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등을 추가했다. 그런데 정작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이 수장으로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지난해 초 국민들에게 “고위공직자 부패행위를 신고해달라”라며 대표적인 부패행위로 직권남용·직무유기·허위공문서작성을 지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근거했다.

그보다 앞선 2017년 7월엔 민주당이 논평을 내고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대표적인 부패범죄로 꼽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문재인 정부 때 자신들도 직권남용 등을 부패범죄로 봤으면서 이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한 한동훈 법무부를 비판할 명분이 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권 초 백혜련 “직무유기·직권남용은 부패범죄”

2017년 5월 22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중앙포토

2017년 5월 22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중앙포토

2017년 7월 19일 백혜련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뇌물·알선수재 등 공직사회 부정부패 범죄 건수는 노무현 정부 총 3387건, 이명박 정부 5333건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대표적인 부패범죄로 본 셈이다.

그러면서 백혜련 당시 대변인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부패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라며 “독일 베텔스만 재단의 「공적지위를 남용한 공직자 처벌정도 및 정부의 부패예방 효과성 조사」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에서 8.99로 최고점을 찍고 나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가면서 계속 하락하여 2016년 8.57을 기록했다”라고 했다. 이 대목에선 직권남용을 부패범죄로 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작년초 전현희 “직권남용·직무유기·허위공문서는 부패범죄”

2022년 8월 11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뉴스1

2022년 8월 11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뉴스1

또한 전현희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1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고위공직자 부패행위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며 부패행위의 대표적인 예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을 명시했다.

이 같은 해석은 권익위법에 근거한다. 권익위의 업무범위를 정한 부패방지권익위법 2조 4호 가목을 보면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부패행위로 정의한다. 한동훈 법무부도 이런 법적 근거를 토대로 시행령을 정비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를 두고 ‘검수완박을 무력화한 시행령 쿠데타(이수진 원내대변인)’ ‘검찰 밥그릇 지키기(김남국 의원)’ 등이라고 비판 중인 것에 대해 “그렇게 말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왜 이렇게 민주당이 자기 모순적으로 시행령 정비를 통한 검찰의 직접수사 정상화를 방해하려는 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라며 “혹시 말할 수 없는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1년 1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고위공직자 부패행위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며 공개했던 포스터. 중앙포토

국민권익위원회가 2021년 1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고위공직자 부패행위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며 공개했던 포스터.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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