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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는 왜 제주에 카페를 열었을까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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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여는 족족 히트다. 오픈하기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예약 조차 녹록치 않다. 최근 한국에 문을 열고 있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식음료(F&B) 공간 이야기다. 올해 상반기에만 구찌, 디올, 루이뷔통이 서울에 카페와 레스토랑을 내며 화제를 모았다. 구찌는 지난 3월 서울 이태원에 이탈리아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를 열었고, 디올은 5월 초 성수동에 매장을 내며 내부에 '디올 카페'를 운영 중이다. 두 곳 모두 예약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사람이 몰리는 중. 5월 초 루이뷔통은 브랜드의 첫 레스토랑을 열어 서울 청담동에 열어 더 화제가 됐다.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와 함께 6주간 운영한 ‘피에르 상 at 루이뷔통’ 레스토랑은 사전 예약 창이 열린 지 5분 만에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불가리가 제주에 연 팝업 카페의 모습. 파르나스 호텔 제주의 1층 중앙 로비 라운지에 둥지를 틀었다. 사진 불가리, 파르나스 호텔 제주

불가리가 제주에 연 팝업 카페의 모습. 파르나스 호텔 제주의 1층 중앙 로비 라운지에 둥지를 틀었다. 사진 불가리, 파르나스 호텔 제주

명품의 공간 ② 팝업 카페 '불가리 선셋 인 제주'

이번엔 불가리다. 불가리는 지난 7월 22일 제주도에 올여름 리조트 컬렉션 ‘선셋 인 에덴’의 컨셉을 가져온 팝업 카페를 열었다. 위치는 중문단지에 새로 오픈한 '파르나스 호텔 제주'의 로비 라운지다. 제주에 들어선 새로운 대형 호텔과 명품 브랜드의 카페가 생긴다는 소식에 오픈 첫날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 국내에 처음 생기는 불가리의 카페 소식에 제주라는 지리적 조건이 더해지니 궁금증은 더해진다. 불가리 카페의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관전 포인트 1. 일본에만 있던 불가리 카페, 한국에도

불가리는 2004년부터 이미 호텔·리조트와 F&B 사업을 전개해 왔다. 호텔은 중국 상하이, 이탈리아 밀란, 영국 런던에, 레스토랑과 카페는 일본에 있다. 도쿄 긴자 지역에 있는 레스토랑(불가리 일 리스토란테)은 이탈리아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는데, 이미 미슐랭 1스타를 받고 '50대 아시아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릴 만큼 명성이 높다. 카페 역시 애프터눈 티와 브랜드 로고를 입힌 불가리 초콜릿이 유명하다. 두 곳 모두 중후하고 품격있는 분위기로 브랜드의 DNA를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카페에서 판매하는 불가리 로고가 새겨진 초콜릿. 사진 불가리호텔 홈페이지 캡처

일본 카페에서 판매하는 불가리 로고가 새겨진 초콜릿. 사진 불가리호텔 홈페이지 캡처

이탈리아 음식을 선택한 이유와 이들의 웅장한 인테리어는 브랜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세계 10대 보석 브랜드로 손꼽히는 불가리는 1884년 그리스인 은 세공가 소티리오 불가리가 만든 하이엔드 주얼리&워치 브랜드다. 그리스인이었던 소티리오가 이탈리아 로마에 자신의 이름을 딴 은 공예품 가게를 열었고, 이후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 등 보석과 플래티넘 소재로 만든 하이주얼리(고급 보석을 사용한 고가의 주얼리)를 만들며 지금까지 브랜드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일본 불가리 레스토랑의 모습. 사진 불가리호텔 홈페이지 캡처

일본 불가리 레스토랑의 모습. 사진 불가리호텔 홈페이지 캡처

다시 제주로 돌아가면, 이곳의 불가리 카페는 일본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우선 일본의 레스토랑·카페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던 무거운 인테리어 컨셉에서 벗어나, 밝은 노란색과 살굿빛 컬러를 중심으로 카페를 꾸몄다. 카페의 위치가 호텔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1층 중심부여서, 화사한 색감이 30m 층고 아트리움의 공간감과 어우러지며 호텔 전체를 화려하게 만든다.

파르나스 호텔 제주의 1층 로비에 생긴 불가리 팝업 카페. 30m 층고의 아트리움(천장 중앙이 유리창으로 된 중앙 정원) 공간으로 호텔의 얼굴과 같은 곳이다. 사진 박영민 기자

파르나스 호텔 제주의 1층 로비에 생긴 불가리 팝업 카페. 30m 층고의 아트리움(천장 중앙이 유리창으로 된 중앙 정원) 공간으로 호텔의 얼굴과 같은 곳이다. 사진 박영민 기자

제주와 일본의 카페가 다른 이유는 불가리 한국 지사가 직접 컨셉과 인테리어를 주도해 기획했기 때문이다. 일본 카페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선보이고자 한 올해 리조트 컬렉션에 맞게 한국의 스타일로 새로 만든 것. 벽이 없는 중앙 공간의 특성상 의자와 쿠션을 노란색과 살구색(※'황금처럼 빛나는 에덴의 살굿빛 여름 하늘'에서 영감을 받은 리조트 컬렉션의 컨셉에 맞춘 색상)으로 제작하고, 식기까지 이와 어울리는 색과 재질로 선택했다.

공간 중앙엔 브랜드의 첫 글자인 B자 모양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고, 비어있는 화단에는 '에덴'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새로 식물을 심었다. 특히 조경은 불가리가 호텔과 함께 공들인 부분으로, 허허벌판과 같았던 조경 공간에 서울에서 직접 내려간 조경팀이 식물을 심었다. 화단 중간중간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보라색 식물은 불가리의 상징색이다.

제주 불가리 카페에서 선보이는 애프터눈 티세트. 뒤로 보이는 살굿빛 패턴이 새겨진 쿠션과 화사한 화단은 리조트 컬렉션 '선셋 인 에덴'의 컨셉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사진 불가리, 파르나스 호텔 제주

제주 불가리 카페에서 선보이는 애프터눈 티세트. 뒤로 보이는 살굿빛 패턴이 새겨진 쿠션과 화사한 화단은 리조트 컬렉션 '선셋 인 에덴'의 컨셉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사진 불가리, 파르나스 호텔 제주

관전 포인트 2. 카페, 왜 열었지
불가리는 왜 제주도에 카페를 열었을까. 시작은 올여름 불가리가 출시한 리조트 컬렉션을 색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즐기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 방식으로 공간에서의 경험을 선택했다. 이정미 불가리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요즘 소비자들은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경험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공간"이라고 말했다.

불가리는 카페를 통해 새로운 리조트 컬렉션 상품을 자연스럽고 인상적으로 홍보하길 원했다. 공간, 그것도 음식을 먹고 즐길 수 있는 식음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접하는 경험은 그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걸 정확하게 짚어냈다. 수익을 위해 카페에서 불가리를 '즐긴' 사람들이 카페 옆엔 설치한 리조트 컬렉션 전시·판매 부스로 자연스럽게 이동해 제품을 살 수 있도록 동선을 연결했다.

이에 대해 LG 경영연구원 공간연구소의 안지용 소장은 "정체성을 담은 카페·레스토랑 공간이야말로 브랜드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경험의 확장판"이라고 설명했다. "불가리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 지역과 브랜드가 융합된 디저트 메뉴 개발을 통해 아이덴티티를 전달했다. 보는 것에서 먹는 것으로, 더 나아가 즐기고 소속되는 공간으로 소비자의 경험을 확대시킨 것"이라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럭셔리 브랜드의 식음 매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안 소장은 "먹는 즐거움은 '경험 경제'의 최전방에 있다"면서 "명품을 사서 소유하는 것보다 명품의 음식을 소비하는 경험이 더 자극적"이라고 설명했다.

불가리 제주 팝업 카페. 사진 불가리, 파르나스 호텔 제주

불가리 제주 팝업 카페. 사진 불가리, 파르나스 호텔 제주


관전 포인트 3. 왜 파르나스 호텔 제주일까
많은 지역 중 제주를 선택한 것은 이번 리조트 컬렉션의 주제 '선셋 인 에덴'에서 기인했다. 이 매니저는 "에덴이라고 하면 파라다이스가 떠오른다. 한국에서 '파라다이스'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으로 제주 이외의 장소를 생각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한편으론 제주에 면세점을 제외하고는 불가리 정식 매장이 없다는 것도 주요했다. 호텔을 방문한 관광객뿐 아니라 제주 주민들에게도 불가리 제품을 보여줄 기회로 삼고자 했다. 특히 시계, 주얼리, 가방, 아이웨어 등 주얼리·워치·패션 아이템을 망라한 리조트 컬렉션은 제주의 첫 팝업 매장 아이템으로 잘 어울렸다.

파르나스 호텔을 택한 것은 호텔이 가진 공간감과 오픈 시기가 리조트 컬렉션 출시 시기가 잘 맞았기 때문이다. 파르나스 호텔 제주는 GS리테일 계열사 '파르나스 호텔'이 론칭한 럭셔리 리조트형 호텔이다. 오랜 시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을 운영하며 쌓아온 호텔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야심 차게 독자 브랜드를 출시했다. 위치는 중문단지의 하얏트리젠시 자리. 기존 하얏트 건물은 구관으로 운영하고, 새로운 건물을 신축해 두 개의 대형 숙박 동을 운영한다.

파르나스 호텔 제주와 로비 라운지(폰드메르)에 생긴 불가리 팝업 카페. 사진 박영민 기자

파르나스 호텔 제주와 로비 라운지(폰드메르)에 생긴 불가리 팝업 카페. 사진 박영민 기자

유동인구가 확보된 호텔 로비, 그것도 고급 소비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특급 호텔은 럭셔리 브랜드의 공간으로 가장 안전한 공간이다. 게다가 대형 호텔이 오픈 이슈로 함께 흥행성이 올라가는 시너지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으니, 불가리로서는 가장 현명하고 안전한 선택으로 보인다. 파르나스 호텔 역시 휴양지 컨셉의 협업 브랜드를 찾고 있던 터라 카페 조성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호텔 측은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 호텔의 방향성이다. 이후에도 지속해서 협업을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불가리의 작전은 제대로 먹혔다. 카페 문을 연 첫 주부터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카페 옆에 마련한 팝업 판매 부스에서인데, 선셋 인 에덴의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라는 것도 주요했다.

불가리 제주 팝업 카페. 사진 불가리, 파르나스 호텔 제주

불가리 제주 팝업 카페. 사진 불가리, 파르나스 호텔 제주

관전 포인트 4. 한국만의 스타일 만든 든든한 파트너들
카페는 F&B 중에서도 가장 감각적인 공간이다. 인테리어와 메뉴, 브랜딩까지 완벽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한다. 불가리는 협업 파트너들과 단시간에 해냈다.

이곳의 주요 메뉴인 애프터눈 티 세트와 단품 메뉴 개발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옳음'의 서호영 셰프가 전담했다. 서 셰프는 지난해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협업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는 등 불가리와 인연이 깊다. 이번 카페에선 제주에서 나는 식재료를 사용해 제주와 불가리의 정체성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었다.
메인 메뉴는 불가리 인기 주얼리인 '비제로원' 다이아몬드 반지 모양의 초콜릿이 올라간 2단  미니 케이크, 된장 캐러멜로 만든 소이빈 카넬레, 더덕·연어 타르트 등으로 구성한 애프터눈 티 세트. 제주에서 난 귤로 만든 셔벗과 하이트 초콜릿이 들어간 감귤 모양 무스, 리조트 컬렉션의 목걸이에서 영감을 받은 '러브 위드 비비 케이크'는 단품으로도 먹을 수 있다.

불가리와 옳음의 콜라보에서 선보인 디저트. 비제로원 반지 모형이 올라간 2단 미니 케이크는 제주 카페에서도 먹을 수 있다. 사진 옳음

불가리와 옳음의 콜라보에서 선보인 디저트. 비제로원 반지 모형이 올라간 2단 미니 케이크는 제주 카페에서도 먹을 수 있다. 사진 옳음

카페를 둘러싼 화단의 조경은 '맥퀸즈 플라워'가 맡았다. 맥퀸즈는 2019년 국내에 들어온 영국 플라워 브랜드로, 역시 불가리의 많은 이벤트를 함께 해왔다.

럭셔리 브랜드의 F&B 공간, 앞으로 계속 생길까. 안 소장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F&B의 협업 매장은 한계가 있다. 유지한다면 3년 정도로 기간을 제한한 롱텀 팝업 스토어 개념이 적절하다. 단순한 F&B만의 경험으로는 고객의 호감이 지속되지 않는다. 궁극의 럭셔리 경험은 아파트·호텔·크루즈 등 사람이 거주하는 주거 시설과의 협업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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