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뼛속까지 꿰뚫은 제임스웹…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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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하 제임스웹)의 첫 이미지가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제임스웹은 이후 한 달 동안 우리 눈을 의심케 하는 이미지들을 쏟아냈습니다. 허블이 관측한 가장 오래된 은하 기록도 경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임스웹이 추가로 포착한 위대한 우주의 세계로 바로 들어가 보시죠.

거미줄 같은 뼈대 드러낸 거대나선은하 M74

지구에서 약 3200만 광년 거리 떨어진 거대나선은하 M74(NGC 628). 별 1000억개를 거느리고 있으며, 우리 은하보다 약간 작다. M74는 지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우리는 나선 구조를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 이미지는 허블우주망원경(이하 허블)이 2003년과 2005년 가시광선과 일부 적외선 영역대에서 관측한 것이다. 허블 관측 데이터가 채우지 못한 아주 일부분은 캐나다-프랑스-하와이 망원경과 제미니 천문대의 데이터로 채웠다. 사진 NASA, ESA, the Hubble Heritage

지구에서 약 3200만 광년 거리 떨어진 거대나선은하 M74(NGC 628). 별 1000억개를 거느리고 있으며, 우리 은하보다 약간 작다. M74는 지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우리는 나선 구조를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 이미지는 허블우주망원경(이하 허블)이 2003년과 2005년 가시광선과 일부 적외선 영역대에서 관측한 것이다. 허블 관측 데이터가 채우지 못한 아주 일부분은 캐나다-프랑스-하와이 망원경과 제미니 천문대의 데이터로 채웠다. 사진 NASA, ESA, the Hubble Heritage

M87 은하 이미지는 허블이 남긴 위대한 유산 중 하나입니다. 완벽에 가까운 대칭에 회오리치듯 뻗어 나온 나선팔 모양이 매우 아름답죠. 은하 구조가 꽤 선명하게 보여서 허블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진입니다.

은하 팽대부라 불리는 중심부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나선팔을 따라 새롭게 탄생한 젊은 별이 무리 지어 있는 부분인 푸른 점들도 잘 보이죠. 군데군데 꽃송이 같은 것이 붉게 빛나고 있는데, 이건 이온화된 수소 가스 구름입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질량이 크고 뜨거운 젊은 별이 내뿜는 고에너지 자외선 빛에 이온화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M74를 제임스웹이 중적외선 영역에서 관측한 이미지. 제임스웹은 3개의 중적외선 필터(F2100W, F1130W, F770W)를 통해 관측했다. 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기가 막힌 컬러 이미지를 구현했다. 제임스웹 관측 데이터는 전세계 천문학자들과 천문 관련 그래픽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가 내려받아 이미지로 탄생시킨다. 사진 NASA, ESA, CSA, Judy Schmidt

M74를 제임스웹이 중적외선 영역에서 관측한 이미지. 제임스웹은 3개의 중적외선 필터(F2100W, F1130W, F770W)를 통해 관측했다. 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기가 막힌 컬러 이미지를 구현했다. 제임스웹 관측 데이터는 전세계 천문학자들과 천문 관련 그래픽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가 내려받아 이미지로 탄생시킨다. 사진 NASA, ESA, CSA, Judy Schmidt

같은 은하를 촬영한 제임스웹의 이미지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역동적입니다. 허블에선 그저 어두컴컴하던 먼지 띠가 이슬 맺힌 거미줄이 아침 해에 반짝이듯 영롱합니다. 먼지 구름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별들이 이룬 은하의 뼈대가 적나라하게 보이죠. 인체 골격을 보려면 X선을 쓰듯, 은하 뼈대를 보려면 중적외선이 필요한 겁니다. 가시광선은 먼지를 통과하지 못해 검게 보이지만, 적외선은 이 먼지를 투시하고 더 깊은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주기 때문이죠.

아래 오른쪽에 있는 거대한 검은 구멍은 먼지 구름도 없이 텅 빈 공간입니다. 별이 태어나면서 내뿜는 태양풍보다 훨씬 거센 에너지 때문에 먼지들이 깨끗이 씻겨나간 자국이죠. 우리가 먼지 더미를 ‘후’ 하고 불듯 밀려난 우주 물질들은 가장자리로 밀려납니다. 이 가장자리에 쌓인 물질로부터 새로운 별들이 다시 탄생합니다. 가장자리의 빛나는 덩어리들은 막 별이 탄생하려고 하는 장면입니다.

제임스웹 이미지에선 허블과 달리 은하 심장부의 푸른 광채가 눈부십니다. 더 깊게 들여다보면 더 작은 푸른색 점들도 볼 수 있죠. 이 푸른 점은 막 태어나고 있는 별 혹은 별 무리입니다. 막 태어난 싱싱한 별의 에너지가 주변 먼지를 날려 보내기 때문에 안쪽까지 또렷이 들여다보이죠.

오직 제임스웹만 들여다본 NGC 7496의 활동성 은하핵

지구에서 약 2400만 광년 떨어진 막대나선 은하 NGC 7496. 허블이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합쳐 컬러 이미지로 구현했다. 먼지구름 사이에서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어 별의 형성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관측 자료다. 사진 ESA, Hubble, NASA

지구에서 약 2400만 광년 떨어진 막대나선 은하 NGC 7496. 허블이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합쳐 컬러 이미지로 구현했다. 먼지구름 사이에서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어 별의 형성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관측 자료다. 사진 ESA, Hubble, NASA

허블이 담은 막대나선은하 NGC 7496에선 막 태어난 어린 별들이 또렷이 보입니다. 나선팔을 따라 푸르게 빛나는 점과 번진 빛들은 어린 별과 성단이죠. 은하 바깥쪽에 붉은빛으로 보이는 작은 천체는 NGC 7496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배경 은하입니다. 이 사진 역시 나선팔을 따라 어두컴컴한 부분이 보이죠. M74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이 검은 영역은 우주의 먼지 띠입니다.

제임스웹의 강력한 능력을 보여주는 NGC 7496 이미지. 은하 구조가 역동적으로 드러나보인다. 허블 이미지와 비교해 보면, 빽빽한 먼지구름 사이에서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진 NASA, ESA, CSA, Judy Schmidt

제임스웹의 강력한 능력을 보여주는 NGC 7496 이미지. 은하 구조가 역동적으로 드러나보인다. 허블 이미지와 비교해 보면, 빽빽한 먼지구름 사이에서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진 NASA, ESA, CSA, Judy Schmidt

같은 곳을 담은 제임스웹의 적외선 이미지는 은하가 회전하는 듯한 착시를 줄 정도로 힘이 넘칩니다. 보석처럼 먼지 구름이 아름답게 반짝이죠. 크리스마스트리에 전구가 달린 듯 반짝이는 붉은 점들은 별이 아니라 거대한 먼지 구름이 뭉친 겁니다. 여기서 수많은 별이 탄생합니다.

중심부엔 매우 밝게 빛나는 붉은 ‘활동성 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us)’이 선명합니다. 제임스웹 특유의 뾰족한 8가닥 ‘회절 스파이크’가 강력한 에너지를 보여주는 듯하죠. 양성철 책임연구원은 “NGC 7496의 중심부엔 활동성 거대블랙홀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처럼 밝고 선명하게 관측된 적은 없었다”며 “오직 제임스웹이 가져다줄 수 있는 놀라운 우주의 광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주의 거대한 서커스 ‘수레바퀴 은하’

지구에서 약 5억 광년 떨어진 고리 모양 은하인 수레바퀴 은하. 안쪽 고리와 바깥쪽 고리, 두 은하의 충돌에 의해 신비로운 모양이 만들어졌다. 바깥쪽 고리는 우리 은하의 약 1.5배 크기다. 허블이 관측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0년 만든 이미지다. 사진 ESA, Hubble, NASA

지구에서 약 5억 광년 떨어진 고리 모양 은하인 수레바퀴 은하. 안쪽 고리와 바깥쪽 고리, 두 은하의 충돌에 의해 신비로운 모양이 만들어졌다. 바깥쪽 고리는 우리 은하의 약 1.5배 크기다. 허블이 관측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0년 만든 이미지다. 사진 ESA, Hubble, NASA

제임스웹 이미지는 허블에 비해 은하의 ‘바큇살’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안쪽 고리와 바깥쪽 고리, 두 은하의 충돌하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두 은하 사이에 남겨진 격렬한 부딪힘의 흔적이 생생하다. 사진 NASA, ESA, CSA, STScI, Webb ERO Production Team

제임스웹 이미지는 허블에 비해 은하의 ‘바큇살’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안쪽 고리와 바깥쪽 고리, 두 은하의 충돌하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두 은하 사이에 남겨진 격렬한 부딪힘의 흔적이 생생하다. 사진 NASA, ESA, CSA, STScI, Webb ERO Production Team

수레바퀴 은하는 우리 은하처럼 나선 모양이 아닌 고리 모양입니다. 은하 두 개가 충돌해 만들어진 매우 드문 형태의 은하죠.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 은하를 ‘우주의 서커스’라고 부릅니다.

이 은하는 안쪽의 작은 은하와 바깥쪽의 커다란 나선 은하가 충돌하면서 생겼습니다. 제임스웹 이미지엔 중심부의 밝게 빛나는 안쪽 고리와 좀 더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는 바깥쪽 고리 구조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두 은하가 충돌한 뒤 바깥쪽 고리는 4억4000만년에 걸쳐 서서히 밖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바깥쪽 은하 가운데에 안쪽 고리 은하가 부딪히면서 마치 연못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파문이 일어난 거죠. 양성철 책임연구원은 “안쪽 고리는 뜨거운 먼지 구름과 나이가 어린 거대 성단이 자리 잡고 있다”며 “바깥쪽 고리는 별이 새로 태어나고, 초신성 폭발로 별이 죽어가는 과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흥미로운 영역”이라고 설명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경신되는 ‘오래된 은하’ 최고 기록

제임스웹이 관측한 은하 GLASS-z13. 빅뱅 이후 약 3억3000만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로부터 약 332억 광년 떨어져 있다. 이 거리는 빅뱅으로 생겨난 우주의 나이(약 138억년)보다 길다. 이는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Naidu et al. 2022, UCLA, GLASS-JWST

제임스웹이 관측한 은하 GLASS-z13. 빅뱅 이후 약 3억3000만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로부터 약 332억 광년 떨어져 있다. 이 거리는 빅뱅으로 생겨난 우주의 나이(약 138억년)보다 길다. 이는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Naidu et al. 2022, UCLA, GLASS-JWST

제임스웹이 관측한 Maisie 은하. 빅뱅 이후 약 2억9000만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CEERS, JWST

제임스웹이 관측한 Maisie 은하. 빅뱅 이후 약 2억9000만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CEERS, JWST

제임스웹이 관측한 은하 CEERS-93316. 빅뱅 이후 약 2억3500만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CEERS, JWST

제임스웹이 관측한 은하 CEERS-93316. 빅뱅 이후 약 2억3500만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CEERS, JWST

허블이 관측한 가장 오래된 은하는 GN-z11로 빅뱅 이후 약 4억년에 탄생했습니다. 은하 나이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빛의 파장이 늘어나는 현상인 ‘적색편이’의 수치를 계산해 측정합니다.

허블이 2015년 관측한 가장 오래된 은하 GN-z11. 지구로부터 320억 광년 떨어져 있다. 이 기록은 제임스웹에 의해 한달 만에 경신됐다. 사진 NASA, ESA, P. Oesch (Yale University), G. Brammer (STScI), P. van Dokkum (Yale University), and G. Illingworth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

허블이 2015년 관측한 가장 오래된 은하 GN-z11. 지구로부터 320억 광년 떨어져 있다. 이 기록은 제임스웹에 의해 한달 만에 경신됐다. 사진 NASA, ESA, P. Oesch (Yale University), G. Brammer (STScI), P. van Dokkum (Yale University), and G. Illingworth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

제임스웹이 관측을 시작한 뒤 한 달도 안 돼 허블 기록을 깨뜨리는 은하가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GLASS-z13, Maisie 은하, CEERS-93316 등이죠. 모두 빅뱅 이후 3억년 안쪽에 탄생한 은하로 추정됩니다.

아직 이런 기록들은 추가적인 스펙트럼 관측을 통해 검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기존 허블이 10여일에 걸쳐 관측해 세운 최고 기록을 제임스웹은 고작 12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 1억년 이상 앞당겼다는 거죠.

지난 4일엔 CEERS 국제협력 연구팀은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자료를 이용해 가장 오래된 은하 후보 CEERS-1749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은하는 약 136억년 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빅뱅 이후 약 2억년 뒤 탄생했다는 거죠. 이 논문 역시 검증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CEERS 국제협력 연구팀은 ‘슈뢰딩거의 은하 후보: z≈17에선 황당하게 밝지만, z≈5에선 먼지낀 듯 어둡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등장한 은하 CEERS-1749는 빅뱅 이후 약 2억~2억2000만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면 역사 상 가장 오래된 은하를 측정한 기록으로 남게 된다. 사진 CEERS

CEERS 국제협력 연구팀은 ‘슈뢰딩거의 은하 후보: z≈17에선 황당하게 밝지만, z≈5에선 먼지낀 듯 어둡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등장한 은하 CEERS-1749는 빅뱅 이후 약 2억~2억2000만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면 역사 상 가장 오래된 은하를 측정한 기록으로 남게 된다. 사진 CEERS

이런 일들이 제임스웹이 첫 이미지를 내놓고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벌어졌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또 어떤 놀라운 관측과 이미지를 더 보게 될까요.

양성철 책임연구원은 “현재까지 천문학계가 발견한 외계 행성계는 대부분 태양계와 나이가 비슷하다. 아직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췄지만 훨씬 나이가 오래돼서 우리보다 진보한 문명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행성계를 발견한 적은 없다”며 “학계에선 제임스웹이라면 외계 생명체가 사는 행성계를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재미있는 상상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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