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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230㎞/h 달린다...3억명 뒤흔들 '전기차의 질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는 1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2022 서울 e-프리’ 행사를 개최한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1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2022 서울 e-프리’ 행사를 개최한다. [사진 서울시]

초고속 전기차 22대가 인구 950만명 대도시 서울 한복판에서 고속 레이싱을 벌인다. 자동차 애호가들이 상상만 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서울시는 1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2022 서울 e-프리’ 행사를 개최한다. 서울 관광 회복을 위해 개최한 ‘서울페스타 2022’ 메인 행사의 일환이다.

전 세계 197개국에서 약 3억 명이 시청하는 e-프리는 2021~2022 시즌 세계전기차경주대회(포뮬러e)의 마지막 라운드다. 포뮬러e는 포뮬러원(F1)을 주최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한 세계 최대 규모 전기자동차 경주 대회다. 이 대회가 국내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페스타 개막행사. [사진 서울시]

서울페스타 개막행사. [사진 서울시]

서울페스타 메인행사 ‘포뮬러e’

‘2022 서울 e-프리’가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전기차가 도심을 질주한다. [사진 서울시]

‘2022 서울 e-프리’가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전기차가 도심을 질주한다. [사진 서울시]

이번 대회에서 22대의 전기차는 잠실주경기장 내부와 인근 도로 등 총 2760m 코스를 46바퀴 돈다. 포뮬러e 선수들은 일단 잠실학생체육관 앞에서 출발해, 잠실야구장 앞 급커브 구간을 거쳐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내부로 진입한다. 트랙을 한 바퀴 돈 뒤 호돌이광장을 끼고 다시 우측으로 돈다. 이어 잠실엘스 아파트 앞 직진 구간을 질주한 후엔 다시 잠실학생체육관에 도착하게 된다.

정지 상태서 시속 100㎞ 가속까지 '2.8초' 

이들이 경주에 사용하는 차량은 GEN2라고 불리는 포뮬러e 전용 전기차다. 스파크레이싱테크놀로지가 제조한 이 차량은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하는 시간(순간 가속력)은 불과 2.8초다. 현재 국내서 가장 빠른 기아 전기차 EV6 GT(3.5초)와 비교하면 순간 가속력이 20%나 높다. 급격히 가속·감속하는 재미는 포뮬러E가 포뮬러1(F1) 레이싱보다 더하다는 의미다.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이 메르세데스-벤츠의 포뮬러E 차량 실버애로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이 메르세데스-벤츠의 포뮬러E 차량 실버애로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피트스톱에서 타이어 교체 없어

메르세데스-EQ 포뮬러 E 팀 소속인 스토펠 반도른 드라이버(오른쪽)와 닉 드 브리스 드라이버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EQ 포뮬러 E 팀 소속인 스토펠 반도른 드라이버(오른쪽)와 닉 드 브리스 드라이버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포뮬러e와 F1의 또 다른 차이점은 경기 중간에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뮬러e 규정에 따르면, 대회 참가 팀은 경기 내내 2세트(8개)의 타이어만 사용할 수 있다. F1은 피트스톱(pit stop·도중 정차)을 통해 마모된 타이어를 교체해야 안정된 레이싱 경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포뮬러e는 타이어 교체 제한 규정을 통해 전체 타이어 사용 개수를 720개로 줄였다.

포뮬러e코리아는 “탄소 발자국 전문 기업 콴티스와 협업해 대회 진행 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려 타이어 사용 제한 규정을 도입했다”며 “덕분에 포뮬러e는 대회 기간 50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제조 과정에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포뮬러e 전용 타이어를 제조하는 미쉐린타이어는 기존 타이어 대비 20% 가벼우면서 동시에 타이어 수명·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타이어를 개발했다. 또 타이어 운송 과정에 드는 탄소 발생량도 30~50% 줄였다.

부서진 차체와 배터리도 재활용한다. 포뮬러e 조직위원회는 경기 도중 차체가 파손하면 바이오연료를 이용하는 해운선에 이를 싣고 영국 더비셔주 포뮬러e 본부로 옮긴다. 부서진 조각은 열가소성 플라스틱 등으로 가공해 재활용한다. 또 소재 재활용 기업인 유미코아는 GEN2가 사용한 배터리 내부에서 95% 이상의 금속을 추출해 이중 60%를 재활용한다.

포뮬러e코리아는 “포뮬러e는 전기 레이싱에서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여러 기후 보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며 “덕분에 포뮬러e는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한 세계 최초의 스포츠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우승 유력한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

스토펠 반도른 드라이버는 시즌 포인트 185점으로 올시즌 우승이 유력하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스토펠 반도른 드라이버는 시즌 포인트 185점으로 올시즌 우승이 유력하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2021~2022 시즌 세계전기차경주대회(포뮬러E) 대회에 참여한 11개 레이싱팀은 지금까지 베를린·뉴욕·런던·로마 등 9개 도시에서 1~14라운드를 마쳤다. 한국에서 15·16라운드를 마치면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현재 1위를 기록 중인 메르세데스-EQ 포뮬러e팀의 스토펠 반도른 드라이버와 닉 드 브리스 드라이버를 12일 서울잠실종합경기장에서 인터뷰했다.

지금까지 185포인트를 쌓아 2위(149점)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각 라운드별 1위가 25점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올 시즌 우승이 유력한데.

스토펠: 좋은 컨디션이 유지되면서 라운드별로 차곡차곡 승점을 딸 수 있었다. 지금까지 포인트를 많이 쌓긴 했지만 결과는 마지막까지 아무도 모른다. 서울은 최근 비가 상당히 많이 왔기 때문에, 기상 조건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에서도 최고의 주행 기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팀순위에서도 메르세데스-EQ 포뮬러E팀이 현재 1위다(291점).  

: 승리 타이틀을 쥐어들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워낙 경쟁력 있는 선수가 많이 출전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마지막까지 드라이버로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면.

스토펠: 재규어 TCS 레이싱팀의 미치 에반스 드라이버가 현재 내 점수에 가장 근접해 있다(149점). 미치뿐만 아니라 챔피언십에 출전한 드라이버들은 대부분 승리할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

레이스 도중 차량 콕핏을 보호하는 장치(헤일로·Halo)가 파란색으로 빛날 때가 있다.

: 포뮬러E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어택모드(attack mode)다. 이 모드 때 파란색 빛이 들어온다. 어택모드 상태에선 액티베이션 존(Activation Zone)이라고 부르는 구간을 넓게 돌아 달려야 하는 대신, 추가 동력을 얻는다. 30kW의 추가 전기 동력을 얻어 최고 250kW까지 출력이 향상한다. 어택모드를 도입하면서 포뮬러E에 박진감이 더욱 가미됐다. 누가 전략적으로 어택모드를 사용하느냐가 순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극히 짧은 시간에 순위가 달라진다.

스토펠: 때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드라이버의 숙명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즐기는 편이다. 스트레스가 있으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이를 잘 관리하는 선수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 레이싱은 기본적으로 힘이 아니라, 정신력 싸움이다. 온도·에너지 등 레이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신경쓰면서 동시에 정신력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이런 의미에서 스트레스 관리도 경기의 일부다.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의 닉 드 브리스 드라이버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의 닉 드 브리스 드라이버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경기에 사용하는 머신(메르세데스-EQ 실버 애로우 02)의 장점은.

: 가장 큰 차이는 파워트레인이다. 기존 머신 대비 효율성이 높아졌고 보다 경량화되면서 퍼포먼스가 좋아졌다. 2020년 레이싱에서 사용했던 머신(메르세데스-EQ 실버 애로우 01)과 차체는 동일하지만 경기 중 보다 향상된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번 대회가 메르세데스-EQ 레이싱팀으로 참여하는 마지막 경기다.

스토펠: 그동안 메르세데스-EQ 팀에서 활동하며 많은 성공을 거뒀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 경기이기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꼭 우승해서 챔피언십을 달성하면 좋겠다. 아쉬운 마음이 없진 않지만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고 전진할 필요가 있다. 멋진 마무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태동 단계인 한국 모터스포츠 팬에게 하고 싶은 말은.

: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데 지금까지 한국에서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한국은 모든 것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고 조직적이고 친절해서 인상이 좋다. 또 어딜가나 환영받는 느낌이다. 한국 팬들을 위해서 서울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스토펠: 공도를 서킷으로 활용하는 서울 라운드의 트랙을 보고 정말 놀랐다. 잠실종합운동장도 규모가 상당하다. 여기 많은 관중이 모인다면 정말 특별한 트랙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날씨가 변수긴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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