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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청담 거쳐 고향인 고성으로… 젊은 셰프의 진심이 담긴 돈까스[쿠킹]

중앙일보

입력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⑤ 보배진

바삭바삭하고 촉촉하게, 돼지고기로 만드는 가장 맛있는 마법 

STORY  
"고성으로 내려오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내가 할 수 있는 음식보다, 이곳의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음식에 더 많은 초점을 두자’라는 것이었어요. 음식을 즐기는데도 순서가 있고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좋아하는 돈까스는 그 시작으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음식이라고 생각했죠."

고성 돈까스 맛집 보배진의 등심카츠 정식 사진 김성현

고성 돈까스 맛집 보배진의 등심카츠 정식 사진 김성현

약 3년간 호주 시드니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강남구 청담동의 레스토랑 덱스터의 오픈 멤버로 2년 넘게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며 수많은 식도락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젊은 셰프가 부모님의 고향인 강원도 고성으로 내려왔다.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을 떠나 바다를 낀 한적한 마을로 내려온 그가 선택한 음식은 돈까스.

남녀노소, 연령불문 모두가 편하고 맛있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었던 이진우 셰프(30)는 자신의 추억이 축적된 시골 마을 한켠에 ‘보배진’의 문을 열었다. 지난 3월 문을 연 가게는 ‘珍’이라는 한자의 뜻 그대로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며 고성의 새로운 보물로 자리 잡고 있다.

‘보배진’의 메뉴는 무척이나 단촐하다. 제주산 돼지고기로 만든 등심카츠 정식이 단일 메뉴이며, 사이드 메뉴로는 등심과 다른 매력을 지닌 ‘한입 안심’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메뉴 밖에 없는 작은 식당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한 보배진의 한 입 안심 사진 김성현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한 보배진의 한 입 안심 사진 김성현

가게가 문을 여는 11시 30분에 맞춰서 도착해도 1시간 정도의 기다림은 각오해야 한다. 끊임없이 손님이 몰아치며 8석의 좌석은 빈 자리가 생기는 즉시 다른 누군가로 채워진다. 이진우 셰프가 하루에 준비하는 식사는 약 40인분 안팎. 하지만 넘쳐나는 손님으로 오후 2시 전에 재료가 동 나는 일이 허다하다.

포크만 쓸 줄 아는 어린이부터 젓가락질이 능숙하신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하지만, 이들은 돈까스를 먹고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라는 이진우 셰프의 진심이 음식의 맛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다.

강원도 고성까지 가서 무슨 돈까스를 먹냐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보배진’은 그럴 가치가 있는 식당임에 틀림없다. 실력 좋은 셰프가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만든 한상의 돈까스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한적한 바닷가를 걷다 보면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AT

‘보배진’에서 내놓는 모든 재료들은 지역의 색깔과 풍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식당의 얼굴이 되는 돈까스는 제주산 돼지고기만을 사용해 만든다. 고소하고 달큰한 향을 품은 쌀은 고성 오대미를 사용하며, 양배추 역시 속초의 유기농을 고집하고 있다.

염지의 기본 베이스가 되는 생강은 전라도 완주산이며 고기의 풍미를 더하는 레몬은 제주산, 고추냉이 역시 철원의 맑은 물을 먹고 자란 재료만을 사용한다.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잔소주로는 고성에서 빚은 달홀진주를 내놓는다.

주문 즉시 갈아서 내어지는 철원산 고추냉이. 최상의 재료에서 맛의 진가가 나온다. 사진 김성현

주문 즉시 갈아서 내어지는 철원산 고추냉이. 최상의 재료에서 맛의 진가가 나온다. 사진 김성현

이처럼 지역의 식자재를 활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진우 셰프는 국내에는 좋은 재료가 없다고 생각했던 과거 편견을 고백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지역일수록 오히려 더 모르는 재료가 많더라고요. 경험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계속해서 탐구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지역과의 상생이 곧 사업과 삶이 지속가능해지는 중요한 창구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보배진’이 내놓는 음식을 먹어보면,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방이 살짝 붙어있는 등심은 특유의 씹는 식감을 시작으로 살코기에서 육즙이 터져 나온다. 입 안은 기분 좋은 고기의 풍미로 가득 차오르지만, 그 속에서 돼지 특유의 불필요한 잡내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여기에 소금을 살짝 찍는 순간 감칠맛이 폭발하며 오감을 자극한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좋은 고기를 정성 들여 튀겼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여기에 고기를 감싸고 있는 얇은 튀김은 바삭한 식감 뒤로 고소한 풍미를 더하며 돈까스의 맛을 한층 끌어 올려준다.

등심 보다 한층 부드러운 식감의 안심 역시 인상적이다. 소금이 살짝 뿌려진 상태로 나오는 안심은 육즙을 한가득 머금고 있어 ‘탱글탱글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촉촉하다. 이름 그대로 한입에 넣는 순간 등심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오대미로 지은 보배진의 냄비밥. 윤기와 코 끝을 채우는 고소한 밥의 향기가 침샘을 자극한다. 사진 김성현

오대미로 지은 보배진의 냄비밥. 윤기와 코 끝을 채우는 고소한 밥의 향기가 침샘을 자극한다. 사진 김성현

신맛 이외에도 미네랄과 향긋함을 품고 있는 제주산 레몬을 뿌리면 또 한 번의 마법이 시작된다. 레몬이 갖고 있는 산미가 돈까스의 지방과 만나 훨씬 더 풍부하고 균형 잡힌 풍미를 뿜어낸다. 여기에 영업 시작과 함께 짓는 오대미 냄비밥은 매일 먹는 밥이 맛있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눈을 즐겁게 하며 반짝거리는 윤기와 코 끝을 채우는 고소한 밥의 향기는 최근날짜로 도정되어진 오대미만 사용하는 셰프의 고집이 느껴진다. 공들여 지은 밥 답게 밥알 하나하나마다 꽉 차 있어 씹을수록 단맛과 고소함이 올라온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밥은 돈까스의 배경이 되어 전체적인 맛을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배진

· 주소 : 강원 고성군 토성면 토성로 148-1
· 가격대 : 15,000원(등심카츠 정식)
· 메뉴 : 등심카츠 정식 단일 메뉴, 한입안심 추가 가능
· 대표 메뉴 : 등심카츠
· 예약 안내 : 예약 불가. 현장 대기만 가능.
·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 오픈. 오후 2시 45분 라스트오더(매주 수요일, 목요일 휴무)
· 주차 : 매장 앞 대로변 주차 가능

 #돈까스 #강원도맛집 #고성맛집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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