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는 딱 두개로 정곡 찔렀다...이재명 '직접민주주의' 함정

중앙일보

입력 2022.08.13 05:00

업데이트 2022.08.13 13:27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는 지난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사랑받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는 지난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사랑받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당의 의사와 당원들의 의사가 많이 괴리되고 부딪히기도 한다. 양 의견이 충돌할 때 어떤 의견이 우선돼야 하는가.”

지난 10일 충북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 초청 TV토론(5차)에서 이재명 후보가 박용진·강훈식 후보를 향해 던진 질문이다. “대립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박용진), “직접민주주의는 확대돼야 하지만, 숙의민주주의도 중요하다”(강훈식)는 답변을 들은 이 후보는 2분 가까이 자신의 ‘직접민주주의론’을 펼쳤다.

이 후보는 “간접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게 된 것은 지역적인 어려움과 규모의 문제 때문에 직접 모여 결정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작동했던 것”이라며“이제는 통신·교통 수단이 발달해 국민·대중의 당원 의견을 실질적으로 수렴해서 그 의사에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원 청원제도, 정책 투표제도가 일상적으로 가능한 소통 플랫폼이 꼭 필요하다”면서 “당의 의사와 당원들의 의사가 충돌할 때는 기본적으로 당원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발언엔 ‘이재명의 민주당’ 청사진이 압축돼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7일 출마 회견 때 “국민·당원과의 직접 소통, 국민·당원의 적극 참여, 최대치의 민주주의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이라며 “전자 민주주의로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당원 지위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도 “당원·국민의 집단지성에 제 정치운명을 맡기겠다”(28일 예비경선)고 했다. ‘일꾼론’을 앞세운 지난 대선과 달리, 전당대회에선 직접 민주주의를 전면에 내건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내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게 국민과 당원의 참여를 독려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칫 과하면 당을 폐쇄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기숙 이화여대(정치학) 교수는 “직접 민주주의는 양날의 검이다. 시민 참여는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굉장히 소중한 도구지만, 일부 포퓰리스트 당원들이 '우리가 주인'이라며 국민 의견을 무시할 경우 정당의 존립 근거인 대의민주주의까지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도 “참여가 늘어나는 건 좋으나, 자칫하면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팬덤 정치를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직접민주주의에 대해선 강성층 의견이 과잉 대표되는 ‘반향실(에코 체임버·echo chamber)’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율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SNS 등 온라인에선 끼리끼리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일부 팬덤이 소수 의견을 다수 목소리처럼 만들어 ‘침묵의 나선’을 만들 수 있다”며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도 오프라인 투표를 고집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민주당이 실시한 온라인 권리당원 투표에선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들만 투표에 참여해, 일반 국민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관철해 왔다. 2020년 3월 위성정당 창당 찬반을 물은 권리당원 투표(투표율 30.6%)는 74.1%의 찬성률을 기록했고, 2020년 11월 실시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 당헌 개정 투표는 투표율 26.35%, 찬성률 86.64%를 보였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앞선 두 가지 사례를 거론하며 “(당원 투표가) 지금 당원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작은 이익 때문에 큰 걸 못 보는 우도 범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되면 이재명식 직접민주주의가 대표 권한을 극단적으로 키우는 도구가 될 것이라 우려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이 후보 지지층은 국회의원을 ‘기득권’으로 깎아내리지만, 의원들은 각 지역에서 국민 의견을 들어 당에 수렴하는 긍정적 역할도 있다”며“자칫 직접민주주의를 빌미로 국민 의견을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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