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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개월 만에 ‘경영 족쇄’ 풀린 이재용 “국가경제 위해 열심히 뛰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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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호 03면

광복절 특별사면

정부의 특별사면 발표 직후 사면 소감을 밝히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정부의 특별사면 발표 직후 사면 소감을 밝히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은 오랜 ‘경영 리스크’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태 이후 69개월 만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을 점치기도 하지만 당장 큰 변화를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삼성 안팎의 관측이다. 삼성 관계자는 “계획된 경영 활동과 투자 계획 등을 이행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하반기 이른바 ‘퍼펙트 스톰(복합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는 만큼 챙겨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12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사건 오전 재판이 끝난 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국가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취업 제한’ 족쇄가 풀린 이 부회장 앞에는 기회와 위기, 부담이 공존한다. 같은 세대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모빌리티·로보틱스를 바탕으로 그룹의 미래를 제시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휴대전화 부문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015년부터 그룹 총수 역할을 해 온 이 부회장은 비전을 실현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에서 ‘글로벌 최강’의 자리를 지켰지만 미래 먹거리, 신사업 투자 등의 대전환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반도체는 물론 바이오·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반도체·모바일 등에서 ‘빅딜’이 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예고하기도 했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이 부회장의 복귀와 함께 M&A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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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6만원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당장 반도체 등 주력사업의 초격차 유지는 물론 시장의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 우리 정부의 ‘칩(Chip)4’ 참여도 이 부회장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대만·일본과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통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최대 고객인 중국 시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또한 관심이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로 삼성전자 부회장에 오른 뒤, 10년째 같은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상위 5대 그룹 가운데 총수가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재계에서는 시간이 문제일 뿐,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책임 경영’ 차원에서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회장에 취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연말 사장단 인사를 마친 뒤 삼성전자 대표이사에 취임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재건 여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삼성은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3개 테스크포스(TF)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인데 과거 회장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등과 비교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내부에서는 계열사가 60개에 달하는 데다 사업부문별로 성격도 달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언제까지 TF 체제로 갈 거냐는 우려가 안팎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빠른 경영 판단과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2020년 세계적 경영 자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 관련 컨설팅을 의뢰한 바 있는데, 당시 BCG도 그룹 컨트롤타워의 복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복귀 이후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세워진다면 슬림하면서도 빠른(agile) 의사결정과 소통이 가능한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직접 살핌)식 고압적 기구보다, 효율적인 경영 협력을 추구하는 기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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