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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내홍에 의원 막말까지…“회복 불능 상태 빠질 수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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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호 04면

여당 의원 부적절 발언 파장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 발언과 관련해 허리를 굽혀 사과 하고 있다. [뉴스1]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 발언과 관련해 허리를 굽혀 사과 하고 있다. [뉴스1]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정말 죄송하다.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전날 수해 복구 봉사활동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부적절한 발언이란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전날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는 공식 사과문을 낸 데 이어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직접 서서 재차 사과했다.

김 의원은 “수재로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로는 못해 드리고 오히려 심려를 끼쳤다. 저의 경솔한 말로 분노를 느꼈을 국민께 평생 반성하고 속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수해 복구에 나선 국민의힘의 진정성까지 내치지 않아 주시길 국민께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린다”며 “저는 수해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수해 현장에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직도 내놓기로 했다. 또 “이번 일로 당이 저에게 내리는 그 어떤 처분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뒤 ‘탈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참담하고 국민과 당원들에게 낯을 들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그러면서 “윤리위 절차를 밟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당 윤리위 회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이날 오후엔 “가까운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윤리위에 회부하는 결정을 하겠다”며 윤리위 회부 의지를 좀 더 명확히 밝혔다.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 대해서는 “징계 절차를 진행하면서 의견을 더 수렴하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주 위원장은 전날엔 김 의원 발언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김 의원이 장난기가 좀 있다. 여러분들(기자들) 노는데 우리가 찍어보면 여러분들은 나오는 게 없을 것 같나”라며 김 의원의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답변을 해 논란을 불렀다. 이에 당내에서도 “주 위원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윤리위를 당장 소집하고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엄중한 대응을 주문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잇따르자 주 위원장도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이날엔 최춘식 의원이 전날 수해 복구 봉사활동 현장에서 “우리 지역은 소양감댐만 넘지 않으면 되니까”라고 했던 발언도 추가로 논란이 됐다. 최 의원 지역구는 소양강댐의 영향을 받는 경기도 포천시와 가평군이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소양강이 워낙 커서 넘치면 큰일 아니냐 이렇게 얘기한 게 아닌가 짐작한다”면서도 “앞뒤 맥락을 다 알아보고 말하겠다”며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10일 가평군청 재난안전상황실을 방문해 소양강댐 방류 대책을 논의하며 한국수자원공사와 긴밀히 협조했고, 그 결과 방류량을 조절해 가평의 자라섬 등이 잠기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소양강댐이 범람하지 않으면 지역의 피해가 없을 거라고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하지만 그렇잖아도 이준석 대표 징계와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당 내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까지 가세하자 “이대로 가다가는 당이 자칫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당장 비대위 출범이 다음주 16일 이후로 늦춰졌다. 또 주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당연직 비대위원 세 명을 제외한 나머지 비대위원 여섯 명을 확정하는 작업도 난항에 부딪혔다. 후보군에 오른 인사들 대부분이 비대위 합류를 꺼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비대위원 하마평에 올랐던 한 의원은 “이번 비대위는 어떤 특별한 권한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은 만큼 제안이 오더라도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차기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징검다리 역할만 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비대위에 합류해 봤자 별다른 정치적 실익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주 위원장도 이날 “당 안팎의 여러 후보군을 놓고 조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비대위원 겸 비대위 대변인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성원 의원의 수해 현장 실언으로 인선 작업이 더 주춤댄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 원내대표가 당연직 비대위원에 포함되는 문제를 놓고도 당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차기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총회에서 한 번 더 신임을 얻는 게 확고한 리더십을 제대로 정립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4선의 홍문표 의원도 “의총에서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물어보는 게 누구든지 수용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가세했다. 이준석 대표 측근인 김용태 최고위원은 “다들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비상상황이라고 외치더니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 자리에 앉아 회의에 참석하면 국민이 집권 여당을 뭐라고 생각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런 가운데 당 안팎의 시선은 13일로 예고된 이 대표의 공개 기자회견에 쏠리고 있다. 이 대표가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 강도로 발언하느냐에 따라 당 내홍의 수위와 향후 진로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 대표는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 내부의 혼란상을 직격했다. 이 대표는 무너진 식당 앞에 ‘정상영업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는 사진을 올린 뒤 “쌓는 건 2년, 무너지는 건 2주”라고 썼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13일을 회견 날짜로 잡은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을 앞두고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한 날이 음력 8월 13일인데, 역사적 비유를 좋아하는 이 대표가 이런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정체불명의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주 위원장도 기자회견에 앞서 이 대표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주 위원장은 “저희야 만나길 바라고, 직간접적으로 만나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했는데 접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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