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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시장 거래 빙하기 오나] 공인중개소 폐업 11% 늘어, 이사·인테리어업도 찬바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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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호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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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거래가 줄자 서울시 공인중개업소 폐업자 수는 1000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연합뉴스]

주택 거래가 줄자 서울시 공인중개업소 폐업자 수는 1000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연합뉴스]

“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한 마디로 최악이다.” 부동산공인중개업소 사장들이 공통적으로 뗀 첫 마디다. 서울 강동구에서 14년째 공인중개소업소를 운영하고 김은주 씨(가명·57)는 “사무실은 유지해야 하니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 월세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이 거래 절벽이 주기적으로 발생되긴 했지만 지금처럼 심각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매출이 안 나오다보니 임대료를 못 버티다 폐업한 사람도 꽤 많다”며 “사장이고 직원이고 투잡 뛰고 그런다. 그게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주택 거래절벽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1087건, 2월 815건, 3월 1431건, 4월 1750건, 5월 1743건, 6월 1074건, 7월 516건이다. 서울에서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는 작년 1~5월 95건이 거래됐는데, 올해 같은 기간 거래량은 26건뿐이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대로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해 거래량이 회복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거래가 끊기면서 부동산중개·이사·인테리어업계 등 관련 산업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중개업계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공인중개소 개업 수는 1249명, 폐업은 1148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개업은 9.5% 줄었고, 폐업은 11.3% 증가했다. 그나마 남은 중개업소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B공인중개업소 이정현 대표(가명·52)는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지만 주변 단지가 2019년 초에 입주를 시작했다”며 “임대차 기간(2+2년)을 감안하면 앞으로 1~2년 정도만 있으면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싶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1회에 한해 추가 2년(2+2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에서 3년째 공인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조성무 대표는 “중개 수수료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는데 사무실 월세나 광고비, 인건비, 식비 등 고정비용은 늘어만 간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상한요율을 정해놓고 합의 하에 정하는 중개수수료가 고민이다. 지난해 10월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9억~12억원 미만 거래금액 기준 매매 상한요율은 0.9%→0.5%, 임대차 상한요율은 0.8%→0.4%로 낮아졌다. 이 대표는 “고정 수수료도 아니고 상한요율에 최근엔 이 마저 낮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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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광고비 부담도 큰 편이다. 서울 마포구 A공인중개업소 사장은 “네이버, 직방, 다방 이런 곳에 광고비를 지출하는데 건당 1700원에서 광고 노출 정도에 따라 4000원까지 들어간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김성곤 대표(58)는 “플랫폼 기업이 우리 같은 공인중개사들이 낸 광고비로 본인 사업을 키우고 중개 플랫폼을 넘어 시장을 장악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소상공인들이나 영세업자들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은 불법 공인중개소”라며 “서울에서만 불법 중개업이 4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주택 거래가 끊기고 이로 인해 이사 수요가 줄면서 이사·인테리어·청소업체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에서 28년째 이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예원(55) 실장은 “이사 건수 들어오는 게 예전 물량의 20%밖에 안 된다”며 “예전엔 거의 한 달에 100집, 하루에 5집까지 했지만 지금은 하루에 한 건 나가기도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서울시이사화물주선사업협회에 따르면 이사업체 폐업건수는 서울 소재 업체만 2020년 48건, 2021년 63건이었는데 올해는 7월까지만 벌써 39건에 달한다. 청소업체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하남시에서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강정근(가명·62)씨는 “지난해 대비 물량(일감)이 30% 정도 떨어진 것 같다”며 “요즘 분당, 잠실, 남양주 이런 곳엔 입주가 다 끝나기도 했고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없으니 일감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어차피 이사를 해야 청소를 많이 하는데 부동산이 움직이지 않으니 폐업한 곳도 많다”고 덧붙였다.

인테리어 업계에도 올해부터 침체기가 들이닥쳤다. 서울 양천구에서 인테리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상철 대표(인테리어협회 회장)는 “30년 넘게 했지만 IMF 때보다 어려운 것이 지금”이라며 “IMF 땐 더 작은 곳으로 이사하거나 회사를 축소하고 수리하면서 되레 일이 많았었다”고 말했다. 35년째 인테리어 업을 운영해온 김종신 대표(59)는 “지난 2년간 부동산 정책의 실거주 요건이 있어 오히려 수요가 좀 있었다”며 “사실 우리 업종은 365일 일을 할 수 있어 비수기가 없지만, 올해부터 침체가 시작된 거 같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업계는 이사 수요 감소에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인테리어 가구 자재로 주로 쓰이는 파티클보드(PB)의 경우, 목재가공업체 동화기업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평균 단가가 1㎥당 30만4554원으로, 지난해(26만5318원)보다 14.7%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창호, 바닥재 등 주요 인테리어 제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가격이 2021년에 전년 대비 평균 60% 올랐다”며 “올해 초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 국내외 물류비 등 지속적 상승으로 인테리어 제품 가격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대형 인테리어 업체의 실적도 하락세다. 한샘과 LX하우시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121억7000만원, 125억76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0%가량 감소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 거래량이 너무 없어 단기적으로 인테리어업에서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며 “당장 내년만 봐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은 수준으로 예상돼 2024년 이후 돼서야 상황이 전환될 거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집을 사고파는 사람이 줄자 가전제품 교체 수요도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2% 줄었다. 영업이익은 81억원 적자다. 회사 관계자는 "주택 거래가 줄면서 이사를 많이 안 한 영향도 있고, 재작년과 작년에 비해 교체 수요가 많이 줄어든 탓도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위축되면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까지 타격을 받는다”며 “거래량이 회복될 수 있도록 세금이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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