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7.5%인데 돈 벌었다...록펠러도 푹빠진 '배당월세족' 마법

중앙일보

입력 2022.08.13 00:54

증시 침체기, 인기 끄는 배당주

“내 유일한 기쁨이 뭔지 아나? 차곡차곡 배당금이 들어오는 걸 보는 일이라네.” 미국의 석유재벌 존 록펠러의 배당 예찬론이다. 비단, 재벌 만이 아니다. 수십년간 배당금을 늘려온 글로벌 우량기업이 포진해 있는 미국에서는 배당을 활용해 매달 ‘월세’를 받는 전략이 정착된 지 오래다. 미국에는 ‘AT&T 할아버지’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 같은 고배당주의 배당금으로 살아가는 고령 투자자를 이른다.

‘배당 월세족’ 선호 현상은 이제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출렁이는 증시는 배당주에 대한 시선을 확 바꾸고 있다. 주가가 맥을 못추면서 ‘방어적’ 성격의 대안으로 배당주에 대한 인기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올해 배당수익률이 7~9%에 이르는 고배당 종목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배당주 투자 골든타임’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선 배당금으로 노후 대비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가 3개 이상 존재하는 247개의 종목의 배당수익률 평균치는 2.55%(7월 26일 기준)였다. 이 중 배당수익률이 5% 이상 기대되는 종목은 31곳이다. 그러나 고배당만이 능사는 아니다. 배당을 많이 준다고 해도, 주가가 훅 떨어져버리면 투자 가치를 갖기 어렵다. 최근 한달간 ▶순이익 전망치가 증가했으며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5%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충족한 곳은 11곳으로 집계됐다. JB금융지주는 9.4%의 배당수익과 함께 올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LX인터내셔널은 올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3.8%나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다. 예상 배당수익률은 7.76%다. 이 외 포스코인터내셔널·우리금융지주·에쓰오일·삼성카드·LX세미콘·KB금융·한국가스공사·신한지주·KT&G 등이 11곳에 해당된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이익 증가가 예상되면서 고배당이 기대되는 종목을 주목하면 성과를 얻기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배당 투자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선 배당지급 연수 및 조건에 따라 배당금이 50년 이상 증가한 배당왕(Dividend King), 25년 이상 증가한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s), 10년 이상 증가한 배당챔피언(Dividend Champions), 5년 이상 증가한 배당블루칩(Dividend Bluechips) 등을 분류한다. 비디던드닷컴에 따르면, 7월 기준 50년 이상 배당금을 늘려온 배당왕은 P&G(66년), 도버(66년), 3M(64년), 존슨앤존슨(60년), 코카콜라(60년), 애브비(50년) 등 44곳이나 있다. 25년 이상 배당금을 늘려온 배당귀족은 65곳에 달한다. 애트모스 에너지(35년), 이콜랩(30년), 캐터필러(29년) 등이다.

『배당주 투자 무작정 따라하기』의 저자인 이래학 사이다경제 최고콘텐츠책임자(유투버 달란트투자)는 “코카콜라(배당수익률 2.78%, 10일 기준) 같이 50년 이상 배당을 성장시킨 배당왕은 안정적이지만 기대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라며 “안정성에 무게를 둔다면 배당왕과 배당귀족을, 조금 더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다면 범위를 넓혀 배당챔피언이나 배당블루칩 등에서 배당 투자대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배당 삭감 여부도 주요 체크 포인트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직후 미국에선 포드·제너럴 모터스·디즈니 등 경기민감 기업이 배당을 삭감하거나 중단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위기로 은행업종에 배당 삭감을 권고하면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등의 배당금이 크게 줄기도 했다.

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직후로도 배당을 줄이지 않은 기업은 앞으로도 배당 약속을 잘 지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당주에 투자하고 싶지만 개별 종목 분석이 부담이라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간접투자도 한 방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의하면 10일 기준 최근 1개월간 서학개미들이 가장 선호한 종목 TOP10에는 인텔·스냅 등의 나스닥 종목과 함께 배당 ETF 2개가 올랐다. 이 중 ‘JP모간 에퀴티 프리미엄 인컴 ETF(JEPI)’는 올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배당 ETF다. 최근 1년 수익률은 -7.5%이지만, 올해 급락장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10.38%에 달하는 높은 배당수익률과 환율을 고려하면 수익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배당 수익이 발생하면 월 단위로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86%다. ‘슈왑US디비던드 에퀴티 ETF(SCHD)’는 연간 배당수익률은 3.7% 수준이지만, 성장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주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을 방어할 수 있고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선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98%, 1년 수익률은 -2.41%다.

‘글로벌엑스 나스닥100커버드콜ETF(QYLD)’는 대표적으로 인기가 많은 배당 ETF였지만, 최근 순매수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배당수익률이 11.73% 수준으로 상당하지만 최근 1년 수익률은 -18.56%로 등락폭이 컸다. 백혜영 하나금융투자 분당WM센터 부지점장은 “최근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배당 투자도 변동성을 줄인 ETF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타이거리츠 1620억 몰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 배당주ETF 가운데는 ‘미래에셋타이거리츠부동산인프라혼합ETF’로 최근 1개월간 66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이어 ‘한화아리랑고배당ETF’(46억원), ‘KB스타고배당ETF’(16억원), ‘NH아문디하나로ETF’(10억원) 등으로 자금 유입이 많았다. 특히 ‘미래에셋타이거리츠부동산인프라혼합ETF’는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주목받으며 올해 들어 1620억원이 유입될 만큼 인기를 모았다. 최근 1개월 수익률 0.59%, 1년 수익률은 -1.53%(배당금 포함 수익률)로 인플레이션 대비에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아리랑고배당ETF’는 고배당 예상 기업에 선별 투자해, 현금 배당 발생시 배당금을 모두 분배금으로 지급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91%, 1년 -4.58%(배당금 포함 수익률)다.

한편, 매월 배당을 주는 ETF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신한자산운용에서는 국내 최초로 월배당 상품인 ‘SOL 미국S&P500 ETF’를 새롭게 상장했다. S&P500 기업 중 분기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인 389개에 골고루 투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최근 ‘타이거 미국다우존스30 ETF’ ‘타이거 미국MSCI리츠’ 등 4개 ETF를 분기별에서 월 분배로 변경해 선보였다. 배당주기가 짧아지면 분배금을 재투자해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배당금 들쭉날쭉 않고 점점 증가해야, 자사주 소각·매입한 종목이 좋아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김민국 대표

김민국 대표

“엽기적일 정도로 저평가된 주식이 많다. 지금 배당주 중심의 투자로 실패하기도 쉽지 않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우리나라의 배당성향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5%가 넘는 배당수익율이 예상되는 종목이 수두룩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VIP자산운용은 운용자산이 3조3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다. 김 대표가 직접 운용하는 대표펀드인 ‘VIP 딥밸류 사모펀드’는 2020년 3월 설정이래 220%가 넘는 누적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테마가 아니라 배당수익률을 봐야한다”며 “배당수익률은 투자의 신호등과 같다”고 강조했다.

배당주 투자가 왜 매력적인가.
“현 시점은 배당주 투자에 매우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은행주 가운데는 배당수익률이 9%, 10%씩 나오는 종목들이 있다. 배당수익률이 5%를 넘어가는 종목도 많다. 배당수익률은 분모가 주가, 분자가 배당금이다. 미국의 배당성향이 50~60%에 이른다면, 우리나라 배당성향은 20~30%에 불과하다. 배당수익률이 10%에 이른다는 것은 주가가 말도 안 되게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이 아니라면 이익이 크게 감소할 우려도 적다.”
경기침체 우려도 큰데.
“금리가 내년 3월쯤 정점을 찍는다는 예상이 많았는데, 지금은 연말 정도로 당겨지고 있다. 유가나 곡물가격도 빠지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는 경기 침체는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현재 시장에 과도하게 투영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배당만 보고 투자하긴 어렵지 않나.
“이렇게 불확실한 시장에서 꿈을 얘기하는 기업이 좋을까, 내 주머니에 현금을 넣어주는 회사가 믿을 만 할까. 월급, 세금과 함께 외상이 안 되는 3대 분야가 배당이다. 배당은 피 같은 현금으로 나눠줘야 한다. 즉, 배당을 잘하는 회사는 그만큼 현금흐름이 좋고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배당주 옥석은 어떻게 가리나.
“배당주 투자는 아주 쉽다. 네이버 증시에 들어가서 ‘배당’을 누르면 배당수익률이 쫙 뜬다. 예금 금리보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종목을 살펴보자. 7% 이상의 종목도 부지기수다. 여기서 최근 3년 배당금이 들쭉날쭉했던 회사는 빼고, 점점 증가하는 회사가 좋다. 다음은 실적이 늘어나면 가장 좋고, 크게 꺾이지 않은 회사를 골라야 한다. 배당만으로 보기 어렵다면 여기에 더해서 주목하는 것이 자사주 매입·소각 여부다. 실제 VIP의 운용펀드가 선방한 비결도 이런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한 종목을 중점적으로 매입한 덕분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이 3정도의 가중치를 둔다면, 소각은 10이라 볼 정도로 강력한 신호다. 우리나라의 자사주 소각 사례는 매우 적은데 최근 메리츠화재가 1년 단위로 자사주를 소각하고 있고, 미원도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고 있다.”
삼성전자,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전)에 관한 관심이 높다.
“삼성전자가 좋으냐는 질문은 ‘강남 아파트’가 좋으냐는 질문과 같다. 삼성전자는 좋은 기업이지만, 밸류에이션 등 투자 측면에선 더 싸고 좋은 주식도 있지 않을까. 태·조·이·방·원이라는 별칭 자체가 일종의 테마주로 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테마주가 저평가일 확률은 흡사 모태솔로인 매력적인 이성이 오직 나만 바라봐줄 확률과 같다. 낙폭과대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낙폭과대 시점의 밸류에이션을 봐야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이 4~5배였다 반토막이 나서 2배가 됐다 하면 정말 싼 종목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적자가 나는 종목 등은 주의해야 한다. 반토막이 아니라 5분의 1, 10분의 토막도 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이 유망한가.
“시멘트, 유리 등 가격 전가력이 좋은 건설 관련 업종을 주목하고 있다. 시멘트는 시장 독점력이 높은 업종이기도 하다. 보험사는 최근 백내장이나 도수치료 등 보험금 누수가 발생했던 부분이 보완되면서 긍정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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